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아부다비(UAE)] 김정용 기자= K리그 챌린지 임대를 통한 스타덤, 아시안게임 우승을 통한 병역 면제, 국가대표 발탁. 승승장구하던 임창우는 올해 1월 아부다비로 떠났다. 1년 가까이 뛰며 상위권팀 알와흐다의 주전 수비수로 자리잡은 임창우를 현지에서 만나 근황을 물었다. 임창우는 처음 접하는 타지 생활을 통해 자기 관리 능력도, 축구 실력도, 요리 실력도 늘었다고 이야기한다.

 

“롱디, 네 롱디죠”

여기 온지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갑자기 오게 됐죠. 중동 진출을 추진하진 않았어요. 울산현대에서 확고한 주전이 아니라서 K리그 팀으로 옮길까 생각하고 있는데 일이 잘 안 풀리더라고요. 이적시장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해졌는데 알와흐다에서 오퍼가 왔어요. 결정을 내리고 며칠 안 돼 여기 왔죠. 어안이 벙벙했죠.

그때 여자친구와 지금도 만나고 있어요. 롱디(장거리 연애의 속어)? 네. 롱디죠. 처음 이야기 꺼냈을 땐 실감을 못하는지 태연하게 잘 갔다 오라고 해 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멀리 있다는 게 와 닿았어요. 자주 못 봐도 기다려주고 힘이 돼 줘요. 여기 온 뒤로 제가 한 번 가고 여자친구가 한 번 왔죠. 며칠 함께 지내고 다시 헤어지니까 그때 여자친구가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저도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직업이 이런 직업이니. 여자친구가 잘 이해해주는 편이예요.

부모님도 오셨죠. 어머니는 오자마자 우시더라고요. 그땐 마음이 안 좋았는데, ‘꽃보다 할배’에 나온 두바이 분수쇼를 보고 싶다고 하시길래 안내해 드렸어요.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좋은 구경 시켜드리고 나니 중동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위가 장난 없더라고요. 사우나인 줄”

처음에 왔을 때는 1월이었어요. 시원하더라고요. ‘오, 중동 괜찮은데?’ 라고 생각했는데 시즌을 마치고 휴가를 가니까 먼저 와 있던 (권)경원이와 (이)명주 형이 이제 엄청 더워질거라는 거예요. 더워봤자 얼마나 덥겠냐, 라고 생각했는데…, 와 진짜, 장난 없더라고요 진짜. 사우나에서 공 찬다는 이야기를 안 믿었는데 진짜예요. 안 그래도 제가 땀이 많거든요. 지금은 괜찮으시죠? 7월엔 진짜…. 그래서 애를 먹었어요.

한국의 여름도 싫어하는데, 여기선 밖에 나갈 수가 없을 정도예요. 5분 거리에 한국식당이 있는데 거기 걸어갔다 오는데도 못 걷겠더라고요. 그늘도 별로 없어서 차를 주차해 놓고 30분 지나면 아주 뜨끈뜨끈해져요.

생활면에서 불편한 건 없어요. 중동이라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처럼 꽉 막힌 나라가 아니잖아요. 지금 딱 둘러봐도 외국인 투성이죠. 유럽과 다를 바가 없어요.

 

“아기레, 사진 보고 다혈질인 줄 알았는데…”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사진 보고 정말 다혈질인가보다 했는데… (막상 접해보니 아닌가요?) 다혈질이예요. 크하하. 엄청나게. 사석이나 훈련장에선 그렇게 인자한 분이 없어요. 경기장만 들어가면 외국 욕이 막 나와요. 왜 있잖아요. 'put*'라든가, 기타 ‘이건 알아듣진 못하지만 무조건 욕이다’ 싶은 말들. 그걸 계속 해요. 잠깐 하는 게 아니고 경기 내내 심판에게 하고, 상대 선수에게 하고, 우리 선수에게 하고…. 열정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진짜. 괜히 일본 대표팀 스페인 리그 감독을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발데스 주자크는 원정 갈 때 방을 같이 써요. 숙소도 같은 건물에 있고요. 둘 다 말수가 없어서 많이 친해지진 못했는데 현지 선수들은 지나치게 활달하고 밤에도 시끄러운 편이라서 주작과 있는게 편해요.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며 유로 2016을 보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우리 팀 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유심히 봤어요. 왼발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이제 UAE 축구에 거의 적응한 것 같아요. 원래는 성남에 있던 티아고가 오는 줄 알았는데, 아시다시피 알힐랄에서 빼갔다고 하더라고요.

호르헤 발디비아는 괜히 칠레에서 국가대표인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요즘엔 나이가 들어서 뽑혔다 안 뽑혔다 하는 것 같은데. 제가 경험해 본 선수 중 공을 제일 잘 차요. 너무 오래 끌긴 하지만 발디비아의 유무로 경기력이 달라져요. 스루 패스를 넣고, 공을 지키고, 뿌리고… 경기 운영 자체를 다 하는 선수예요. 여기서 엄청난 활약을 하는 세바스티안이라는 아르헨티나 공격수와 둘이 팀 공격의 50%를 차지하죠.

 

“몰래 운동하다 걸렸어요”

적응하기 힘들었던 시기는 여름 전지훈련이었어요. 스페인으로 갔는데, 한국에선 동계훈련이 엄청 힘들잖아요. 여기 전지훈련은 운동량이 너무 적어요. 연습경기에서 겨우 45분 뛰었다고 해서 다음날 회복훈련을 해요. 한국같으면 풀타임 뛰지 않는 이상 모든 훈련에 다 참가하면서 연습경기도 할 텐데. 또 개인훈련도 금지였어요. 몸에 GPS도 달고 피도 뽑고 시스템은 잘 돼 있는데 문제는 제가 해오던 훈련이 아니니까 몸이 안 올라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지훈련 끝나고 컨디션 관리에 애를 많이 먹었어요. 컵대회에 나갔는데 후반 시작하자마자 쥐가 난 거예요. 몇 경기 경기력이 나쁘니까 용병으로서 압박이 심하더라고요. 팀에선 무슨 문제 있냐고 물어보는데 ‘운동량이 너무 적어서 그렇다’고 해도 이해를 못하죠.

그래서 지금은 몰래 개인운동을 해요. 시간날 때 혼자 공터에 공 들고 나가서 땀을 쫙 뺄 정도로 훈련을 하고, 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스프린트를 더 뛰어서 훈련량을 늘렸어요. 그렇게 하니까 확실히 나아졌어요. 처음엔 코치들이 절 불러서 왜 혼자 뛰냐고 했는데 이젠 그냥 내버려 두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주차장에서 공을 차다가 트레이너에게 걸렸어요. 다행히 친한 사람이라서 다른 코칭 스태프에게 비밀로 해 준다고 했어요.

컨디션 관리를 직접 해야 된다는게 한국과 완전히 달라요. 현지 선수들은 자기 관리, 개인 운동을 안 하는 문화기도 해요. 그래서 중동에 오면 기량 발전이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하나봐 요. 본인 하기 나름이에요. 훈련 시설과 환경은 한국보다 잘 돼 있고 상대하는 선수들의 수준도 높아요. 저만 잘 하면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어요. 조금만 게을러지면 퇴보하지만, 열심히 하면 더 발전할 수 있는 곳이에요.

“대표팀, 절 보여드릴 기회가 없으니…”

아무래도 UAE가 멀리 떨어져 있고 슈틸리케 감독님께 절 보여드릴 기회가 없잖아요. 그거 때문에 영향이 좀 있죠. 체코, 스페인 평가전(6월) 때 한 번 뽑혔는데 그 뒤로 월드컵 예선엔 몸 뽑혔죠.

6월 명단 발표 전에 통역 분에게 전화가 왔어요. 경기력과 몸 상태를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전에 왼쪽 풀백 봤는데 어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어느 위치에서 뛰는지 관심은 갖고 계신 것 같았어요. 뭐, 당시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으니 감독님 눈에서도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사실 제 포지션에서 뛰진 못했죠. 체코전에선 후반 44분에 (손)흥민이과 교체돼 들어갔는데 왼쪽 윙에서 뛰었거든요. 여기서 잘 하다보면 또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당장 욕심을 부리긴 그렇고.

아쉬운 건 명주 형이죠. 여기서 정말 잘 하거든요. 알아인 같은 팀에서 2년 넘게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건 대단한 거예요. 이번에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보여준 게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클래스 있는 선수니까 또 대표팀에 가지 않을까요.

 

“제가 곤 꼬리곰탕을 먹을 거예요”

처음엔 경기 끝나고 쉬는 날마다 무조건 두바이에 갔어요. 이젠 너무 멀어요. 안 가요. 제트스키도 타 보고 총도 쏴 봤는데 이젠 적응이 다 돼서 그런가 귀찮…. 아, 최근에 낚싯대를 샀는데 2시간 동안 하나도 못 잡았어요. 네? 2시간으론 안된다고요? 제 성격이 낚시와 안 맞나 봐요. 또 해서 안 되면 갖다버릴까 싶어요. 요샌 위닝 마스터리그 하면서 누워 있다가 영어 공부를 틈틈이 하죠.

한국에선 합숙생활이 익숙해서 몰랐는데, 여기 나오니까 직접 해야 되는 일이 많아요. 울산 클럽하우스 좋잖아요. 밥 잘 나오고. 여기선 제가 해 먹어야 돼요. (박)종우 형에게 물어보니까 한국 마트가 있더라고요. 인터넷 주문을 하면 배달이 와요. 돼지고기만 빼고 다 와요. 닭도리탕, 스테이크, 김치찌개를 해 먹다가 어제는 꼬리곰탕을 했어요. 소 꼬리를 팔길래 대파, 마늘 넣고 불 올려놓고 기다리니까 대충 뽀얗게 되던데요? 요즘엔 요리하는 재미로 살아요. 전 레시피 안 보고 대충 때려넣는 스타일. 모 아니면 도로 맛이 나죠.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힘이 나니까 요리가 중요해요. 맛 없으면 라면스프 넣으면 되고.

근데 돼지를 먹어야 하는데. 제가 제주도 출신이거든요. 여기서도 외국인들을 위한 돼지고기를 팔긴 하는데 제주 오겹살과는 차원이 다르단 말이죠. (통역 담당자를 보며) 너 고기국수 안 먹어봤어? 제주도 한 번 데려가야겠네 이거.

 

임창우 : 1992년 2월 13일생.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A매치 5경기. 울산현대(2010~2015), 대전시티즌(2014 임대), 알와흐다(2016~ )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풋볼리스트 축구 취업 아카데미 개강...실무자 초빙
[단독] K리그 구단 해체 수순...연고지는 이미 떠났다
브라질 축구팀 비행기 비극...상대 팀 '우승컵 양보'
[기자회견] 무리뉴의 "맨유 우승 가능성 낮다' 전격 인정
맨유, '설기현 친정'과 격돌...이청용은 '친정'과 '폭풍 예고'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