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조소현은 일본 진출 첫해가 지나기 전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동료들의 헹가래까지 받았다. 크리스마스에 동료들과 주고받은 선물이었다.

일본 나데시코리그의 명문 아이낙고베는 지난 1월 조소현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조소현의 첫 해외 진출이었다. 조소현은 클럽 홈페이지에 “팀 우승을 위해 힘껏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쉽진 않았다. 아이낙고베(승점 37점)는 정규리그에서 닛테레베레자(승점 44점)에 밀려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우승을 위해선 전일본여자선수권대회(왕후배)를 노려야 했다. 매 경기를 결승전같이 치러야 했다.

실제로 경기는 치열함의 연속이었다. 아이낙고베는 8강부터 결승전까지 3경기를 모두 연장전까지 갔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열린 결승전은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치르는 접전으로 진행됐다. 아이낙고베는 알비렉스니가카와 결승전 연장 전후반에 한 골도 넣지 못하다가,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다. 어렵게 올라온 아이낙고베 선수들은 서로 끌어안고 울었다. 그 중심에 조소현도 있었다. 

조소현은 왕후배의 모든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26일 ‘풋볼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조소현은 우승의 기쁨을 밝혔다. “이적 직후부터 우승이 목표라고 했지만 실제로 도전해 보니 쉽지 않았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해외리그는 처음이라 적응 등에 어려움도 있었다. 마지막에 결승전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난 뒤 믿기지 않을 만큼 좋았다. 동료들은 울고 있었고, 나는 너무 좋아서 마냥 웃기만 했다.”

조소현은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네 번째 키커로 나섰다. 아이낙고베 소속으로 승부차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승부차기 연습을 하긴 했지만 진짜 차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나는 외국인 선수고, 득점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선수가 아니니까. 나도 키커라는 건 연장전을 마친 직후에 알았다. 거듭 풀타임으로 뛰면서도 느낀 부분이었지만, ‘내가 감독님의 신뢰를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불안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슈팅하자고 생각했다. 여유롭게 걸어가 가볍게 밀어 넣었다. 공이 그대로 그물망에 꽂히는 걸 보고 정말 기뻤다.”

 

우승이 확정된 뒤에도 기쁨은 계속 됐다. 동료들이 달려와 조소현을 업었다. 헹가래를 치기 위해서였다. 조소현은 몇 차례 공중에 떴다. 주변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아이낙고베 선수들은 진심으로 조소현을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일본으로 넘어가기 직전 “새로운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던 그녀의 바람은 이미 이뤄져 있었다.

“헹가래를 받은 건 과거 수원시설관리공단 소속 이후 두 번째였다. 그간 WK리그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 경험을 했다. 이번엔 해외에서 첫 우승이었기 때문에 느낌이 남달랐다. 헹가래를 받으며 하늘에 떠있는 시간은 짧았지만,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쳤다. 이적하면서 아이낙고베에 깊숙이 녹아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된 것 같아 진심으로 행복했다."

"한 시즌 동안 개인적으로도 힘든 일이 많았다. 아킬레스건과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는 게 부담스럽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이왕 뛰는 거 더 잘 마쳐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우승으로 마무리 지어서 다행이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무엇보다 귀한 선물을 받았다.”

사진=조소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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