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전 국가대표 선수 차두리(36)가 국가 대표팀에 돌아왔다. 전력 분석관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축구 국가 대표팀 스태프로 합류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차두리가 ‘전력 분석관’의 역할을 맡게 된 배경에는 코치로 선임할 수 없는 그의 코치 라이선스 문제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에 전력 분석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10월 이란과 예선전에서 대표팀은 상대에 전략적으로 완패를 당했다는 내외부의 평가를 받았다. 차두리는 코칭 스태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표팀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멀티 스태프’다.

그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 중에서도 현재 공식적으로 달고 있는 ‘타이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자격증 문제로 전력 분석관을 맡았지만, 실제로 전력 분석관이 필요하다는 여론과, 전력을 분석하는 임무에 대해 차두리 분석관에 물었다. 차두리 분석관이 부임 후 처음으로 진단한 내용은 이렇다.

#대표팀의 문제는 전술보다 심리에 있다

“지금 대표팀 상태를 얘기하자면, 그 어떤 전력 분석과 전술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감 찾는게 먼저다. 선수들이 정말 대표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을 준비를 하는 것이 먼저다. 모든 것이 갖춰지고 난 뒤에 전술을 논하고 상대편을 우리가 어떻게 공략할지 논할 부분이다.” 

차두리는 현재 대표팀이 선수들의 역량에 비해 좋은 경기력이나 결과를 내지 못하는 부분에 전술적 문제보다 심리적 문제가 크다고 짚었다. 자신이 대표팀에 들어가서 해야 할 일이 상대팀 전력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응 전략을 구축하는 것 보다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해다. 

“지금은 선수들이 이란전 패배 이후 그 많은 일들 때문에 조금 불안할 수 있고, 자신감 많이 떨어져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코칭 스태프, 감독님과 함께, 또 팀에 합류할 고참 선수들, 경험이 더 있는 선수들과 함께 나도 많이 대화 나눠서 그 부분 만들어 나가겠다. 그리고 나서 감독님이 원하는 전략이 있다면, 주변에서 상대를 분석하는 많은 분들이 있으니 그 분들과 의논해서 짤 것이다. 지금은 전술 전략 보다 자신감 회복 중요한 것 같다.”

차두리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및 현 주축 선수들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을 함께 했고, 대표팀 은퇴 이후에도 대표팀 후배 선수들은 물론 슈틸리케 감독과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대표팀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개인적으로 독일에서 코치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한 시간을 보냈지만 대표팀의 현재 상황에 대해 외부인 중에서는 가장 잘 알고 있는 축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과 일대일로 많이 소통하는 스타일이다. 선수들과 경기 동영상을 놓고 많이 이야기한다. 전술적으로, 기술적으로 선수들과 소통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 앉은 상황에서 차두리 분석관의 합류는 형님 역할 뿐 아니라 대표팀의 여러가지 소통, 예를 들면 선수와 스태프, 선수와 선수, 안론과 감독, 언론과 선수 등 소통을 더 편안하게 도와줄 수 있는 정점이 있을 것”이라며 소통의 폭을 확장해 현재 대표팀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가 이번 선임에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위기, 가장 큰 숙제는 소통

차두리 분석관은 보다 직접적으로 현재 대표팀이 소통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이것이 슈틸리케 감독 자체의 문제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입장고, 상황도 아니다. “제가 지금 여기 앉아서 감독님이 뭘 잘못했다라고 말할 거라고 기대하시는 기자님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설사 감독이 잘못했거나, 선수 누가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팀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차두리는 대표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나누는 과정에서의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현재 대표팀 선수들의 소통의 문제로 분명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작년 FA컵 경기가 끝나고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축구 인생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축구를 하고 싶다거나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 내가 축구 그만 둔 것이 후회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축구를 그만두고 독일 가서 자격증을 따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축구를) 조금 더 깊게 배우고, 시스템 배우는게 너무 즐거웠다. 지금 운동장에서 박수 받고, 경기를 이기고 지고 보다 훨씬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지난 이란전 패배 이후 여러 선수들과 조금 이야기도 나누고 통화도 하고 그랬는데, 그 날 처음으로 ‘아 내가 은퇴를 너무 빨리했나’라고, 축구 그만둔 이후 처음 (생각이) 든 것 같다. 처음으로 후배들한테 미안한 생각도 들고, 내가 조금 더 해서 후배들하고 같이 조금 더 후배들이 어느 정도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후회를 처음으로 한 것 같다.”

“뭔가 지금 틀이 안 맞는건 사실이고, 그게 경기장 안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그걸 굳이 숨길 수도 없다. 저는 팀을 떠났기에 정확히 안에서 뭐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말할 수 도 없고, 알고 있더라도 말을 절대 안할 것이다. 그건 선수들과 감독 그리고 팀 안에서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좋은 방법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차두리는 일반론으로 소통의 문제가 생긴 원인을 진단했다. 이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차두리의 가장 큰 역할이다. 이 소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하다. 

“모든 단체가 그렇듯 일이 잘 안되면 리더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제 아버지도 그랬고 많은 축구 감독들이 항상 그래왔다. 소통 문제는 대표팀 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우리 나라 전체적으로 회사나 학교를 다니는 모든 사람의 문제가 아닐까? 학교를 다닐 때 선배, 회사에서 상사가 무서워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면서 자라온 것 같다. 그래서 독일에 있는 선수들 사람들과는 다르게 우리 나라는 자기 생각을 완벽하게 누군가에게 말을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그게 제가 독일에서 생활하고 한국에 와서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은 조금은 과하게 어린 선수들이 자기 모든 생각을 내뱉는게 있지만, 우리 나라처럼 모든 것을 말 하지 않으면, 사실 말 안하면 사람이 모른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는 말을 하지 않으면 뭔가를 고쳐나갈 방향이 없다.”

#감독과 선수 사이의 균형, 차두리 분석관의 역할

슈틸리케 감독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지만 차두리 분석관은 대표 선수들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보통 어느 한쪽의 잘못에서만 기인하지 않는다. 차두리는 이미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 물론 감독님의 발언도 그렇지만,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조금은 프로가 되야 하지 않을까? 물론 순간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경기력이 안 나온다, 감독님이 그런 생각을 해서 시합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건 대표 선수로서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게 오히려 자극이 되야 하고, 더 잘하려고 해야 한다. 대표팀은 그냥 왔다가 2주 있다가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와서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곳이다.”

차두리는 대체로 대표팀 스태프 안에서 조력자가 되고자 하는 겸손한 자세를 취했지만, 자신이 가진 노하우에 대한 자부심도 숨기지 않았다. 자격증이 미비한 상태에, 지도자 경력이 없다는 점에 대한 질문에 “나도 어디 동네 축구팀에서 축구를 한 것은 아니다. 직접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고, 나름 많은 것을 보고 공부했다”고 했다. 

자격증 문제로 전력 분석관이지만, 차두리는 실제로 전력 분석관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고, 그부분에서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차두리의 모든 역할인 것은 아니다. “내 의견이 맞다고 판단하면 감독이나 스태프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내가 생각하는 전술적 의견, 경기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자기 의견을 얘기하다보면 최상의 준비 자세와 전력을 갖고 시합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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