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제주] 문슬기 기자= 신태용 U-19대표팀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 고민하길 유도할 뿐 좀처럼 정답을 주지 않는다. 선수들은 낯선 지도법에 당황하기도 한다.

신 감독이 이끄는 U-19대표팀은 지난 11일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훈련 중이다. 내년 5월 국내에서 열리는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나설 최종 엔트리를 가리기 위한 과정이다. 제주에 모인 선수 34명은 19일부터 본격적인 평가에 들어갔다. 신 감독은 22일까지 네 차례 연습경기를 벌여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한다.

19일과 20일에 진행된 부산아이파크 연습경기,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심지어 관중석으로 올라가 침묵으로 선수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선수들은 신 감독이 경기 전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할 뿐이었다고 했다. 철저하게 자율을 보장했다.

이유 있는 방관이었다. 신 감독이 U-19대표팀을 맡은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실제 선수 파악은 제주 전지훈련이 시작된 11일부터 이뤄졌다. 신 감독은 아직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알지 못한다. 침묵은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었다. 감독 본인의 지시가 내려지면 선수의 판단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고, 선수들에게 “네 마음대로 자유롭게 뛰라”고 한 것이다.

더 깊은 의미도 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깊게 생각하길 바랐다. 고민하며 움직여야 효과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습관은 살리고, 나쁜 버릇은 수정해야 한다. '반복된 사고를 통해 무의식적인 긍정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신 감독은 입을 닫았다.

선수들에게 낯선 지도법이다. 한국 유소년 선수들은 ‘생각하는 축구’가 어색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어렵다”고 말했다. 수비수 이유현은 “감독님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다. 전술 훈련은 시작도 안 했다. 큰 틀에서 공격하고 수비하는 방법, 볼을 전개하는 방식 등만 설명해 주셨다. 그 외 플레이는 전적으로 선수 개인에게 맡기셨다”며 “많이 낯설다. 선수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설명된 축구가 익숙하다”고 했다.

미드필더 한찬희가 보는 신태용식 지도법의 특징도 머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신 감독님의 스타일은 ‘선 공격 후 수비’ 정도라는 것만 알고 있다”고 했다. 김진야 역시 “계속 해서 생각해야 한다. 내가 공을 잡았을 때는 물론 동료가 공을 잡았을 때까지 고민하며 움직여야 한다. 생각 없이 체력만 축내면 안 된다. 이곳에 와서 감독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고 했다.

신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우리 선수들이 자주 보이는 문제점이 다음 동작에 대한 생각이 부족하다는 거다. 공을 주고 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 다음 동작을 위해 다시 고민해야 한다.”

신 감독은 비디오 분석을 적극 활용하라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은 그날그날 자신의 플레이를 영상으로 재확인하며 문제점은 짚고 장점은 되새긴다. 그러나 강요하진 않는다. 발전을 바라는 선수들에 한해 자율적으로 하는 작업이다. 생존 경쟁을 시작한 선수들은 머리를 써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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