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문슬기 기자= 인천유나이티드는 경기 종료까지 9분을 남겨두고 2골을 터트렸다. 수원삼성은 2골을 앞서고 있다가 또 다시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했다. 마지막 9분은 인천에 환희, 수원에 악몽이었다.

수원과 인천이 24일 오후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2라운드에서 2-2로 비겼다. 수원은 후반 19분과 35분에 조나탄과 염기훈의 연속골로 경기를 리드했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인천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41분과 추가시간 3분에 김용환과 진성욱의 1골씩으로 만회했다.

# 수원은 지쳐있었고, 인천은 살아났다

수원은 지난 21일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인 31라운드 광주FC전에서 1-1로 비겼다. 수원이 광주에 승리하지 못하면서, 자력 상위 스플릿 진출 희망도 무너졌다. 광주전 무승부로 9위(승점 36점)가 되면서, 이후 2경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수원이 상위 스플릿에 가기 위해선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다른 팀이 미끄러지길 바라야 했다.

이기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했다. 수원은 31라운드를 마치고 하루 더 광주에 머무른 뒤 이튿날인 22일 수원으로 돌아왔다. 복귀하고는 바로 회복 훈련에 들어갔다. 빡빡한 스케줄 탓에 무리하게 운동할 순 없었다. 인천전 하루 전날인 23일엔 경기 출전이 가능한 선수를 가리고자 컨디션을 체크하는 게 전부였다.

서정원 수원 감독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인천 경기 비디오 자료를 다함께 돌려보고, 키 포인트를 잡아 선수들이 이미지 트레이닝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었다. 감독으로서 육체적으로 훈련시킬 수 없다면, 정신적으로라도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수원 선수들은 그렇게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 입성했다.

시간이 없기는 인천도 마찬가지였다. 인천은 31라운드를 위해 포항까지 내려갔다. 포항스틸러스와의 맞대결엔 인천의 운명이 걸려 있었다. 31라운드 기준으로 꼴찌였던 인천이 자동 강등 당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야 했다. 인천은 후반 추가시간 2분에 박세직의 선취 결승골로 극적 승리했다.

수원과 차이는 여기에 있었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수원은 무승부한 뒤 처졌다. 질 뻔했던 경기를 이긴 인천은 기쁨도 두 배로 느꼈다. 인천 선수들은 포항전을 마치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수원전을 준비했다. 준비 시간은 부족했지만 자신감은 최고조였다.

# 누군가에겐 기쁨이, 다른 누군가에겐 슬픔

경기 시작 전 서정원 감독은 인천을 두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인천은 후반전에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전(69%) 득점 비율이 전반전(31%)의 2배를 넘는다. 전반전보다 후반전에 더 적극적으로 공격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 감독은 “시즌 초반엔 이기던 경기를 후반전에 실점해 놓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아니다. 오히려 수비력보단 마침표를 찍어줄 공격수가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서 감독의 말처럼 수원은 전반전 내내 답답한 골 결정력을 보였다. 선발로 권창훈, 조나탄, 산토스 최전방 기회를 얻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컨디션이 저조한 권창훈은 둔탁한 움직임으로 공을 받는 것조차 어려웠고, 조나탄과 산토스는 페널티 박스 안에만 들어가면 나무늘보처럼 느려졌다.

인천도 득점에선 아쉬웠다. 경기 주도권은 인천에 있었다. 좌우 측면에서 송시우와 박세직이 빠르게 돌파했고, 전방에서 케빈이 제공권 싸움을 벌였다. 인천 선수들은 수비수들까지 공격에 가담할 정도로 라인을 올렸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수원 공격은 후반 19분 조나탄의 선취골로 다시 활기를 찾았다. 이어 후반 24분에 교체 투입된 염기훈이 1골을 추가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수원 쪽으로 넘어왔다.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을 찾은 수원 팬들은 더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불렀다.

하지만 또 다시 후반 집중력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후반 41분 인천의 첫 골이 터졌다. 1골을 만회하긴 했지만, 이날 주어진 추가 시간 5분을 포함해도 9분 동안 2-1 스코어를 뒤집긴 어려웠다. 그러나 인천은 마지막까지 집중해 한 골을 더 넣었다. 추가시간 3분의 일이었다. 케빈의 머리에 닿은 볼은 진성욱의 왼발을 거쳐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원 수비수들은 케빈을 마크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뒤에 머물던 진성욱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진성욱은 뒷 공간을 파고들어 골을 뽑았다.

경기 막판 10분은 수원의 악몽이었다. 2-2 스코어로 종료 휘슬이 울리자 수원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듯 그라운드 위에 드러누웠다. 고참 염기훈이 괴로워하는 동료들을 이끌고 원정석으로  팬들에게 인사하러 갔다. 야유와 박수가 공존했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미안해했다.

반면 인천 선수들은 박수를 받았다. 원정석을 제외한 3면을 돌 때마다 환호를 들었다. 이기형 감독대행은 “질 뻔했던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집중력을 보였던 점을 높게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수원은 상위 스플릿 진출 발판을 잃었고, 인천은 여전히 강등권 경쟁 중이다. 같은 무승부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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