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시련과 실패야 말로 성장의 가장 큰 자양분이다. 2016년 중국슈퍼리그(CSL) 클럽 항저우그린타운(杭州绿城)을 맡아 프로 감독으로 데뷔 시즌을 보낸 홍명보 감독이 받아 든 성적표는 16개팀 중 15위. 2부리그 강등이다.

항저우에서 첫 해를 정리하고 돌아와 ‘풋볼리스트’가 만난 홍 감독은 담담했다. “아마 팀이 강등되고서 잘리지 않은 감독이 중국에서는 나 밖에 없을 것 같다.” 항저우에서 보낸 지난 1년을 돌아본, 그리고 다가올 1년을 준비하는 홍 감독은 오히려 긍정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항저우와 2년 계약을 체결한 홍 감독은 강등이라는 결과에도 기존 계약에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짧은 휴식을 마치면 12월부터 2017시즌을 위한 훈련에 돌입한다.

강등이라는 결과를 낸 감독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결정이 아니고, 중국 2부리그의 팀을 지휘하는 상황도 홍 감독에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항저우와 홍 감독의 선택엔 고민이 깊지 않았다. 애초에 항저우의 젊은 선수들로 새로운 팀을 만들겠다는 장기 계획을 갖고 부임한 홍 감독은 자신의 팀을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작업에 큰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홍 감독의 프로젝트에 대해 항저우 역시 첫 시즌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 동안 20세 이하 대표팀과 23세 이하 아시안게임, 올림픽 대표팀을 거쳐 한국 성인 대표팀을 이끌고 주요 국제 대회를 경험한 홍 감독은 프로에서 보낸 첫 시즌의 이야기를 ‘풋볼리스트’와 함께 정리했다. 홍 감독과 항저우가 강등이라는 결과에도 서로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이유, 그리고 홍 감독이 만들고자 하는 항저우의 이야기를 전한다.

#부임 첫 시즌 경험한 강등, 무엇이 문제였나

-10월 마지막 한 달 일정을 남기고 잔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였습니다. 마지막 4경기에서 이기지 못했어요. 어떤 점이 문제였나요?

밑에 팀들끼리 차이가 거의 없었어요. 중위권과도 차이가 많이 안 났어요. 승점을 얻을 만큼 얻었다고 봤는데 창춘이 마지막에 4연승을 했어요. 막판에 경험 부족이 드러났어요 우리는 이전에 이런 상황을 경험한 선수들이 없었죠. 또 하나의 측면에서 보면 운이 따르지 않은 부분도 있었어요. A매치로 인한 휴식기 이전에는 좋았는데 중간 중간 길게 휴식기가 오면서 어린 선수들이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어요.

-중국 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하면서 후반기 일정에 조정이 있었습니다. 중국 대표팀 조기 소집으로 매달 2~3주 간 경기 일정이 비었는데요?

전반기에 우리가 장쑤쑤닝과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을 때, 광저우헝다 원정에서 1-1로 비겼을 때, 그리고 9월에 장쑤와 홈 경기에서 3-0으로 이겼을 때 휴식기에 들어갔어요. 휴식기가 끝나고 치른 경기에서 다 졌습니다.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어요. 좋지 않은 상황에서 휴식기가 오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딱딱 끊기니까. 우리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이라 흐름을 이어가면 불이 탈텐데 그럴 때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끌어올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휴식 기간이 길어지면서 선수들이 풀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인가요?

풀어졌다기 보다는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은 거죠. 예를 들면 휴식기에 들어가기 전에 좋은 경기를 했다. 긍정적 요소가 많잖아요. 좋은 분위기로 훈련을 하더라도, 팀에 경험이 있는 선수가 있다면 현재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한지, 경기에 나갈 때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를 팀 안에서 꺼낼 수 있어요. 그런데 그냥 좋은 분위기 속에서만 훈련이 되는 거죠. 그래서 내가 계속 안에 있는 간절함을 다시 꺼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어린 선수들에겐 쉽지 않은 부분이었어요. 더 철저하게, 투쟁심을 꺼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부족했죠. 

-항저우가 유독 1993년생을 중심의 어린 선수들을 주축으로 세워야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2015년의 베스트11 중에 7명이 나가버렸어요. 작년에 리그 후반기 기간에 새 감독 선임이 되지 않았어요. 그때 감독 대행을 맡았던 인물과 선수들의 관계가 별로 좋지 않았어요. 새 감독이 선임되지 않는 상황 속에 선수들은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딱 10월에서 12월 사이였어요. 내가 그때까지는 항저우 감독직을 결정하지 않았고, 그 사이에 선수들이 떠난거죠. 물론 더 좋은 조건을 찾아 간 선수도 있었지만. 내가 12월 중순에 결정을 하고 왔을 때는 주전 7명이 떠난 상황이었죠. 내 부임이 늦어지면서 우리는 1월부터 훈련을 시작했어요. (기자 주/ 10월 말 경 시즌이 종료되는 중국은 11월에 쉬고 12월 초부터 프리시즌 훈련을 시작한다.) 

-2016시즌 선수단 구성에 감독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1군에 올라온 선수들은 유망주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프로 경기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아니었어요. 작년에 떠난 선수들을 대체하기엔 어렸고, 경험이 부족했죠. 외국인 선수 영입도 이미 결정된 상황이었고. 일단 중국 선수들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른 팀보다 출발이 늦었죠. 나에게 분명한 것은 항저우가 강해지기 위해선 중국 선수들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확고한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좋은 외국인 선수가 오면 좋겠지만, 우린 그런 색깔을 가진 팀은 아니었으니까요.

보통 출전 엔트리 18명을 짰을 때 5명은 외국인 선수, 93년생부터 95년생선수가 10명이었어요. 나머지 3명을 20대 후반 선수로 구성합니다. 물론 구단에게도, 나에게도 성적이 중요하지만, 올 한해 선수 육성도 하면서 성적을 내야 했던 부분은 분명 어렵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보람있는 일이죠. 그런 측면에서는 개인적으로 만족했고, 구단에서도 그런 점을 많이 생각해줬어요. 올해 여러가지 경험을 했는데, 시간이 금방 금방 갔어요. 엄청 빨리 간 것 같아요.

# 11연속 무승, 최종 강등 성적에도 신임 받은 이유

-강등이 결정되고 나서 오히려 여론의 반응이 생각 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2부로 떨어진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감동을 받은 것은,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가 2부로 강등이 됐는데, 팬들 중 어느 누구도 선수들에게 화를 낸다거나,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는 거에요. 결과적으로 강등 됐지만, 우리 선수들이 팬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준거죠. (Q.항저우 관중들의 열기는 어느 정도였나요?) 마지막 경기에는 팬들이 많이 왔지만 그전 경기는 거의 비슷했어요. 항저우가 축구 열기가 높은 도시는 아닙니다. 상대가 좀 강한 팀이면 팬들이 더 오기는 하는데 보통 만2천에서 만3천명 정도 오는 수준이에요. 운동장이 워낙 크다 보니 더 적어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강등이 결정되고서 거취 문제는 어떻게 결정을 하게 된 것입니까?

우리 선수들이 나의 거취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마지막 2~3경기를 남겨 뒀을 때부터 언제든 강등이 될 수 있는 현실이었거든요. 감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선수단 안에서는 내가 떠날지 남을지가 관심이었죠. 내가 떠날 경우 떠나겠다는 선수도 몇몇 있었고. 선수들이 나와 신뢰 관계에 있고, 내가 남는다면 남는 선수들이 많이 있었어요.

구단 입장에서도 어려운 일이죠. 지금 1993년생 선수들 중에 많은 팀에서 제안이 올 거에요. 미드필더 자오위하오(23) 같은 경우 원하는 팀이 굉장히 많아요. 몸값이 180억원까지 올랐어요. 이 선수들을 잘 지키는 게 구단의 역할이죠. 

나 개인적으로는 계약 기간을 채우는 것뿐 아니라 길게 있으면서 팀의 비전을 만들고 싶었어요. 팀의 단장 역할을 하는 우샤오쿤과 마지막 경기를 하기 전에 미팅을 했어요. 우샤오쿤이 말하기를. "가시와 레이솔에 홍명보의 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팀에도 당신의 혼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경기 전에 내게 잔류를 요청했어요. 마지막 경기 끝나면 나도 선수들에게 거취 표명을 해야 하니까. 남는다, 떠난다 이야기를 해야하니까. 경기 결과를 봐고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구단 측에 어떻게 할 것이냐. 2부에 떨어져도 나와 갈거냐, 아니면 강등의 책임을 물을거냐. 물었죠. 잔류 요청을 받았고, 알았다고 했습니다. 결정은 강등이 결정되기 전에 했어요. 

-중국에서는 시즌 중에도 감독이 자주 바뀌고, 시즌 마다 감독 교체도 잦은데 강등이라는 결과 뒤에 꽤 이례적인 일입니다.

결과만 보고 결과에 의해서 모든걸 판단하는 것은 우리나라나 중국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도 솔직히 성적에 따라 나서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항저우는 애초에 내 거취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고, 2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처음부터 갖고 있던 팀이에요. 마지막에 그런 상황이 왔지만, 사실 중국은 3~4경기만 져도 감독의 목이 잘리는 곳이잖아요. 내가 항저우에 남은 것은 한국 축구에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우샤오쿤은 축구 선수 출신 단장입니다. 유럽에서도 뛰었고, 항저우 선수 출신이죠. 우리 미팅에도 들어오고, 벤치에도 앉아요. 중국축구협회에서 구단 책임자가 벤치에 앉아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1년 동안 쭉 보면서 판단을 한거죠. 

우리가 11경기 동안 못 이길 때도,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런 경우에는 웬만하면 감독을 경질하죠. 새로운 감독이 와서 분위기를 전환하고. (항저우가) 나를 저버리지 않은 것은 그렇게 성적이 좋지 않고 결과가 좋지 않아도, 선수단은 똘똘 뭉쳐 있었다. 중국 선수들이 그렇게 뭉쳐있었다는 거에요. 그게 그 당시에 나를 내보면 안된다고 한 아주 큰 이유였다고 들었어요. 물론 경질에 대한 고민은 할 수 있겠죠. 성적이 좋지 않으니까. 필립 트루시에도 도중에 나갔었고. 그런데 구단에서는 그렇게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은데도, 보통 뿔뿔이 흩어지는 중국 선수들이 똘똘 뭉쳐 있다는 걸 본 거에요. 

축구를 한 사람이 운영진에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거죠. 결정권자가 축구를 모르고 스포츠를 모른다면, 표면적인 것만 가지고 볼 수 밖에 없는거죠. 그게 한국 축구에도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에요. 물론 중국의 다른 팀은 그렇지 않아요. 다른 팀들은 돈을 몇 백 억씩 쓰고, 성적 안 나면 감독을 자르고. 자본적으로 여유가 있는 팀은 좀 더 유명한 사람 부르고. 그게 그런 팀들의 방법이죠.

-11연속 무승 뒤에 3연승이 있었습니다. 어떤 점이 어려웠고, 어떻게 극복했던 것인가요?

이번 1년은 축구도 축구지만, 중국 선수들에게 왜 준비를 해야 하고, 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왜 땀을 흘리지 않으면 안되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부분에만 1년이 걸린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중국 선수들은 조금만 아프면 안하려고 하고, 조금만 힘들어도 안하려고 하니까, 그런 것을 실질적으로 말 뿐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데, 우리는 약팀인데다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죠. 우리가 11경기를 못 이겼을 때도 팀은 뭉쳐 있었고, 그 고비를 넘기고 6월, 7월에 결과가 나오니까 선수들도 이래서 우리가 한 팀이 되지 않으면 안되는구나, 그런 인식을 한 것 같아요. 그 전부터 훈련도 많이 했고, 아무래도 연승을 할 때부터 믿음이 생겼죠.

-11연속 무승 와중에도 팀이 흔들리지 않았던 힘은 무엇인가요?

시합에서 이기지 못하니까 선수들도 그렇고, 코칭 스태프도 아무래도 사기가 저하되어 있을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신경질적인 반응 나올 수도 있고. 그때 일부 선수가 경기장에서 서로 싸운 적도 있었어요. 그런 것에 대해 전혀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 "이게 지금 우리 상태다. 너희가 지금 받는 스트레스를 경기장에 가서 풀어야 한다. 얼만큼 인내하고 노력해왔냐. 아직 그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 뿐이다." 그렇게 격려했고, 결국 7월에 3연승을 했어요. 

항저우 팬들에게 감동을 받은 게 두 번 있어요. 우리가 창춘과 연변 등 원정 경기를 가서 3연승을 하고 돌아왔는데, 공항에 300여명의 팬들이 나와 있는 거에요. 깜짝 놀랐어요. 중국에 이런 문화가 있었구나. 놀랐어요. 그런 믿음을 갖고 이기거나 비기는 경기가 이어지다가 8월, 9월, 10월, 최종예선 A매치 기간에 흐름을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워요. 중국슈퍼리그가 후반기 리그 일정을 옮기고, 후반기의 경기를 전반기로 당겨 치르고. 나쁜 흐름은 휴식기에 올릴 수 있지만 우린 반대로 좋았던 흐름이 끊기고, 결국 다 졌으니까. 공부가 많이 됐죠. 

#프로 감독 첫 해, 홍명보가 남긴 것과 배운 것

-지도자 데뷔 후 줄곧 대표팀에서만 활동했습니다. 항저우 데뷔전을 치르고 이 선수들과 내일 또 훈련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던 말이 기억 납니다. 프로 감독으로 보낸 1년은 어땠나요?

물론 처음 프로팀 감독을 해봤기 때문에, 다른 점들이 있었죠. 우선 스케줄이 계속 이어지니까. 예를 들어 대표팀 같은 경우 일주일에 두 경기를 하고 나면 해산하는데, 계속 연결될 수 있으니까. 대표팀 같은 경우는 일단 경기 결과가 중요하잖아요. 첫 게임이 잘못되면 그 다음 경기는 소집 기간 안에 뭐가 잘못됐는지 빠르게 파악하고, 2~3일 안에 수정해서 나가야 하죠. 프로팀은 좀 더 장기적인 목표,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선수들, 당장 증명할 수 없는 선수들에게도 경험을 주고, 이를 통해 계속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죠. 

항저우는 베테랑 선수가 없고 어린 선수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선수들의 발전 방향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어요. 중요한 것은, 이 선수들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해야 하는데. 대표팀 같은 경우 한계가 있잖아요. 컨디션 문제도 있고, 체력적 문제도 있고. 선수들 간의 위치도 있고. 넘어설 수 있느냐, 없느냐를 훈련장에서 하기가 실질적으로 어렵죠, 바로 이틀 있다가 다시 시합이고. 항저우에서 이걸 한번 넘어서 볼까, 많이 도전했는데, 결과적으로 중국 선수들이 넘어섰어요. 체력적인 면도 그렇고, 전술적인 면도 그렇고, 정신적인 측면도 그렇고. 못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넘어섰던 경우가 있었어요. 그걸 확인을 했어요. 달라진 모습도 나오고.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넘어선 것인가요?

우리 선수들은 중국슈퍼리그 경험이 없다 보니 굉장히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갖고 했어요. 후반기에 주전으로 뛴 골키퍼 조더하이(23)는 지금까지 슈퍼리그 출전이 없던 선수고(올 시즌 20경기 출전), 레프트백으로 뛰었던 차오하이칭(23)은 지난 4년간 15경기 밖에 못 뛰었는데 올 시즌에는 25경기나 뛰었어요. 중앙 수비수 천시아오(27)도 전반기에는 경기에 못 나오다가 후반기부터는 마지막까지 계속 뛰었어요. 미드필더 천종류(23) 같은 경우 딱 60분 만 뛰면 방전되는 선수였어요. 그 선수도 풀타임을 뛸 수 있게 되었고, 루오징(23)은 경기력이 들쑥날쑥했던 선수였고. 이 선수들과 꾸준한 경기력을 발휘한다는 것에 대해 쉽지 않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해보자. 도전해보자. 내가 생각한 것 이 상으로 선수들이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선수들이 열심히 했고 잘했어요.

-항저우에서 홍명보의 리더십은 어떤 방식이었나요? 아무래도 외국인 감독으로 팀을 맡았다는 점 역시 달랐을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무작정 내가 감독이니까, 나는 외국인이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 해라. 또 다른 한 가지는 선수들이 어려서부터 자라온 형태, 환경, 문화 이런 것들을 판단해서 결정하는 거에요. 나는 후자입니다. 선수들이 각자 어려서 자라온 환경, 중국의 문화, 관계 이런 것들 항상 보면서 결정했어요. 내 말이 옳으니 따라라. 그런 게 아니라 항상 훈련이나 생활 스케줄을 짤 때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결정했어요. 물론 내가 보기에 너무 아니다 싶은 것은 잘랐지만, 대체적으로는 선수들의 개별 사정을 생각하면서 이 선수들을 성장시키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측면에서 내가 이전에 생각한 중국 선수들의 이미지보다 우리 선수들이 잘 따라줬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일본이나 미국이나 러시아나 등에서 외국 생활을 해본 것이 많은 도움이 됐지만, 또 중국에 있으면서 중국의 문화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가 됐어요.  감독은 결국 매니지먼트를 잘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나도 우리 중국 선수들을 많이 신뢰해요. 그게 안됐다면 벌써 잘렸겠죠. 나는 그것 만으로도 충분해요. 선수들도 자신들이 감독에게 존중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에요.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항저우에 홍명보의 문화를 이식하려고 한 점은 어떤 것인가요?

팀, 협동, 희생. 이런 것에 대해서 아직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런 경험을 우리가 올해 몇 차례 경기를 통해 할 수 있었어요. 선수들 본인이 경기를 하면서 느꼈을 거에요. 그래서 더더욱 이 선수들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나와 함께 하는 동안 선수들이 어떤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이죠. 

진솔하고 솔직하게. 선수들에게 우리 팀이 어떤지, 우리가 나가야 할 길에 대해 항상 미팅 시간에 이야기했어요. 물론 통역을 통해 나가긴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개인이 혼자 싸우기 보다 팀으로 싸우면, 경기에서 지더라도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나를 알아갈 수 있었어요. 그럴 수 있었던 경기들이 있었어요. 우리 팀이 다른 슈퍼리그의 팀들보다 어리기 때문에, 이 선수들 잘 한다고 하면 앞으로 슈퍼리그에서 가능성이 있는 팀이 될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지난 1년 간 항저우 중국 선수들의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일단은 경기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 다음에는 싸워야 한다는 투쟁심에 대해서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중국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성장했다는 것은 나 뿐 아니라 코칭 스태프, 선수 본인, 구단 모두 이해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팀이 강등되고 잘리지 않은 감독이 중국에서는 유일하게 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분명히 우리 팀은 변화 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작년에 떠난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조금 벅찼어요. 

우리가 지난 6년 동안 광저우헝다에게 이겨본 적도, 비겨본 적도 없어요. (주/ 항저우는 광저우헝다와 2009년 이후 대결에서 12연패를 기록하다 올 시즌 원정 경기에서 첫 무승부를 기록했다.) 코칭 스태프 미팅에서 한 코치가 5백 수비를 쓰자고 제안했어요. 비기는 것에 중점을 두자.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는 광저우헝다와 경기에서 5백을 써서 어떻게 됐냐고 물었죠. 쓴 적도 있고 안 쓴적도 있는데, 6년 동안 한번도 비기지도 못했던 거에요. 나는 ‘그러면 우리가 진다고 생각하고 4백으로 하자’고 했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축구이고, 선수들이 지금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니까 지더라도 이렇게 나가는 게 맞다. 결국 5백도 연습을 하기는 했지만 마지막 결정은 4백으로 나갔고, 결과적으로 6년 만에 1점을 땄어요. 그것도 광저우 원정에 가서. 구단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1점이죠. 

중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정 경기는 이기기 어렵고 비겨야 한다는 사고 방식을 깨야 해요. 실제로 원정 경기는 이기기 어렵지만 그런 생각을 깊게 박혀 있어요. 그런 생각을 깨는 게 중요해요. 이런 점부터, 환경, 자기관리, 음식 등 여러 면에서 우리 선수들이 많은 발전을 했던 한 해였어요.

-항저우가 강등을 당했지만 리그 후반기에 중국 대표팀의 물망에 오른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탄양 같은 경우 얘기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부상 중이어서 안 됐어요. 루오징은 장쑤와 경기에서 잘했는데, 아직은 경기력에 기복이 좀 있어요. 아직 어린 선수들이니까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해야죠.

-공격진에는 항저우 역시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전반기에는 팀 케이힐, 후반기에는 안셀무 하몽과 사미르가 활약했습니다. 

외국인 선수 한 명이 팀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쳐요. 경기도 경기지만 생활, 태도, 훈련 태도,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치죠. 그런 점에서는 아주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앞으로는 구단에서 생각해야 되는 점은 기량 외적인 측면이에요. 중국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이 한 팀으로 섞이는 부분에서 부족한 면이 있어요.  한국, 일본은 그렇지 않은 데 중국에는 그런 면이 있었고, 이제 그런 부분을 알게 됐죠. 중요한 건 역시 중국인 선수들에게 신뢰 받을 수 있느냐죠. 코칭 스태프도 마찬가지고. 

중국슈퍼리그는 좋은 외국인 선수 3명을 두고 나머지는 수비하는 축구를 많이 해요. 우리 팀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투자할 수 없는 팀이기도 하고. “우리는 중국 선수들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강한 팀이 될 수 없다.” 그런 메모를 써놨어요. 선수들에게 굉장히 시간을 많이 투자했어요. 어린 선수들은 훈련도 따로 더 하고. 1군은 1군대로 컨디션 조절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 2군 선수들도 계속 훈련 시키고. 그러다 보니까 선수들과 신뢰 관계도 어느 정도 쌓여 가고, 선수들 사이에 자기들끼리 경쟁심도 높아졌고. 그런 측면에서 이번 1년은 의미가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나도 중국 축구를 처음 접했고, 기초를 닦는 시간이었죠. 

물론, 생각만큼 쉽게 빠르게 익혀지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동안 내가 들었던 중국 선수들의 모습과는 180도 달랐고, 열심히 했고. 많이 성장했고. 물론 감독이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선수를 만들어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에요. 성적의 경우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잔류였죠. 잔류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항저우 구단의 전체적 상황으로는 지금 선수들이 한 2~3년 정도 2부리그에서 강해지고. 강해진 다음에 올라온다면 슈퍼리그에서 높은 곳을 목표로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있는 우리 선수들이 같이 올라갈 수 있다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아요. 이렇게 어린 선수들이 많이 경기에 나가는 팀이 슈퍼리그에는 거의 없어요.

#잔류 보다 어려운 승격, 중국 2부 도전 택한 이유

-중국 축구의 투자는 1,2부를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2부리그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세계적인 선수를 영입하는 팀이 많습니다. 실제로 잔류 경쟁보다 승격 경쟁이 더 어려울 수 것이라는 시선이 많습니다.

2부리그도 (투자가) 장난 아니에요. 구단에는 정확하게 얘기했어요. 내년에 우리가 다시 1부로 올라올 수 있는 길은 딱 하나다. 투자다. 비싼 외국인 선수를 사면 무조건 올라올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스쿼드 상으로는, 내년에 1부에 올라가도 안된다. 장기적으로 2년이고 3년이고 2부리그에서 다져야 한다. 내년에 돈을 투자해서 올라와도, 우리 선수들의 경험적 측면을 봐서는 또 강등권에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2부리그에서 2~3년 더 힘든 경험을 하고, 더 강해지고 그때 올라오면 그때 목표는 잔류가 아니라 상위로 갈 수 있다고 봐요. 우리에겐 뛰어난 어린 중국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 선수들이 2~3년 간 잘 크면 25~26살이 됐을 때, 그때 도전할 수 있다고 봐요. 

지금 도전해서 1부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올라가도 다시 같은 상황 벌어질 수 있어요. 우리가 돈을 많이 쓰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유스를 잘 키워서 팀이 강해지기 위해선 앞으로 2~3년의 시간이 정말 좋은 시간이다. 그런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근본적인 걸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항저우 구단은 매년 10월, 11월이 되면 잔류하느냐 마느냐가 몇 년째 계속 되고 있어요. 그런 시즌을 보내는 것 보다, 우리가 다른 팀에 외국인 선수가 밀리는 상황에서 21살과 23살 선수들이 많은 성장을 했으니, 여기서 한 단계 더 높아지기 위해 더 어려운 환경에서 더 강해져서 올라오자는 것이죠.

축구뿐 아니라, 중국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강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어요. 축구가 기술로만 되는 건 안되니까. 정신적인 부분이 축구에서 굉장히 많이 차지해요. 그런 면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2부리그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도 있습니다. 이 얘기도 강등이 되고 나서 한 것은 아니에요. 우리 선수들이 어리니까 눈 앞의 1년이 아니라 조금 더 멀리 보고 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거죠. 

-2부리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감독으로서도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지 않나요?

감독의 입장에선, 나는 상관없어요. 나 개인(의 평판)에 대해 부담을 받고 그런 건 없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올바르게 이끌어가는게 내 역할입니다. 항저우 구단이 강해질 수 있는 길을 가자는 얘기에요. 강팀이 될 수 있는 길을 가자는 얘기입니다. 물론 올해 1부에 잔류했다고 해도, 선수 구성이 더 보강이 되었다면 더 높이 올라갈 수 도 있었겠죠. 누구도 모를 일이에요. 일단 이번 1년의 결과를 받았으니,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새 시즌 선수 구성 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1부리그 팀에서 제안이 오는 선수들은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단에 얘기한 것은 지금 이 어린 선수들을 데려가는 것이 구단의 미래를 봤을 때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이 중국 선수들이 강해지는 것을 원하니까. 물론 선수들은 1부리그에 대한 마음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 그 팀에 간다고 꼭 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요. 이적해서 벤치에 앉아 있을 것인지, 아니면 여기에서 경기를 계속 뛰며 발전할 것인지. 향후 선수 생활을 위해 자신에게 어떤 것이 좋을지 본인이 선택하는 거죠. 마지막 경기 끝나고, 마지막 미팅을 하면서 선수들에게 ‘난 여기 남을 거다. 본인이 떠나고 싶은 사람은 떠나라. 하지만 내년에 또 같이 나와 함께 땀을 흘릴 선수는 남아라’ 그렇게 얘기하고 왔어요. 

그래도 가고 싶은 선수는 가야 합니다. 그에 대한 대체 자원도 있어요. 21세와 23세 선수들이 우리 팀에는 많이 있습니다. 개인을 위해서도 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구단에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면, 대체할 선수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이적시키고 만들어 가야죠. 지금 있는 선수들 만으로도 괜찮아요. 1~2명 정도가 나갈 거라고 생각하면 베테랑 선수로 1~2명 정도를 보강하면 어떨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부리그는 외국인 쿼터가 3명으로 줄고 아시아 쿼터도 쓸 수 없게 됩니다.

구단과 상의할 부분이에요. 외국인 선수는 한 두 명 정도는 남길 생각입니다. 나도 외국인 선수 생활 해봤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축구만 잘하는게 아니라 책임감이 있고 선수들에게 모범 될 수 있는 선수가 들어오는 게 어린 선수들에게 좋다는 겁니다. 그런 선수를 영입하는 게 시너지 효과가 될 거에요. 올해 우리 팀은 피지컬 코치가 두 세번 바뀌었어요. 2017시즌에는 전지훈련 시작부터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가 함께 합니다. 9월부터 왔고 10월에 합류했어요. 

-내년 시즌에 대한 전술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요?

우리가 득점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실점률은 좋았어요. (주/ 항저우는 2016시즌 30경기에서 37실점을 기록했고 이는 리그 최소 실점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준우승팀 장쑤보다 4골을 더 실점했고, 리그 6위 광저우푸리보다 13골을 덜 실점했다. 28득점으로 리그 최소 득점 2위에 그친득점력이 숙제였다.) 수비조직은 만들면 되니까, 내년 같은 경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형태를 만들려고 합니다. 2부리그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술적으로 다른 시도할 생각이에요. 우리 팀에 공격성이 강한 어린 산수가 몇 명 있어요. 루오징, 펑강, 장이펑은 공격 성향을 갖고 있는데 수비력은 부족해요. 2부리그에서는 이 선수들을 잘 살릴 수 있는 전술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유럽 축구도 많이 보지만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그런 플레이가 가능하냐 아니냐죠. 선수들이 전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판단한다면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과적으로 더 혼란스럽고, 경기가 안 될 수 있어요. 

중국 같은 경우 5백을 쓰는 팀이 많아요. 물론 지키기 위해, 골을 안 먹기 위한 경기를 할 수 있지만, 선수들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조를 유지해야 합니다. 더 센 팀을 상대할 때 지키는 게 아니라 나가서 싸워봐야 합니다. 광저우헝다전은 그런 점에서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좋은 훈련이었습니다. 선수들 자신이 부족한 점을 느낄 수 있다면 가장 좋죠.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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