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클럽하우스 '오렌지하우스'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감독이 모르는 선수가 훈련장에 있다. 대표이사 부재 기간에 졸속으로 4명의 신인 선수가 계약됐다. 강원FC가 지난 달 30일 배임 및 유용, 횡령 의혹으로 검찰에 형사고소 및 수사를 의뢰한 직원 A씨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일이다.

강원FC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9년 간의 회계 자료를 조사한 결과, 일부 지출 기안의 금액 표기에 오류가 있거나 지출의 증빙 서류가 명확하지 않은 자료를 발견했으며, 담당 직원이 연루된 가능성이 있다고 알렸다.

'과거 규정에 의한 수당 지급 외에 현금으로 격려금 혹은 보너스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사후 작성된 지급 내역과 수령자의 실제 수령액이 차이가 있음을 찾아내고 사실 규명을 위해 수사기관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강원FC는 2016시즌 K리그챌린지 무대에서 순항 중이다. 35라운드 현재 승점 59점으로 대구FC, 부천FC1995와 승격 직행 티켓을 두고 경합 중이다. 시즌 내내 4위 이내 성적을 유지하며 승격이 가장 유력한 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현직 직원 고소한 강원FC, 발단은 신인 선수 영입 관련 의혹

지난 3월 부임한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는 팀의 성적 개선과 더불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내부혁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과거의 불미스러웠던 모든 일을 자체 조사했다. 강원FC는 구단 내부에 부정이 존재했던 정황과 증거를 포착해 수사권이 있는 검찰에 의뢰했다. 

강원FC가 대대적으로 과거의 문제를 조사하게 된 배경에는 시즌 초 드러난 의문스러운 신인 선수 영입이 있다. 임은주 전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사임했고, 최중훈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이 1월 7일에 직무 대행으로 부임했다. 3월 조태룡 대표이사 부임 전까지 일했다.

대표이사가 부재했던 6일 사이에 일이 생겼다. 1월 6일 당시 단장 B씨의 전결로 4명의 신인 선수가 영입됐다. 실제 계약 서류에 대표이사의 결재가 빠져있다. 계약 일시상 대표이사가 존재하지 않던 시점이다. 하루만 더 기다리면 대표 이사 직무 대행이 부임하는 상황이었다. 

강원 구단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신인 선수 4명 영입은 단장 B씨와 현재 수사 의뢰를 받은 직원 A씨가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최윤겸 감독은 이 선수들의 입단 사실을 새 시즌 훈련을 시작하면서 알게 됐다. 계약이 마무리된 이후 통보를 받은 것이다. A씨는 강원FC에서 선수단 운영팀장직을 맡아 오랫동안 구단 운영의 실권을 쥐고 있던 인물이다. 당시 단장 B씨는 이미 강원FC를 떠난 상태다. 

강원FC는 지난 5월 일부 신인 선수를 클럽하우스 밖으로 내보낸 사실이 알려져 ‘갑질 논란’을 겪었다. 해당 선수들은 위에 언급된 4명의 신인 선수들이었다. 1군 선수단과 함께 하기에는 기량이 미비하다는 판단 하에 유소년 선수들과 따로 훈련시켰다.

4명의 선수 중에는 K리그클래식 감독을 역임했던 유명 축구인 C씨의 아들도 있다. 선수 C씨에 대해서는 더더욱 의문스러운 정황이 있다. 실질적으로 연습생 신분의 신인 선수임에도 3년 장기계약을 맺었다.

K리그는 2016시즌부터 자유선발 제도를 도입해 신인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등급에 따라 신인 선수는 기본급 최저 2,000만원부터 최고 3,600만원까지 계약할 수 있다. 선수 C씨는 최고액으로 계약했다. 현재 강원FC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6년차 베테랑 선수와 같은 액수다.

선수의 기량과 잠재력을 객관적 지표로 측량할 수는 없으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계약이다. C씨는 입단 후 1경기도 뛰지 못했다. 대기 명단에 든 적도 없다.

C씨는 공교롭게도 강원FC 구단의 갑질 논란 사실이 보도된 이후 5월 15일 급작스레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선수 C씨 외에 3명의 선수는 아직 구단에서 1군 선수단과 별도로 훈련 중이다. 해당 선수들은 강원 지역 인사의 아들, 모 대학 축구부 감독의 아들 등으로 알려졌다. 

시도민구단이 지역 인사들의 청탁으로 몇몇 신인 선수들을 선발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알려져 있었다. 시도민구단이 과거 4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선수단을 운영한 배경이다.

기업 구단에서 뛰었던 한 전직 K리거 D씨는 "선수들 사이에서는 공 한 번만 차보면 누가 청탁으로 들어온 선수인지 알 수 있다"며 팀 마다 있는 일이라고 했다. 기업 구단에도 이 같은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K리그가 끊어야 할 부패 관행의 또 다른 고리다.

보통 청탁으로 입단한 선수들은 최저액으로 계약하지만, 전력으로 활용이 불가능한 선수들에게 급여 및 유지비를 지출하는 것은 구단의 재정 부실로 연결된다. 시도 예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시도민구단에는 타격이 적지 않다. 

올해 부임해 구단 혁신에 나서고 있는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우측)

#절차 무시한 외국인 영입, 거액의 선수 격려금 증발, 심판 매수 의혹까지

강원FC는 해당 사건에 대한 의혹을 중심으로 과거 구단 내부에 존재했던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내부 자료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외국인 선수 E씨의 영입 과정에 부상 중인 선수를 메디컬 테스트 없이 영입해 문제가 된 일도 드러났다. 임은주 대표이사 부임 이전의 일이다. 

해당 선수 E씨는 결국 강원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계약 이후 문제를 확인한 강원은 급여를 온전히 지급하지 않았다. 해당 선수가 이 문제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하면서 연봉 전액은 물론, 연봉만큼의 벌금을 해당 선수에 지급하게 됐다. 절차가 무시된 선수 영입으로 재정적 손실을 크게 입었다. 

직원 A씨가 받고 있는 또 다른 의혹은 선수단 격려금을 이유로 두 차례 현금으로 인출한 거액의 돈에 대한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현금 인출이 이뤄진 이후에 선수당 얼마씩 격려금으로 지급했다는 서류를 통해 회계처리를 진행했다. 구단이 자체적으로 해당 선수들에게 문의한 결과 실제로는 선수들에게 서류상 적시된 돈이 전달되지 않았다. 모두 임 전 대표이사와 현 조 대표이사 부임 이전인 과거에 발생한 일이다. 

상당한 액수의 현금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K리그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여러 관계자들은 당시 강원 직원 A씨가 심판 접대에 관여한 일이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과거 A씨가 그의 지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심판을 접대하고 유리한 판정을 위해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강원FC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돈이 어디에서 빠져 나갔느냐를 밝히는 것이다. 두 차례 거액이 인출된 시점 중 한 차례가 경기와 맞물려 있다. 모두 횡령했을 수도 있고, 그 중 일부가 심판에게 갔을 수 있다. 이는 검찰에서 밝혀줄 부분”이라고 했다. 

강원FC는 2013년 여름 임은주 대표이사가 부임했을 때 60억원이 넘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었다. 어머어마한 부채는 방만한 경영의 결과다. 방만한 경영 속에 부패가 만연했다. 임 대표이사는 2015년 말 퇴임하면서 부채 대부분을 갚았다. 

강원FC는 이미 2014년 구단운영비를 횡령, 배임한 혐의로 전 사무처장 이 모씨와 총무팀장 문 모씨를 고소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번에 수사 의뢰된 A씨도 해당 인물들의 재직 당시부터 선수단 운영팀장으로 일했다. 

강원FC는 클래식 승격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 구단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며 또 한번 구단 관계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특히 심판 관련 문제에 대해선 과거에 벌어진 일이지만 현 시점에 징계 등 직접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파급이 큰 일이다.

조태룡 대표 이사는 “성적은 성적대로 내고 혁신도 혁신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지금 구단이 성적을 잘 내고 있는데 부정적인 부분을 왜 꺼내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장 내 몸의 어디가 곪아가고 있는데 치료하지 않으면 더 멀리 뛸 수 없다. 성적이 좋다고 뒤로 미루면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시간을 끌지 말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그때 고쳐 나가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심판과 관련된 부분은 분명 구단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수사를 해봐야 나올 부분이다. 수사 결과 아무 것도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드러난다면 우리 구단의 역사라 생각하고 털고 가야한다.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해선 안된다. 지금 내부 자료를 모두 넘겼고,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강원FC는 최근 메인 스폰서인 강원랜드와 지원금 지불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한 동안 유니폼에 새겨진 ‘하이원리조트’를 가리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는 강원FC를 바라보는 외부의 부정적 시선을 거두는 것이 구단의 향후 스폰서십 유치 및 지역 밀착 프로젝트에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에 구단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았다. 변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성적도 잘 내고 있고, 올해 26회가 넘는 지역 사회 공헌 활동도 진행했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수사 의뢰는 강원랜드를 비롯한 우리의 많은 서브 스폰서에게 보내는 신호다.”

K리그는 최근 심판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전북현대 차 모 스카우트가 유죄 판결을 받고, 구단은 승점 9점 삭감 및 벌과금 1억원 징계를 받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경남FC가 같은 사례로 징계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해당 구단을 넘어 전 구단에 대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강원FC는 구단이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해 부정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나섰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K리그는 또 한번 요동칠 수 있다.

'인:팩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 표면이 아닌 이면에 대한 취재기록이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사건 혹은 사실에 대한 성실한 발걸음을 약속한다. <편집자주>

사진=강원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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