[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다. 외국에서 살고 있으니 스물아홉(웃음)”

 

어렸을 때 얻었던 별명이 더 이상 어울리지 않을 때, 어른이 된다. 카타르에서 뛰다 잠시 귀국한 고명진(28, 알라얀)을 오랜만에 보니 ‘슈퍼주니어’라는 별칭을 부르기 어려웠다. 고명진은 FC서울을 떠났던 2년 전보다도 훨씬 더 성장했다.

 

시간은 빠르다. 카타르 슈퍼리그 알라얀과 2년 계약한 고명진은 이미 1년 6개월을 카타르에서 보냈다. 카타르로 이적할 때 비판도 있었지만, 고명진은 카타르에서 축구선수 2막을 활짝 열었다. 최용수 감독(당시 FC서울)도 “고명진이 이적해서 그렇게 잘 뛸 지 몰랐다. 확실히 좋아졌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고명진은 이적 첫 해 23경기에 출전해 2골을 넣었고, 승격팀인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현재 카타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호르헤 포사티에게 신임 받았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한국 국가대표팀에도 부름 받았다. 부상으로 뛰지는 못했지만 달라졌다는 확인서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고명진은 2016/2017시즌 미카엘 라우드루프 감독과도 순항 중이다. 13경기에 나와 3골을 넣었다.

#1. 성숙

“나가 보니 정말 다르다.” 해외에서 뛰는 거의 모든 선수가 하는 말이다. 고명진은 그 의미를 느끼고 있다. 좋은 것과 나쁜 게 혼재돼 있다. 고명진은 “일단 축구는 너무 편하다.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축구만 잘하면 된다. 다만 정말 잘해야 한다. 못 뛰면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 카타르는 더 그렇다”라고 했다.

 

고명진은 모든 걸 홀로 책임져야 하고, 카타르 도하에서 어머니까지 챙겨야 한다. 고명진은 “어머니가 아들 하나 보고 카타르로 오셨다. 잘 해야 한다”라며 “아무래도 나와보니 다른 것보다 인간적으로 성숙하게 된 것 같다. 지금까지 보던 걸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도 얻었다고 생각한다.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적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고명진은 “예전에는 정말 이적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라며 “오는 5월에 계약이 끝난다. 아마 내년 1월부터 이적협상 혹은 그에 관련된 일을 시작할 것 같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축구만 잘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2. 미카엘 라우드루프 감독

고명진이 연 카타르 생활 2막에 가장 중요한 타인은 미카엘 라우드루프 감독이다. 포사티 감독이 카타르 대표팀으로 떠난 후 라우드루프가 알라얀 지휘봉을 잡았다. 고명진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선수를 감독으로 만났다. 그는 “라우드루프 감독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세세한 건 지시하지 않지만 큰틀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한다”라고 했다.

 

“완전히 FC바르셀로나 축구다.” 고명진은 라우드루프가 바르사식으로 지도한다고 했다. 경기장을 3등분 해놓고 1번 지역과 2번 지역 그리고 3번 지역에서 어떤 축구를 해야 하는지 지시한다는 이야기다. 고명진은 “중원과 수비 지역에서는 무조건 투 터치 하라고 한다. 그 지역에서는 메시가 아니면 패스 하라고 하더라(웃음). 하지만 공격 지역에서는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라고 했다.

 

고명진은 “라우드루프가 축구를 정말 사랑한다”라고 했다. 그는 “라우드루프 감독은 정말 말이 없다. 전임 포사티 감독은 사자라면, 라우드루프는 양반이다. 축구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남다르다. 훈련 시간에 감독이 선수를 기다린다. 먼저 나가서 코치들과 공 떨어뜨리지 않기 게임을 한다. 정말 축구를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라고 했다.

 

라우드루프 감독이 여전히 엄청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고명진은 골대 대각선 뒤쪽에서 공을 띄우는 트레핑을 하다 아웃사이드로 공을 깎아 차 골대에 넣는 걸 봤다. 하나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섯 개 연속으로 골대 안으로 공을 집어 넣었다. 함께 그걸 보던 세르히오 가르시아(전 에스파뇰 주장)가 얼굴을 감싼 채 돌아섰을 정도”라고 말했다.

#3. 세바스티안 소리아

2016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카타르 선수는 세바스티안 소리아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란 원정 경기에서 패한 뒤 “최전방에 소리아가 같은 선수가 없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이 발언으로 비난 받았고, 이후 소리아 같이 저돌적이고 열심히 뛰는 것을 말했을 뿐이라고 진화하기도 했다.

 

소리아는 고명진 룸메이트다. 알라얀은 경기 하루 전에만 호텔에서 합숙하는데, 고명진은 입단 후 계속해서 소리아와 방을 쓴다. 고명진은 소리아에게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닌 “네가 한국에서 유명하다”라고 이야기해줬다고 한다. “소리아는 인성이 좋은 친구다. 그 이야기를 듣더니 ‘그럼 나 FC서울로 이적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농담하더라(웃음).”

 

“소리아도 한국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국이 강하기 때문에 대표팀 경기를 하면 재미있다고 했다.”

 

소리아는 중국 팀의 구애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소리아를 영입하려는 중국팀이 있는 걸로 안다. 아시아쿼터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중국 생활은 어떤가?’라고 묻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고명진은 짧은 휴가를 마치고 29일 카타르로 돌아간다. 그는 휴가 동안에도 계속해서 운동을 이어갔다. 라우드루프 감독이 휴식기 14일 중 12일을 휴가로 주는 파격적인 배려를 해줬기 때문이다. 고명진은 “감독이 믿음을 줬으니 그대로 갚아야 한다. 올 해 대표팀이 조금 아쉬웠는데,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인터뷰를 마친 고명진은 “3시까지 서울 훈련장에서 (배)해민이와 만나기로 했다”라며 길을 재촉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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