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깊다. 격렬함 속에는 치열한 고뇌가 숨어 있다. 보이지 않는 축구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다리가 필요하다. ‘풋볼리스트’가 축구에 지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축구를 둘러싼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한다. <편집자주>

얼마 전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을 때 논란이 된 부분 중 하나는 수석코치직을 맡고 있는 카를로스 아르무아에 대한 것이다. 부임 초기부터 한 동안 아르무아는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수석코치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의 업무는 피지컬 코치였고, 그 스스로도 피지컬 코치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왔다. 축구협회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수석’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한민국 프로축구팀은 일반적으로 감독과 수석코치, 일반 코치와 골키퍼 코치, 피지컬 코치 등으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한다. 부가적으로 전력 분석관과 외국인 선수와 스태프를 위한 통역이 추가된다. 수석코치는 대게 전술적 측면에서 감독을 보좌한다. 감독의 오른팔이자, 감독 부재시 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수석코치는 코치 중 서열 1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석 코치라는 존재, 그리고 명칭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우선 명칭상 수석코치는 한국에만 존재한다. 역할상 대응되는 역할은 있다. 문화적으로 그에 대응하는 역할이 아예 없는 나라도 있다. 

#일본과 독일, 코치진 사이에 서열은 없다

가깝게 일본프로축구의 사정을 살펴보면 수석코치가 없다. 재일교포 축구전문기자 신무광씨는 “보통 감독과 코치, 골키퍼 코치, 피지컬 코치 정도가 있다. 코치 3명은 역할 분담은 있으나 서열의 느낌은 없다”고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에도 코치진 사이에 서열이 없다. 독일 축구를 현장에서 취재하고 있는 김한별 풋볼리스트 객원기자는 “코치들 중에서도 역할이 더 높은 코치는 있겠지만, 수석 코치라는 명칭은 없다”고 했다. 

김한별 기자에 따르면 분데스리가는 감독을 지칭할때도 Trainer로 표기한다. 코치는 모두 Co-Trainer로 표기한다. ‘Trainerassitent(Assistant Trainer)’와 같은 말이다. 바이에른뮌헨, 보루시아도르트문트, 베르더브레멘, 독일축구협회의 각급 대표팀 스태프도 전원 Co-Trainer로 표기되어 있다. 김 기자는 “위계질서가 약하고 팀제로 운영되는 색깔이 강하다. 감독이 자신의 코칭스탭을 이야기 할 때 Unser Trainer team(우리 트레이닝 팀)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영국-스페인-이탈리아, 코치는 평등하고 부감독이 있다

축구종가인 영국과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는 한국에서 수석코치로 여기는 역할이 존재한다. 엄밀히 따지면 코치 중 서열 1위라기 보다, 두 번째 감독, 부감독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적 시마다 함께 하는 후이 파리아 코치가 퍼스트팀 코치와 구분되는 어시스턴트 매니저(Assistan Manager, 부감독)으로 존재한다. 아스널 역시 아르센벵거 감독 아래에 스티브 불드 부감독이 있다. 감독이 훈련 뿐 아니라 1군팀 전반의 운영을 총괄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훈련시키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넘어 ‘매니저(Manage)’라는 표현을 쓰고 있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가 있다.

리버풀은 독일 출신 위르겐 클롭 감독 체제로 운영되는데, 젤리코 부바치가 퍼스트 어시스턴트 코치로, 세컨드 어시스턴트 코치인 피터 그라비츠와 구분된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부감독 없이 세 명의 어시스턴트 코치를 두고 있다. 

스페인에는 감독(entrenador) 옆에 두 번째 감독(Segundo entrenador)가 있다. FC바르셀로나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을 보좌하는 후안카를로스 운수에와 로베르토 모레노 등 두 명이 부감독으로 있다. 세비야는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이 후안마 리요 부감독과 함께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감독을 표현하는 단어만 다를 뿐 운영 방식은 같다. 두 번째 감독이라는 표현이 존재한다.

카데나코페의 미겔 앙헬 디아스 기자는 “보통 감독과 부감독, 피지컬 코치, 골키퍼 코치가 있는 게 일반적이다. 부감독은 먼저 전술적 전비를 돕고, 감독의 일이 과부하가 걸릴 때 선수들과 소통하는 일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디아스 기자는 “부감독은 감독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이라며 바르사의 경우 부감독이 두 명이지만 운수에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했다.

스페인 대표팀의 경우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돕는 파블로 산스 부감독이 있다. 레알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 감독이 가장 신임하는 코치는 다비드 베토니로 알려져 있는데, 베토니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 하미두 음사디와 더불어 ‘부관(ayudante)’으로 표기되어 있다. 부감독 보다는 비중이 낮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부감독이 아니라 코치에 가깝다.

#수석코치는 사실 감독에 대응되는 표현

명칭이 성격을 결정한다. 아예 코치 사이에 서열이 없는 팀도 있고, 부감독이라는 표현으로 더 높은 위상을 보장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수석코치라는 명칭을 채택하고 있는데, 실은 감독의 영어식 표현 중 ‘Head Coach’가 수석코치에 대응하는 표현이다. 한국축구계에의 역할 구분 방식으로 보자면 매니저(감독)과 헤드코치(수석코치)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코칭 스태프 간, 그리고 선수 간에도 위계가 철저한 한국식 문화에 맞는 표현이지만, 이러한 표현이 역할의 권한과 범위를 규정하기도 한다. 보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선 코칭 스태프 구성도 기존 명칭에 구애 받지 않고 재정립할 수 있다. 코칭스태프 구성 과정에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다.

글=한준 기자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레알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도르트문트, 아스널, AC밀란 홈페이지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풋볼리스트 축구 취업 아카데미 개강...실무자 초빙
[단독] K리그 구단 해체 수순...연고지는 이미 떠났다
브라질 축구팀 비행기 비극...상대 팀 '우승컵 양보' 
[기자회견] 무리뉴의 "맨유 우승 가능성 낮다' 전격 인정
맨유, '설기현 친정'과 격돌...이청용은 '친정'과 '폭풍 예고'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