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찰 팀인 안산무궁화의 연고지였고, 내년엔 시민구단 안산그리너스의 연고지가 될 예정인 경기도 안산시 홈페이지에서 ‘수당 공방’이 벌어졌다. 안산무궁화 소속으로 뛴 경찰 선수 정다훤은 구단이 약속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으며 생활환경도 열악했다고 밝혔다. 구단 측은 문제 될 것이 없으며 오히려 선수들이 억지 주장을 한다는 입장이다.

 

정다훤 “우승상금, 안산이 선수단 몰래 연맹에서 지급받았다”

27일 경기도 안산시 홈페이지의 ‘시장에 바란다’ 게시판에 올라온 ‘안산시민축구단에게 바라는 글’이라는 게시물이다. 정다훤이 실명으로 작성한 이 글은 충남 아산시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 안산무궁화(내년부터 아산무궁화) 경찰 축구팀이 선수들에게 약속한 우승 수당을 축소 지급했고, 우승 상금을 부당하게 운영비로 썼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안산무궁화 선수들은 올해 K리그 클래식 승격이 불가능하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다지며 결국 우승을 했으나, 그 과정에서 “안산 구단에게 아마추어보다 못한 지원과 대우를 받았”다. “패스를 할 수 없는 수준의” 훈련장, “창문이 없어 환기가 되지 않아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숙소”, “가끔은 한 방에서 6, 7명씩 생활해야 했기에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이 컸던 숙소, “많은 양의 빨래를 직접 손으로” 해야 하는 여건 등을 들었다. 식사에는 김치, 단무지, 어묵 등 경기력을 유지할 수 없는 메뉴가 나왔다는 주장이 포함됐다.

특히 우승 수당에 대한 불만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시즌 시작 전 우승 시 우승상금을 선수단에게 전원 지급할 것이라는 말과 달리 박공원 단장과 안산구단은 그런 적이 없다며 우승 후 선수단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우승상금은 선수단 몰래 연맹에서 먼저 지급받고, 선수단 전원은 한 달이 지나도록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하여 연맹에 전화해본 후에야 한 달 전 박공원 단장과 안산 구단이 우승상금을 수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안산 구단과 박공원 단장에게 전화를 하였으나 적반하장의 태도로 50%만 지급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습니다.”

정다훤은 “우승상금의 사용내역과 안산구단의 1년 예산, 연맹에서 지원하는 군경팀 지원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의문입니다. FA컵 우승팀 수원삼성은 우승상금에 포상금을 얹어 선수단에게 지원한 사례가 있으며 팀들마다 우승상금+a를 선수단에게 지급하는 것이 관례인걸로 선수 전원은 알고 있습니다”라며 수당으로 지급되지 않은 우승상금의 사용처를 문제 삼았다.

이 글은 “의경이기 때문에 많은 돈을 바라고 시장님께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선수들과의 소통을 원하지 않는 구단의 일방적인 통보와 결정에 지금까지 참아온 선수단의 분노가 앞으로 나아가는 안산그리너스의 미래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라는 입장과 “안산그리너스의 발전을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됐다.

 

안산 “상금 전액 분배 약속한 적 없어, 정당하게 지급했다”

시민구단 안산그리너스 창단 작업 중인 박공원 단장은 위 게시물에서 실명이 여러 차례 거론됐다. 박 단장은 우승 상금 문제에 대해 “시즌 개막 전 선수들에게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단이 카드 대금을 못 막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승 상금의 절반인 5천만 원을 선수 기여도에 따라 배분해서 지급했다. 1억 원을 모두 선수들에게 주기로 약속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결코 그런 적 없다.”

박 단장은 “우승 상금은 구단 운영 정책에 따라 쓸 수 있는 돈이다. 그걸 다 주지 않았다고 해서 선수들이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승리 수당 3개(3경기)가 밀려 있었는데 2천만 원으로 이를 지급했다. 나머지 3천만 원은 운영비로 쓴 것이 맞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수를 제외한 프런트들의 경우 우승 보너스를 전혀 받지 못했다. 선수들이 그 전부터 꼬인 문제가 있었는데, 그 불만이 수당으로 번진 것 같다. 그러나 수당은 정당하게 지급됐다.”

박 단장은 선수들의 생활 환경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단무지 등 반찬이 부실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한 끼에 8천 원에서 1만 원 수준의 식사였다”며 일축했다.

위 글에 등장한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숙소는 한 모텔을 말한 것으로 보이며, 원래 홈 경기 전날에는 한양대학교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지만 방이 없어서 모텔에 묵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단 한 차례에 불과했으며 “다음부턴 한양대에 방이 없으면 최소한 관광호텔급에서 묵자”는 이야기를 했다는 입장이다.

‘6~7명씩 생활해야’ 했다는 숙소는 창원축구센터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산무궁화는 합숙 훈련 때 이흥실 감독의 뜻에 따라 창원축구센터를 쓴 적이 있으며, 이때 선수들이 6~7인실에 묵었지만 축구센터의 좋은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 단장은 “우리가 경찰 축구단을 처음 인수할 때는 다 모텔에서 잤다. 선수들에게 나쁜 환경이니 우리가 환경을 개선한 것이다”라고도 설명했다.

 

시즌 중 ‘태업 논란’도 상금 문제 때문에?

여러 축구 관계자는 시즌 중에도 ‘안산무궁화 선수들이 수당에 대한 불만에 차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특히 충주험멜에 1-8로 대패한 10월 15일 경기 직후에는 전후 맥락이 아닌 경기력만으로도 태업 논란이 불거졌다. 안산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은 당시 알려진 정황과 일맥상통한다.

언론 인터뷰가 아닌 안산시 홈페이지에서 직접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시민구단인 안산그리너스 측은 난감한 상황이 됐지만, 박 단장은 “할 일을 다 했다. 정다훤의 글에 대응할 것이 딱히 없다. 다만 어렵게 시민구단 창단 작업을 밟고 있는데, 군인 신분인 선수가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는 건 아쉽다”는 입장이다.

한편 홍우승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마케팅팀 과장은 “보통 시즌 끝나고 일주일 정도 뒤에 상금 지급 절차를 밟는다. 지급품의와 지급이 다 끝났다. 우승 상금을 구단에 제때 지급하면, 그 다음부턴 구단 재량으로 쓸 수 있는 것”이라며 프로연맹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 안산시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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