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승리였다. 수원FC가 인천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올 시즌 여섯 번째 승리를 거두며 76일 만에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수원FC는 27일 저녁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인천에 2-0 완승을 거뒀다. 11위였던 인천(24점)을 최하위로 끌어내리고 11위(26점)로 올라섰다. 

수원FC가 인천을 꺾은 것은 창단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23일 홈에서 치른 시즌 첫 대결에서 주도적인 경기를 하고도 득점 없이 비겼다. 6월 15일 인천 원정에서 0-2로 졌다. 이 경기 역시 수원FC가 59%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결정력에서 뒤졌다. 당시 인천전 패배로 수원FC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수원FC의 꼴찌 탈출, 그리고 분위기 반전을 이룬 것도 인천전이 됐다. 수원FC는 지난 두 번의 인천전과 마찬가지로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이고 주도적인 경기를 했다. 그래서 더 값진 승리였다. 수원FC는 결과 뿐 아니라 내용으로도 자신들이 K리그클래식에 남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천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5백 수비를 내세워 소극적인 역습 자세를 취했다. 

수원FC는 라인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달려 들었다. 조덕제 수원FC 감독은 매번 강조하듯 “우리는승점 1점을 위한 경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감독 입장에서 선수들을 향해 특별한 동기 부여를 끌어낼 필요도 없었다. “선수들이 이 경기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조 감독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는 것이다. 최근 연패의 늪에 빠진인천의 문제를 “계속 쓰던 선수만 쓰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원FC는 여름 이적 시장에 영입한 선수들이 맹활약하면서 가용 자원의 폭이 넓어졌다. 이승현, 김병오, 김종국, 서동현, 김근환 등 주전급 선수들을 벤치에 두고, 레이어, 이광진 같은 선수들은 명단에서 제외해도 선발 명단을 구니는 데 문제가 없었다.

#브루스 넣고 이창근 막고

내용면에서 이날 경기는 수원FC가 K리그클래식에서 치른 가장 완벽한 경기였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전에 주도적으로 공격했고, 선제골을 얻었다. 후반전에는 팀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굳히기에 나섰다. 수비적으로 잘 버텼고, 상대 추격 의지를 꺾는 추가골까지 넣었다. 

호주 공격수 브루스 지테는 K리그클래식 데뷔골을 팀이 가장 필요로 한 순간에 터트렸다. 전반 39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제주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허공으로 보냈으나 이번에는 대담하게 정면으로 차 넣었다. 후반 33분에는 필드골로 한 골을 더 보탰다. 김종국의 프리킥이 골키퍼 선방에 막힌 뒤 흐른 것을 번개 같은 왼발슈팅으로 연결했다. 

양발에 능한 브루스는 부지런하면서도 결정력을 갖춰 조덕제 감독이 애타게 찾던 마지막 퍼즐조각으로 기능하고 있다. 

수비적으로는 골키퍼 이창근의 선방이 빛났다. 케빈과 벨코스키를 앞세운 인천은 역공도 매서웠다.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이었다. 전반 32분 벨코스키의 프리킥 크로스에 이은 케빈의 헤딩 슈팅을 막아낸 것은 슈퍼세이브였다. 재차 이뤄진 케빈의 슈팅은 골라인 위에서 김철호가 걷어냈다.

#김철호가 안긴 안정된 4-1-4-1

성남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베테랑 미드필더 김철호는 이날 4-1-4-1 포메이션으로 나선 수원FC의 포백 보호자로 보이지 않는 활약을 했다. 노련하게 상대 역습 루트를 차단하고, 공격 전개 과정에 기점 역할을 했다. 최근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한 이재안은 김철호와 가빌란 사이에서 윤활류 역할을 했다. 제주유나이티드전에 두 골을 넣은 가빌란도 자신감이 살아난 모습이었다.

조 감독은 김철호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한국 나이로 서른 넷이다. 우리 팀에서 김한원 다음으로나이가 많다. 가운데서 맥을 짚어주고, 끊어준다. 다른 미드필더 선수들이 김철호 덕분에 여유롭고 편안하게 공을 찰 수 있게 됐다.”

많은 선수들이 제 몫을 했지만 가장 눈부신 선수는 측면 미드필더 권용현이었다. 날카로운 스루 패스로 브루스의 선제골이 된 페널티킥 상황을 끌어냈다. 후반 31분경에는 인천 수비 다섯 명을 단독 돌파로 무너트리는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부지런한 전방 압박과 공격 전개로 팀 전체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지난 6월 대결에서 2-0 승리를 거뒀던 인천의 김도훈 감독은 “지난 경기와 차이점을 꼽자면 선수 구성이다. 수원FC는 보강된 상태”라며 여름 이적 시장에 가세한 선수들의 활약이 컸다고 짚었다. 그러나 새로 온 선수들이 빛날 수 있었던 데에는 기존 선수들의 헌신과 활약도 있었다. 

#권용현 돋보이는 측면, 혼자 힘 만은 아니다 

측면에서 권용현이 화끈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 김부관의 활약이 있었다. 김부관도 빠른 스피드와 저돌성을 활용해 측면을 지배했다. 두 선수는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인천 수비의 균형을 흔들었다. 이들의 활약이 중요한 것은 지난 시즌 수원FC의 클래식 승격을 이끈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실 시즌 초반에는 고생해서 승격시킨 선수들이 나서지 못하는 상황 속에 불평도 이었고 팀이 와해되는 느낌도 있었다”며 이제 그런 분위기를 떨치고 기존 선수와 새 선수가 정신적으로나 경기력 면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점이 긍정적 요소라고 짚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레프트백 김민제는 김부관과 권용현의 뒤에서 안정된 패스 연결과 커버 플레이로 수원FC의 구조적 안정성에 기여했다. 팀 차원에서도 경기 내내 균형에 집중했다. 수원FC는 이날 벤치에 이승현 김병오 서동현 등 공격 카드를 다수 배치하고 있었으나 전반전에 리드를 잡으면서 김근환, 김종국을 먼저 교체 투입하며 수비를 안정화시켰다. 수비를 단단히 한 뒤 김종국의 프리킥에 이은 브루스의 골로 추가골까지 넣어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수원FC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조 감독은 “인천이 교체로 투입한 진성욱은 뒷공간이 열리면 스피드가 있어 파고드는 것을 잘한다. 지난 경기에 진성욱에 당한 아픔이 있다. 뒷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 내려섰다. 케빈, 벨코스키 등 공격적인 선수들이 올라오는 상황이었다. 축구는 리드하가다가 역전을 당할 수 있다.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고 했다. 실리적 운영이 적중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브루스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필드 위의 선수들과 벤치에 있던 선수들, 코칭 스태프가 모두 한데 어우러져 기뻐했다. 조 감독은 “권용현이 경기가 끝나고 놔서 포옹을 해주더라. 표현을 잘하는 친구다. 뒤늦게 왔지만 본인의 팀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주니 고맙다. 브루스도 경기 끝나고 나와서 처음 하는 말이 ‘믿어줘서 감사하다’는 것이었다”며 선수단이 정신적으로 강하게 뭉쳐있다고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브루스도 “내가 넣은 골은 모든 동료 선수들이 함께 누릴 자격이 있다. 난 팀의 한 조각일 뿐이다. 동료들의 믿음 덕분에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팀 선수들은 좋은 실력을 가진 것 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아주 좋은 사람들이다. 선수들과 점심, 저녁을 함께 먹고, 너무나 잘 해주고 편하게 해준다. 경기장 위에서 활약으로 보답하는 게 나의 일이다.” 갓 합류한 브루스의 말에서 현재 수원FC의 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구조와 전술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팀 정신이다. 수원FC는 벼랑 끝에서 승격 당시의 정수를 찾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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