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과 중국 축구가 이번 한중전, 중한전을 통해 교류하는 장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중국 1, 2, 3부 대부분의 구단 관계자들 앞에서 건넨 축사다. 30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메이필드 호텔에 각 구단 고위 관계자가 모였다. 허베이화샤싱푸, 상하이상강 등 몇몇 팀 관계자는 합류가 늦어 불참했지만 대부분의 팀에서 단장급 고위 관계자가 참석했다.

동지엔 산둥루넝 단장은 '풋볼리스트'와 만나 “모든 리그의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모이는 건 내게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성사되기 힘든 자리가 한국에서 마련된 계기는 이틀 뒤 9월 1일 열릴 한국과 중국의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경기 이틀 전 입국해 한국 축구와 교류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산둥루넝은 최근 이탈리아 대표 공격수 그라치아노 펠레를 영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출 규모에서 중국 구단은 한국을 큰 폭으로 따돌린 상태다. 그러나 동지엔 단장은 한국 축구의 시스템이 더 앞서 있다고 인정했다. 허 부총재는 ‘교류’라고 표현했지만 중국측 인사들은 “한국을 배우러 왔다”는 표현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중국 팀 입장에서 한국에 와서 교류하고 배우는 것이 이번 일정의 목적이다.“

동지엔 단장은 “한국 유소년 육성에 대해 많이 배우려 한다”며 한국의 선수 육성 방식에 특히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은 화려한 외국인 선수로 슈퍼리그의 외연을 확장하는 단계를 지나, 최근 축구계 전체가 유소년 발굴과 육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동지엔 단장은 산둥 축구학교 교장, 즉 유소년 육성 책임자 출신이다. 과거엔 포항스틸러스 유소년팀을 많이 참고했고 이번 방한을 계기로 전북현대에서도 배울 점을 찾을 생각이라고 했다. 중국에선 이장수 창춘야타이 감독과 곧잘 만나 유소년 교육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가르침을 얻는다고 말했다. “산둥 유소년 시스템은 중국 팀 중 최대 수준이다. 연령별 대표마다 5~6명을 배출했다”고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소년 교육에 대한 관심은 산둥만 가진 것이 아니다. 중국 구단이 최근 한국 축구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육성 방법이다. 이 점을 감안해 방한 프로그램에도 유소년 관련 내용이 들어갔다. 중국측 관계자들은 31일에 전주로 이동해 전북현대 클럽하우스를 견학하게 되는데 이때 영생고(전북 U-18)와 파비오 전북 피지컬 코치가 전북의 유소년 훈련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짧은 시연을 해 보일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이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인정했을 때도, 동지엔 단장은 유소년 육성부터 따라잡아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훌륭한 유소년 시스템을 갖춘다면 중국의 압도적인 인구를 통해 유망주를 대거 배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지금은 한국 대표팀이 중국과 차이가 있는 게 맞다. 3년에서 5년 정도 지나면 그 차이를 압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프로축구에 투자를 많이 했고, 정책적으로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아직 프로 팀 성적만 좋아진 단계지만 유소년팀을 양성하는 중이기도 하다. 선수 숫자가 많기 때문에 그들이 성인 선수로 성장하면 더 좋은 성적이 날 거다.”

산둥은 지난 24일 FC서울과 가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1-3으로 패배하기도 했다. 동지엔 단장은 “경기할 때 개인 단위가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서 뛰는 걸 배우고 싶다. 감독의 전술과 축구 철학을 철저히 따르는 측면도 배워야 한다”며 경기력 측면에서도 한국이 아직은 우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중국 축구가 한국과 교류하며 배우는 건 프로축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날 만찬장엔 운동복을 입은 청년 약 15명이 참석했다. 이번 방한을 진행하는 중국의 스포츠 마케팅 업체 동도위업이 운영하는 ‘동도위업FC’ 선수들이다. 이 팀은 한국 KBS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됐던 청춘FC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청춘FC처럼 동도위업FC도 일종의 오디션을 통해 ‘패자부활전’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팀이다. 동도위업FC의 아마추어 경기는 인터넷 중계로 대중과 만난다.

현재로선 두 나라의 축구 교류에서 중국이 더 많은 걸 배운다. 대신 한국은 중국의 큰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이 자리엔 중국 2, 3부 리그의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는 한국 스포츠 마케팅 업체 팀트웰브도 참석해 자신들의 서비스를 홍보했다. 한국 축구는 중국 리그에 선수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중국 축구와 협력하고, 수익 모델을 모색하는 중이다.

동지엔 단장은 “허정무 부회장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중일 리그는 서로가 있어야 더 재미있다.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다”라고 말하며 교류와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중전 결과를 예상해 달라고 했다. 동지엔 단장은 웃으면서도 냉정한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이 상당히 선전했을 경우 무승부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한국이 한 수 위라는 걸 인정하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 매체 보도를 좀 봤는데, 한국 선수들은 3-0 등 큰 점수차로 이기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 그런 자세로 나온다면 중국으로서도 기회가 있을 거다. 비길 것 같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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