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제주] 문슬기 기자= 한국 19세 이하 대표팀(U-19대표팀)은 두 팀으로 갈라져 훈련 중이다. 같은 상대에 A팀은 0-3으로 대패했고, B팀은 3-1로 대승했다. 상반된 성적에서 신태용 감독이 읽은 건 선수들의 실력차가 아니었다. 전날보다 결연해진 자세였다.

U-19대표팀은 20일 오후 1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아이파크와의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U-19대표팀은 전반 11분 김대원, 전반 20분 하승운, 전반 31분 강윤성의 연속골로 후반 25분 전현철의 1골에 그친 부산을 제압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훈련에서 34명의 선수단을 A, B조로 나눴다. 차출한 선수들을 빠짐없이, 세심하게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19일 열린 첫 번째 연습경기와 20일 진행된 두 번째 연습경기 멤버가 완전히 다른 건 이 때문이었다. 2일차 연습경기에선 하승운이 최전방을 맡고, 김대원, 이상헌, 이동준, 박한빈, 한찬희가 허리를 담당했다. 강윤성, 최재영, 김재우, 윤종규가 포백을 구성하고, 송범근은 골대를 지켰다.

부산도 변화 폭이 컸다. 조진호 감독은 20일 경기에서 어린 선수들을 대거 활용했다. 정준규, 김진도 등 연습생들도 기회를 얻었다. 하루 전 김현성, 전현철 등 주전급 선수들이 출전했던 때와 차이가 있었다. 조 감독은 전반전을 통해 새로운 얼굴들을 평가하는데 집중했다.

겨울답지 않은 화창한 날씨였다. 두꺼운 패딩 점퍼가 민망할 정도였다. 전날 폭우가 쏟아졌던 때와 달랐다. 첫 번째 연습경기에 나섰던 이유현은 두 번째 연습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어제 경기는 정말 힘들었다. 빗물 때문에 잔디가 미끄러웠고, 이 때문에 제대로 플레이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U-19대표팀 B조는 날씨의 방해 없이 경기할 수 있었다. 확실히 전날보다 자신감도 붙었다. U-19대표팀은 빠른 공격 축구로 전반전을 압도했다. 특히 측면 움직임이 좋았다. 김대원, 이동준이 측면으로 벌어져 상대 수비를 교란했다. 3선에 있는 박한빈과 한찬희도 빠르게 치고 올라가 힘을 보탰다. 용재현, 차영환, 김재현, 김진도로 구성된 부산 포백은 U-19대표팀을 쫓기에 급급했다.

U-19대표팀은 전반전에만 3골을 뽑았다. 침착하고 정교했다. 전반 11분 김대원은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 한 명과 1대1 상황이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오른발 슈팅을 때려 선취골을 뽑았다. 9분 뒤 한찬희가 크로스를 올리자 하승운이 오른발 슈팅을 해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전반 31분 한찬희가 또 한 번 힘을 냈다. 중앙에서 왼쪽 측면으로 패스한 걸 강윤성이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세 골 모두 부산의 김정호 골키퍼가 손 쓸 틈도 없었다.

결과만 보면 B팀이 A팀보다 훨씬 강해 보인다. 그러나 신 감독은 선수의 기량차가 아니라 변수 때문에 점수가 달라진 거라고 설명했다. “어제도 경기력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어제 경기에선 결정력이 떨어졌고, 오늘은 이 부분이 잘 이뤄진 것이다.” 한찬희도 말을 보탰다. “어제와 오늘 모두 감독님이 요구하신 건 같았다. 그러나 어제 경기에선 마무리가 안 됐고, 날씨가 안 좋아서 경기 도중 미끄러진 경우가 잦았다. 오늘은 이런 부분이 적었다.”

결과를 반전시킬 수 있는 요소는 또 있었다. 김진야는 어제의 대패 뒤 선수들이 바짝 정신 차렸다고 했다. “지고 나서 정신 차렸다. 오전에 전경준 코치님과 비디오 미팅을 가졌다. 부산 선수들에 대해 분석했다. 전 코치님이 ‘어제처럼 또 지는 경기할 거냐’며 선수들의 자존심을 자극하셨다. 오기가 발동했다. 각자 이겨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결과보다 내용이 중요한 연습경기였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며 문제를 개선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어제 경기를 마치고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문제가 뭐였는지 비디오를 보고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이 말하는 신 감독 스타일은 일관적이었다. 한찬희는 “감독님은 상황 파악을 하고 수시로 주위를 보면서 움직이라고 주문하신다. 아무래도 혼자 생각해야 하다 보니 고민이 많아진다.”

신 감독은 19일과 20일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어떤 것도 지시하지 않았다. 21일과 22일에 열리는 광운대 연습경기에선 다르다. 신 감독은 “광운대 경기는 서귀포축구공원에서 진행된다. 관중석이 마땅치 않아 벤치로 돌아가야 한다. 부산전보다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두 번의 연습경기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서서히 깨우고 있다. 승리한 B팀뿐 아니라 하루 전 패배한 A팀도 마찬가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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