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아시아 챔피언의 영광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2016시즌 K리그클래식 승점 9점 감점과 제제금 1억원으로 끝날 줄 알았던 전북현대의 ‘심판 매수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전북의 비위 사건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도 징계를 내려야 하는 사안인지 판단할 예정이다.

전북이 2017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해서는 안된다는 근거는 “어떤 방식으로든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한 팀은 다음 시즌 AFC 주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AFC는 최근 독립 조직인 ‘출전 관리 기구(Entry Control Body)’를 출범시켰고, 전북 사건은 출전 관리 기구의 첫 번째 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의 ACL 참가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구체화된 것은 ACL 본선 조별리그 대진 추첨이 이뤄진 13일 이후다. AFC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전북과 한 조에 속한 호주 클럽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가 문제를 제기했다. 

‘애들레이드 나우’, ‘헤럴드 선’ 등 호주 언론도 AFC 차원에서 전북에 대한 징계가 없는 점을 문제 삼았다. 폭스 스포츠 아시아는 지난 10월 이미 전북의 ACL 행보에 대한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언론은 2011년 한국프로축구계에 발생한 대규모 승부조작 사태를 거론하며 한국 축구계에 승부조작이 만연했던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AFC 내부에서 전북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C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이미 지난주에 전북을 ACL에 내보내도 되는지 여부가 화두에 떠오른 상태였다”고 했다. AFC는 지난 9월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전북 징계 결과를 통보 받았다. 애들레이드 측의 문제 제기가 있자 지난 20일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상벌위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했다. 23일까지 제출해달라고 마감 시한을 명시했다.

FIFA와 AFC는 9월 연맹이 전북에 징계를 내린 사실을 통보 받은 뒤 상위 기관인 대한축구협회 측에도 전북에 어떤 징계를 내렸는지 질의했다. 상위 기간 차원에서의 행동이 왜 없냐는 것이다. 공정위원회는 지난 19일 세 번째 회의를 통해 연맹의 징계를 승인하고 추가 징계를 내리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협회는 이 결과를 23일 FIFA와 AFC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9월 연맹 징계가 내려진 뒤 3달 가까이 지난 후에야 추가 징계 여부를 확정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내부에서도 연맹의 징계가 약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3차례에 걸친 회의가 있었다. 최종적으로 연맹이 숙고해서 내린 결정을 수용하자는 결론이 났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협회는 지난 20일 공정위원회 인사 개편을 진행했다. 신임 공정분과위원장은 서창희(53) 변호사다. 지난 주 부임해 현안 파악이 시간이 필요하다. 전북 징계에 대한 결정은 전임 공정위에서 내린 판단이다. FIFA와 AFC는 협회 측에 전북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게 된 회의록을 영문으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협회는 회의록 및 징계 판단 근거가 되는 자료를 1월 6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연맹 측에도 같은 요구가 들어갔다. 부산지법의 관련자 처벌 판결문을 비롯해 상벌위원회가 전북에 내린 징계 수위를 결정한 근거 자료와 상벌위 회의록 등을 23일까지 보내 달라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징계 수준이 적절했는가를 살피고, AFC 차원의 추가 징계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연맹 역시 영문화 작업 등 시일이 더 필요해 2017년 1월 6일까지 제출하겠다고 답신했다. FIFA와 AFC는 6일 이후에나 전북 징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전북 측은 “대응할 수 있는게 없다”는 입장이다. 연맹의 징계를 받았고, 심판 매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차 모 스카우트를 해고했다. 전북은 호주 측에서 AFC에 문제 제기를 한 상황은 파악하고 있었으나 별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없다. AFC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연맹 역시 AFC가 요구한 자료를 준비할 뿐 전북의 소명을 듣거나 재조사하는 등 별도의 움직임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연맹과 전북 측은 ACL 참가권을 박탈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명의 선수와 심판이 연루된 캄보디아 클럽 프놈펜크라운FC의 승부조작 사건의 판결 때문이다. 당시 AFC는 캄보디아 최고 명문클럽 프놈펜의 AFC컵 예선 참가권을 박탈했다. 프놈펜크라운은 국제스포츠중재위원회(CAS)에 제소했고, 승소했다. AFC컵 출전권을 되찾은 것이다.

AFC가 ‘출전 관리 기구’를 출범시킨 것은 승부 조작 등 문제와 관련해 AFC 주관 대회 참가 금지를 위한 규정과 논의를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다. 프놈펜과 같은 사례가 다시 벌어져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프놈펜의 선례가 있지만, 전북건은 ‘출전 관리 기구’가 맡게 되는 첫 번째 사례다. AFC 내부에서 전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출전권 박탈이 현실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맹은 전북의 출전권이 박탈되더라도 리그 차원의 징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K리그의 ACL 출전 쿼터에 변동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북이 빠지게 될 경우 제주유나이티드가 본선에 오르고, 차순위였던 울산현대가 플레이오프전에 진출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AFC의 판결은 신속하게 내려질 예정이다. 당장 2월에 ACL 플레이오프 일정이 시작되는 만큼 오래 끌지 않을 것이다. 

사진=전북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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