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징크스는 보통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다. 그러나 겨우 일년 반만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서울이랜드FC는 대구FC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징크스는 없다’는 문구를 전광판에 크게 띄웠다. 대구전 징크스를 스스로 의식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과거의 사례가 반복됐다. 27일 서울 잠실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6’ 25라운드를 가진 서울이랜드가 대구에 0-2로 패배했다.

서울이랜드는 창단한 뒤 대구를 상대로 4무 2패에 그친 상태였다. 박건하 신임 감독은 마틴 레니 감독 시절이 징크스와 무관할 듯 보였지만 대구를 만나자 갑자기 파격적인 실험을 하며 스스로 팀 전력을 낮췄다. 이번 시즌 영입된 고경준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됐고,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창욱은 이규로의 이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시방편 라이트백을 맡았다. 윙어로 알려진 서정진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공격수로 알려진 유창현이 오른쪽 날개를 맡는 등 독특한 선수 배치였다.

무더위에 지친 두 팀은 소강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느릿느릿한 전반전을 보냈다. 더우면 실수가 잦아진다는 상식대로, 실수가 골을 낳았다. 전반 40분 서울이랜드 수비가 방심했다. 김동철이 전민광에게 주는 횡패스를 파울로가 나꿔채 김영광 골키퍼에게 돌진, 그대로 골을 터뜨렸다.

끝나기 전 5분, 시작하자마자 5분을 조심하라는 속설도 이번 경기엔 그대로 들어맞았다. 후반 3분 서울이랜드 수비가 쉽게 무너졌다.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파울로가 침투할 때 견제한 수비수는 아무도 없었다. 6월 5일 이후 처음 선발 출장한 전민광, 라이트백이 어색한 김창욱 사이로 빠져들어간 파울로가 오른발 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득점 선두 파울로의 시즌 12호 골이다.

무더위 속에서 나흘 만에 경기를 치르는 건 쉽지 않다. 대구는 주전 선수들을 최대한 유지하되 경기 운영 속도를 늦추고, 체력전을 피하는 식으로 더위에 대응했다. 서울이랜드는 선수들을 대거 바꾸며 과격한 변화를 준 것이 독으로 작용했다. 서울이랜드 스스로 징크스의 덫을 밟으러 간 꼴이었다.

감독으로 데뷔한 뒤 6번째 경기를 치른 박건하 감독의 첫 패배였다. 박 감독은 2승 3무로 좋은 기록을 이어오던 중이었다. 박 감독도 징크스를 의식해 선수들에게 "떨쳐내자"고 주문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경기 후 박 감독은 파격적인 선수 기용의 이유를 설명했다. “새로운 선수들은 그동안 경기를 못 뛴 선수들이 많았다. 중요한 순위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했고, 체력 안배 차원에서도 변화를 줬다.” 서정진, 유창현 등의 감각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라는 설명이었다. 서울이랜드가 영입의 효과를 보려면 이날의 경기 경험이 선수들에게, 시행착오는 박 감독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승자가 된 이영진 대구 감독은 징크스에 대해 “나는 언젠가 한 번 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경기한다. 나가면 더 긴장 된다. 마음속으론 계속 이어졌으면 하며 경기 내내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아마 뛰는 양팀 선수들은 그런게 심리적으로 조금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아니다.”

이 경기로 2위가 된 대구는 31일에 선두 안산무궁화를 상대로 또 수도권 원정을 와야 한다. 안산을 꺾는다면 승점차를 5점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선수단이 비교적 고정돼 있는 대구의 운영 방식은 나흘 만에 이어지는 ‘승점 6점’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감독은 “가동 인원이 많이 없다는 점이 걱정이다. 며칠 고민해야 될 것 같다. 한두 친구는 바꿔주고 싶은데 사람이 부족하다”고 했다.

서울이랜드의 징크스는 끝나지 않았다. 다음 상대 강원FC 역시 창단 이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상대다. 서울이랜드가 K리그 챌린지에서 창단 이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팀은 이 둘뿐이다. 2년도 되지 않아 나쁜 전통이 생겼고, 감독을 바꾼 뒤에도 악령은 떠나지 않았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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