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하는 한 나라의 모든 축구팀이 자웅을 겨루는 FA컵. 한국에서는 유독 그 권위와 관심이 높지 않다. 2016시즌 FA컵 준결승 일정 개시를 앞두고 '풋볼리스트'는 한국의 FA컵이 갖고 있는 문제와 대안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반적으로 FA컵이 리그컵보단 높은 권위의 대회지만 한국은 아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던 옛 리그컵이 정규리그의 일부처럼 취급되던 시절이 있던 반면, 현재 유일한 컵대회인 FA컵은 정규리그에 밀린 2등 대회일 뿐이다.

대회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 대진 추첨을 도입하고, 추첨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2011년부터는 4강 대진을 정하는 동시에 모든 팀에게 결승전 개최 확률을 4분의 1씩 부여하는 ‘원 스타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다 올해는 결승전을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른다.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과장은 “흥행을 위해 결승전을 12회 이후 처음으로 홈 앤드 어웨이로 한다. 두 번 경기해서 노출도를 높이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방식 등 세부적인 개선들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FA컵이 중요한 대회로 받아들여지진 않는 상황이다. 몇 가지 개선 방안이 거론돼 왔지만 축구계에선 어떤 아이디어도 대회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일각에선 상금을 높이면 그만큼 대회 권위가 올라갈 거라는 전망을 했다. 올해 FA컵은 우승 상금을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팬들이 느끼는 효과는 거의 없다. 구단들이 높아진 상금을 노리기 위해 전력으로 대회에 임한다면 자연스레 대회 인기도 올라가겠지만 1억 원 차이는 프로 구단들을 움직이기 적은 액수다.

2014년 우승을 통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하는 걸 경험한 김찬규 성남FC 홍보팀 과장은 “구단에 이득은 되지만 스토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홍보하는 사람으로선 영향을 느낄 수 없다”고 했다. 권성진 서울이랜드FC 사무국장도 축구계 여러 팀과 프로연맹에서 일한 경험으로 볼 때 “현재 액수에서 어느 정도 상승해봤자 큰 영향은 없다”며 축구협회 측의 “상금을 대폭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고민에 동의했다.

 

상징성이 중요하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 중 거론되는 것이 대회 날짜와 장소를 못 박는 것이다. 일본의 일왕배 축구대회는 결승전이 매년 1월 1일 열린다. 전통과 권위가 있는 대회로, 만원 관중 앞에서 일본 축구의 새해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 경기를 보러 일본을 찾는 국내 축구인들도 많다.

일본과 같은 날짜에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FA컵 우승(2005)과 준우승(2013)을 모두 경험한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일본은 우리가 동계훈련을 가는 나라다. 1월 1일에도 잔디와 날씨가 축구하기에 문제가 없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1개월 휴가를 줘야 하는데, 우린 동계훈련 시작이 일본보다 빠르다. 일본같은 날짜에 FA컵을 하려면 동계훈련 문화까지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협회 측은 “매년 정해진 날에 해야 하는데 ACL 등 일정 때문에 조정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K리그가 끝난 직후에 FA컵 결승전을 하는 건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다. 2008년에 4강부터 결승까지 K리그 이후에 일괄 진행하다가 논란만 낳긴 했지만 당시 개최 시기는 12월 중순이었고, 장소도 제주도였다. 잉글랜드처럼 1부 리그가 끝나고 바로 다음 주에 FA컵 결승전을 치르며 한 시즌의 마무리 경기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 올해 FA컵 결승전은 K리그 클래식이 끝나고 약 3주 뒤인 11월 30일 시작될 예정이다. K리그 중간에 결승전이 열렸던 예년보다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결승전의 시공간만 못박는 것이 아니라 상징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권성진 서울이랜드 국장은 “대회 자체의 권위가 없으니 외부에서 권위를 빌려오기 위해 역사적, 문화적 가치와 결부시켜야 한다. 현실성은 차치하고 일단 예를 들자면 대통령과 같은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 매년 대회를 관전하고 시상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대회에 의미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주중 컵대회로 진행되는 FA컵을 주말에 배치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잉글랜드는 FA컵을 주말에 배치하고, 해당 주말엔 리그 경기를 편성하지 않는다. 주중 경기보다 주말 경기가 더 큰 주목을 받는 건 물론이고 FA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줄 수 있다. 리호승 수원삼성 사무국장은 “수요일에 열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K리그도 주중 경기는 관중이 적다”고 말했다.

 

감독에게 메리트 있는 대회, 팬들 응원 기다린다

최강희 감독은 “팀을 운영하는 감독 입장에서 FA컵은 절대 메리트 없는 대회가 아니다”라고 했다. “물론 리그 중간에 열리는 32~8강은 전력을 다해 운영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팀이 1.5군을 내보내고 약팀이 꺾어버리는 것도 FA컵 최고의 드라마 아닌가. 우리도 부천FC에 그렇게 졌다. 대회 후반기까지 올라가면 강팀도 전력을 다하기 시작한다. 나도 어차피 리그는 안된다는 생각에 FA컵에 올인한 기억이 있고, 그렇게 2005년에 우승했다”며 감독 입장에서 FA컵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대회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행정가는 아니지만 대회를 어떻게 활성화해야 할지 여러모로 생각해 봤다. 묘안은 떠올리지 못했다. 축구 문화가 더 활성화되고 팬들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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