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가레스 베일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똑같이 복사해 자기 몸에 붙이고 싶어 한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베일이 왼발잡이고, 어깨가 더 넓고, 얼굴이 좀 다르게 생기긴 했지만 한 팀이 된 뒤 닮을 수 있는 건 다 닮았다.

두 선수가 국가대표 공식 경기에서 처음 맞붙는다. 베일이 뛰는 웨일스는 2일(한국시간) 프랑스 릴의 스타드 피에르 모루아에서 ‘유로 2016’ 8강전을 갖고 벨기에를 3-1로 꺾었다. 준결승에 먼저 오른 포르투갈과 7일 대결하게 된다.

두 선수는 베일이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 2013년부터 세 시즌 동안 함께 뛰었다. 원래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고 이야기됐던 베일은 호날두의 득점력, 프리킥을 차는 방식 등 다양한 특징을 빠르게 흡수했다. 나중엔 호날두의 야구 모자, 비행기 조종사 스타일의 선글라스, 파우치백 등 굳이 따라할 필요 없어 보이는 패션까지 비슷해졌다.

한국의 축구팬들만 느낀 게 아니었다.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던 2014년엔 외신 인터뷰에서도 계속 관련 질문이 던져졌다. 베일은 “처음 레알마드리드에 왔을 때 호날두는 정말 놀라운 사람이었다. 경기장 안과 밖에서 모두 내게 조언을 했다. 어디에 살아야 하는지 등 생활 측면에서도 많은 걸 알려줬다”며 생활 방식에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걸 스스럼없이 인정했다. “언젠가 호날두의 위치에 가 닿고 싶다. 지금 호날두는 그 누구보다도 높은 곳에 있다”라고도 했다.

베일은 프로팀 소속으로 호날두와 몇 차례 공식 대결을 가진 적이 있다. 베일이 토트넘홋스퍼 소속이고, 호날두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뛰던 2009년에 두 차례 만났다. 그중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후반기 대결에서 맨유가 호날두의 2골에 힘입어 5-2 승리를 거뒀고, 베일은 후반 막판에 교체 투입되는데 그쳤다. 베일이 토트넘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로 이끌었던 2010/2011시즌에도 맞대결이 있었다. 두 차례 경기 모두 호날두가 골을 넣었고, 레알이 승리했다.

국가대표로선 이번 대결이 처음이다. 마침 베일의 위상이 많이 높아져 있다. 지난 2015/2016시즌을 통해 두 선수의 격차는 많이 줄어들었다. 골은 호날두가 35골, 베일이 19골로 여전히 큰 차이가 났지만 득점 외의 영향력 측면에서 베일이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일이 잔부상으로 전력에서 자주 이탈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당 득점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

유로에서 보이는 경기력은 명백히 베일의 우세다. 득점의 숫자는 호날두 2골, 베일 3골로 큰 차이가 없지만 그 외에 모든 부분에서 베일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베일은 유효슈팅 횟수가 13회로 1위다. 호날두도 이 부문에서 10회로 2위긴 하지만, 골대를 벗어난 슛과 상대 수비에 맞은 슛을 합친 횟수에서 무려 28회를 기록하며 정확도에서 아쉬운 기록을 남겼다. 베일은 골대를 벗어난 슛이 5회, 수비에 맞은 숫이 단 2회에 불과하다. 슈팅당 득점률은 베일이 15%, 호날두는 5%다.

호날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하게 피로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레알 소속으로 UCL 결승전까지 뛰었다는 점은 같지만 지난 시즌 호날두의 레알 소속 선발 출장횟수는 48회였고, 베일은 단 29회에 불과했다. 여기에 이번 대회 최고 스타라는 부담감까지 겹쳤다. 호날두의 이번 대회 결정력이 떨어진 것도 심신이 지쳤기 때문이란 분석이 따른다. 포르투갈은 16강, 8강전에서 연속으로 연장 승부를 치렀다. 한편 웨일스는 베일의 가장 큰 조력자인 애런 램지, 주전 측면 수비수 벤 데이비스가 경고 누적으로 빠져 전력 공백에 생겼다.

피를 나누지 못한 대신 플레이스타일과 취향을 나눈 축구계 형제의 골육상잔이 마련됐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흥미로운 경기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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