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한준 기자= “할 말이 없다.”

 

26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수원삼성과 ‘2016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전에서 1-3으로 패한 뒤 윤정환 울산현대 감독과 진행한 경기 후 회견 시간은 짧았다. 승장인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에게 6개, 수훈선수인 수원삼성 공격수 조나탄에게 7개 질문이 쏟아졌으나 윤 감독은 경기 소감 외에 2개의 질문에 답했고, 회견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마지막 집중력이 승부를 가른 것 같다.” 울산은 전반 39분 코바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앞서가다 후반 36분 조나탄에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 추가 시간에 수원의 조나탄과 권창훈이 역전골과 쐐기골을 타트려 울산을 천당에서 지옥으로 몰아 넣었다. 경기는 대체로 조용했다. 후반 중반 염기훈, 산토스, 조동건을 차례로 투입하며 수원삼성이 공격을 보강하고부터 경기 흐름이 달라졌다.

울산은 경기 내내 무기력해 보였다. 페널티킥으로 얻은 선제골 과정은 수원삼성 수비수 곽광선의 실책 덕분에 찾아온 기회에 가까웠다. 기니비사우 대표 공격수 멘디는 몸이 무거워 보였다. 허벅지에 테이핑을 하고 절뚝이며 후반전을 뛰었다. 좌측면의 코바도 지쳐보였다. 우측면에서 공을 운반하던 김태환은 두 외국인 공격수와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져 보였다.

윤 감독은 “선수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후반전에 특히 체력이 떨어진 점에 대해서는 “패스미스가 너무 많이 나왔다. 그러다 보니 경기 흐름을 관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은 추가골로 달아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나 멘디는 물론 후반전에 들어온 이정협도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허공으로 보냈다. “후반전의 기회에서 득점했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수비를 하다가 힘이 빠져서 그런 부분을 이겨내지 못했다.”

선수들의 체력 문제과 결정력, 집중력에 대한 문제를 패인으로 지적했으나 여러 어수선한 부분도 패인이었다. 윤 감독 자신도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 시기에는 내년에 대한 걱정으로 선수들이 동요한다. 날씨도 우중충하다. 나도 선수 시절에 그랬다. 티가 난다. 그런 걸 잘 잡는 것이 승부처”라고 했다. 

윤 감독은 최근 일본 J리그와 중국 2부리그 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윤 감독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의 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실속은 없고 얘기만 있다. 선수들도 자기들이 듣는 것이 있으니까. 나도 몇 번 선수들에게 얘기를 했다. 선수들을 잡기가 쉽지 않다.” 윤 감독은 팀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역전패로 경기가 끝난 뒤 울산 서포터즈가 선수단 버스를 가로 막았다. 버스에 오르려던 윤 감독을 막아선 뒤 책임을 지라고 항의했다. “당신은 그냥 떠나면 그만이지 않느냐”고 했다. 최근 불거진 이적설과 그 이후 보여지는 경기력이 윤 감독의 레임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윤 감독은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경호원이 버스를 막은 팬들을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험악한 상황도 연출됐다. 올 시즌 울산은 굴곡진 시즌을 보냈다. 지난 6월에도 포항에 0-4 참패를 당한 뒤 윤 감독은 팬들과 마주하고 해명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여름에 성적 반등에 성공했고, 결국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으며,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에 도달했다. 그러나 다시 울산은 흔들리고 있다. 사령탑 윤 감독도 흔들리고 있다. 수원과 경기에서 그랬듯 울산은 버틸 수 있는 끈끈함을 보이지 못했다. 

윤 감독은 2년 계약이 1년 추가 옵션 조항을 갖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발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윤 감독은 울산에서 보낸 2년의 시간 동안 구단과 선수단, 팬 등 다각도로 불편한 시간을 보냈다. 성적은 이를 증명하는 가장 결정적인 열쇠다. 울산 구단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윤 감독이 내년에도 울산 벤치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윤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기의 중요성을 알 것이다. 시즌 후에 나오는 결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윤 감독은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FA컵 우승이 좌절됐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라는 목표점은 기회는 남았다. “리그 3경기가 남았다. 전력을 다하겠다.” 

윤 감독은 항의하는 팬들에게 내일이라도 구단과 상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은 구단과 감독 자신 모두 득될 것이 없다. 진정한 책임은 남은 3경기의 내용과 결과를 통해 져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감독 퇴진이 가져올 어떠한 효과도 보기 어려운 시점이다. 윤 감독 자산도, 울산 구단도 다음 행보를 위해 ACL 진출권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달성하느냐 여부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울산은 현재 승점 49점으로 4위다. 3위 제주유나이티드에 승점 6점을 뒤져 있다. FC서울이 FA컵 우승을 할 경우 현 순위로도 ACL에 나갈 수 있지만, 수원이 우승할 경우 어려운 상황이 된다. 현재 자력으로 3위가 되기는 쉽지 않다. 오는 30일 상주상무, 11월 2일 제주와 맞대결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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