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경남FC 전례와 상벌위원회 뒤에 숨었다.

 

30일 연맹 상벌위(위원장 조남돈)는 전북현대 심판 매수건(차 모씨가 2013년 심판을 매수하기 위해 5백 만원을 준 사실)에 대해 2016 시즌 승점 9점 삭감 및 벌과금 1억원의 징계를 내렸다. 차 모 스카우트는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32라운드까지 68점을 획득한 전북은 59점으로 잔여 경기를 치른다. 1위 전북과 2위 FC서울과 승점 차이는 5점이 됐다.

 

“승점 9점을 감점한다”는 판결에 기자회견장이 술렁였다. 여론은 더 좋지 않다. 전북의 심판 매수가 법리적으로 인정된 가운데 내려진 징계가 세간의 예상보다 약했기 때문이다. 전례가 판단 기준이 됐다. 연맹 상벌위는 2015년 12월 경남FC가 구단 사장이 직접 자금을 동원, 코치를 시켜 6,400만원의 금액을 심판에 전달한 사건에 대해 승점 10점 감점에 벌과금 7,000만원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조 위원장은 전북은 심판에 건넨 돈의 액수가 더 적고 구단 개입을 밝히지 못했기에 경남 보다 강한 징계를 내릴 명분이 없다고 했다. 조 위원장 법리적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전례가 지닌 타당성이다. 경남 징계는 솜방망이었다. 연맹은 당시 “강등시킬 리그가 없다”는 이유로 승점 삭감만을 했는데, 10점 삭감에 그쳤다. 승점 10점 삭감이 가볍다는 사실은 현재 경남 순위표만 봐도 알 수 있다. 대표이사가 나서 조직적으로 승부조작을 시도했던 경남은 33라운드 현재 승점 40점으로 9위다. 한 경기 더 치른 5위 부산아이파크와 승점 9점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연맹 상벌위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도 리그에 존속할 수 있고, 경쟁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준 것이다.

 

전북 징계를 앞두고 일각에서 이번에는 연맹 상벌위가 명예회복을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 기대한 이유도 여기 있다. 연맹 상벌위가 지난 판결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고 새로운 기준울 만들어달라는 바람이었다. 전북은 K리그의 얼굴과 같은 팀이다. 최근 두 시즌 연속 우승했고, 올 시즌 무패를 달리며 우승이 유력하다. AFC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K리그를 대표하는 팀으로 꾸준히 호성적을 내고 있고, 올 시에도 결승 진출이 유력하다. 이런 전북에 대한 징계는 상징성이 훨씬 크다. 전북 징계를 통해 실추된 이미지를 되찾을 가능성도 있었다.

 

지난 8월 ‘풋볼리스트’가 만난 표창원 연맹 클린축구위원이 한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연맹 스스로가 신뢰회복을 더 중시 여기느냐, 아니면 현상유지와 추가적 데미지를 막는 걸 중시 여기느냐에 선택이 있을 것 같다. 결국은 축구란 것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느냐. 축구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그것이 손상될 때 느끼는 아픔을 절감하느냐. 아니면 이해관계와 경영적 판단, 리스크 컨트롤 관점에서 보면 최대한 소리 안 나게 하는 게 이익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소리 없는 다수는 외면하게 된다."

 

 “징계 객관성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을 강조했다. 현재 리그 사정과 같은 부수적인 요소는 고려하지 않았다.” (조남돈 연맹 상벌위원장)

 

결과적으로 연맹은 상벌위와 상벌위가 내놓았던 경남 전례 뒤에 숨었다. 상벌위가 연맹 기구지만 독립적인 기구라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독립적인 기구가 논리적인 판단을 내린 결과는 예상과 같았다. 연맹이 전북 징계를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전북에 더 엄중한 책임을 물으며 새로운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징계는 징계대로 논리적으로 했지만, 많은 이들이 실망하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2017년부터는 승부조작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한 게 그나마 다행으로 다가오는 현실이다.

 

K리그는 상식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연맹 상벌위 규정만 상식적이고 논리적이다. 상벌위가 내놓은 이번 징계가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벌위 독립성이 아닌 상벌위 의미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밤이다. K리그를 이끄는 주체는 상벌위가 아닌 연맹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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