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오사카(일본)]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는 세계 4강 진출의 꿈을 꾸었지만 그 자격을 증명한 건 전반전뿐이었다.

11일(한국시간) 일본 오사카의 시립 스이타 사커 스타디움에서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 전북은 북중미 대표 클럽아메리카에 1-2로 패배했다. 4강 진출에 실패한 전북은 14일 같은 경기장에서 5위 결정전을 치르게 된다.

 

부상 공백 메우기 위해 전술 바꾼 두 팀

두 팀 모두 주장이 부상으로 빠졌다. 전북은 권순태가 대회에 아예 불참했고 아메리카는 루벤스 삼보에사가 이탈했다. 전북의 주전 윙어 로페즈와 센터백 조성환, 아메리카의 핵심 미드필더 알렉스 이바라도 결장이 예고된 선수들이었다.

대체 불가능한 선수들의 이탈은 두 팀 모두 포메이션부터 바꾸게 만들었다. 전북은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종종 썼던 3-5-2에 가까운 선수 배치로 경기를 시작했다. 아메리카는 이바라의 자리를 다른 미드필더로 메우는 대신 윙어 카를로스 킨테로를 실비오 로메로, 오리베 페랄타와 함께 공격진에 배치해 3-4-3으로 선수를 풀어 놓았다.

 

전북의 뛰어난 전반전 전략, 호날두 만날 꿈을 꾸다

전반전은 팽팽했다. 전반전에 두 팀의 득점 시도는 유효슛 2회, 골문을 벗어난 슛 2회, 수비에게 맞은 슛 1회로 똑같았다. 굳이 위력을 따지면 아메리카가 더 강력했다. 문전에서 매끄러운 패스 연결을 이어간 횟수는 아메리카가 더 많았다. 공격수 실비오 로메로의 슛이 골대를 강타하기도 했다 특히 전반 20분 아메리카의 라이트백 브루노 발데스가 박원재를 뚫고 문전으로 패스한 공을 로메로가 마무리하지 못한 건 전북의 행운이었다.

그러나 마무리를 해낸 건 전북뿐이었다. 위기 뒤 바로 전북의 기회가 왔다. 공격 흐름을 탄 아메리카의 수비가 허술해지는 만큼 전북은 쉽게 역습을 전개하고 있었다. 전반 23분,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김신욱이 아메리카 진영에서 슬슬 시간을 끌다가 오버래핑한 박원재에게 낰카로운 패스를 찔렀다. 박원재가 문전으로 준 공을 노마크 상태의 김보경이 골문 구석으로 완벽하게 차 넣었다.

김보경은 잠시 후 다가온 이재성과 함께 점프를 뛰더니 두 손을 땅으로 뿌리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특유의 골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호우’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동작이었다. 신이 난 김보경은 압박이 약한 아메리카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자신의 기술을 과시했다. 전반 38분 에두와 훌륭한 2대 1 패스를 전개한 다음 수비수까지 제치고 날린 왼발 슛이 살짝 빗나갔다. 

전북 미드필드는 기술뿐 아니라 수비적으로도 아메리카보다 크게 활약했다. 전반전 내내 강한 압박과 적극적인 인터셉트로 속공 기회를 만들었다. 김보경과 이재성의 전반전은 순조로웠다.

아메리카의 끈질기고 영리한 반격

전반전이 끝나는 순간 활기가 넘친 쪽은 전북이었지만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아메리카가 반격했다. 동시에 두 명을 바꾸는 과감한 교체로 포백에 가깝게 수비 전술을 수정한 아메리카는 투톱과 두 명의 윙어로 더 집요하게 전북을 노리기 시작했다. 경기는 교착 상태에 들어갔지만 아메리카는 측면에서 전북 문전으로 더 꾸준하게 공을 투입할 수 있게 변해 있었다.

명장 리카르도 라볼페의 교체는 절묘하게 적중했다. 후반 13분, 교체 투입된 미카엘 아로요의 크로스에 로메로가 달려들었다. 로메로의 헤딩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은 김보경의 드리블을 중심으로 반격했지만 마지막 패스가 아쉬워 좀처럼 슛까지 가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후반 21분 미드필더 정혁을 빼고 벼르고 있던 윙어 레오나르도를 투입해 맞불을 놓았다. 두 팀 다 갈수록 공격적인 경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직력의 싸움이 아닌 개인 능력과 임기응변의 대결로 경기가 변해가자 아메리카가 점점 이득을 봤다. 전북 수비가 헐거워진 후반 28분 로메로가 중앙선부터 문전까지 엄청난 돌파로 전진한 뒤 패스했다. 아로요의 땅볼 크로스를 받은 페랄타의 슛은 홍정남이 기적적인 선방으로 막아냈지만, 1분 뒤 이어진 코너킥에선 로메로의 결정력이 기어코 전북 골망을 흔들었다. 코너킥이 수비 머리를 거쳐 파포스트로 흐를 때 로메로가 발리슛을 날렸다. 공은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수비 뒤에서 빠른 타이밍이 날아오는 공은 홍정남이 대처하기 전 골대 안에 들어가 있었다.

 

전북은 뚫지 못했다

전북이 끝까지 동점골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아메리카는 다시 파이브백에 가까운 수비라인을 구축하고 파고들 공간을 지워 버렸다. 최 감독이 후반 31분 에두와 김창수 대신 이동국과 고무열을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하나 늘렸지만 아메리카는 아랑곳 않고 후방에서 차분하게 수비했다. 전북은 후반 35분을 전후해 약 3분 동안 아메리카의 압박에 전진한 곳을 찾지 못하고 뒤에서만 공을 빙빙 돌리기도 했다. 직접 드리블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로페즈의 공백이 컸다.

막판에 어떻게든 문전으로 공을 우겨넣으며 전북이 분전했지만 동점골을 넣기엔 계속 아슬아슬하게 부족한 상황이 이어졌다. 후반 44분 김보경의 발리슛이 골망 바깥쪽을 강타했다. 후반 추가시간도 다 끝나갈 무렵, 이재성이 얻어낸 프리킥을 처리하기 위해 모든 전북 선수가 문전으로 올라갔지만 킥은 골키퍼에게 잡혔다. 전북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아메리카는 지난해에 이어 클럽월드컵에 2년 연속 참가했다. 지난해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광저우헝다에 패배하며 5위 결정전으로 밀린 것이 팀 전체에 한이 됐다. 1년 전 경험이 대회 운영에 도움을 줬고, 선수들의 각오도 강했다. 결국 목표를 이룬 건 아메리카였다. 두 골을 넣고 경기 최고 선수로 선정된 로메로는 “레알마드리드라는 최고의 팀과 만나게 돼서 기쁘다. 우리 능력을 보여주겠다”라고 했다. 김보경이 할 수도 있는 인터뷰였지만 90분을 통해 자격을 얻은 선수는 로메로였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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