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성남] 김정용 기자= 시도민구단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행정적 변화나 정치적 환경 변화 때문에 지자체의 지원금이 감소하면 구단에 위기가 찾아온다. 성남FC는 위기의 징조에 정면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28일 경기도 성남의 탄천 종합운동장, 경기장에 들어선 관중들의 눈을 여러 번 잡아끈 건 지방재정 개편과 관련된 다양한 유인물, 걸개, 서명운동이었다. 성남은 인천유나이티드에 0-1로 패배했지만 결과와 별개로 다양한 캠페인은 충분한 인상을 남겼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띈 건 디지털 A보드의 광고였다. 중계에도 노출된 광고는 “성남FC는 축구 못합니다, 성남FC는 선수 보강 못합니다, 성남FC는 경기장 환경 개선 못합니다”라며 예산 축소로 성남FC가 받게 될 타격을 설명했다. 김찬규 성남FC 홍보팀 과장은 “한 기업이 돈을 내고 광고를 실은 것이다. 구단이 자체적으로 내건 메시지가 아니다. 다음 경기에도 노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단은 E석 관중석 위 가장 큰 걸개를 걸 수 있는 공간에 “성남FC는 이제 축구 못합니까? PlZ SAVE SFC!”라는 문구를 걸었다. 지방재정 개편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암시만 했다. 지방재정 개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긴 유인물은 경기장 바깥에 비치했다. 출입구 밖에선 성남 시민 세금 지키기 서명 운동이 벌어졌다.

발단은 중앙정부가 계획하는 지방재정 개편이다. 성남시는 최근 대시민 담화문을 통해 “취득세, 등록면허세 등 성남시민 세금 중 55%는 경기도에서 다른 시군 지원에 쓰고, 나머지 45%를 성남시가 쓰고” 있는데 “그 45% 중 20%를 더 가져가고 성남시는 고작 25%만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용 예산 약 2,600억 원 중 1,000억 원이 감소하게 된다. 이 담화문은 탄천 종합운동장을 관리하는 도시개발공사가 경기장 곳곳에 붙여놓았기 때문에 관중들에게도 쉽게 노출됐다.

이 담화문엔 매년 1,000억 삭감시 중단해야될 자체사업이 적혀 있는데, 여기 성남FC 관련 내용은 없다. 그러나 김 과장은 “문화사업 예산부터 축소가 불가피하며, 거기엔 성남FC 예산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성남FC는 구단 예산의 절반 정도인 약 70억 원을 성남시로부터 지원 받고 있다. 시 예산이 크게 줄어들면 당장 시민들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문화 예술 분야부터 삭감된다는 것이 성남 구단의 예상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4월 28일 성남FC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 시행령 때문에 고민이라며 “해당되는 지자체가 우리 성남시와 수원시다. 수원FC도 타격이 클 거다. 나는 어떻게든 성남FC를 지키고 싶다”며 축구단에 타격이 갈 수 밖에 없다고 시사한 바 있다. 나중에 비슷한 고민을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성남은 담화문이 발표된 지난 18일 이후 첫 홈 경기를 가졌다. 이 경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방재정개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K리그가 금지하는 정치적 메시지에 해당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자체적으로 검토한 뒤 괜찮다는 결론을 냈다. 김 과장은 “정치적인 메시지로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린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런 오해가 두려워 가만히 있기엔 구단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컸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직접 찾았던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은 “경기장에 노출된 메시지를 인지했다. 정치적 메시지에 해당하는지는 검토해 볼 것이다. 경기 전에도 매치 코디네이터가 성남 구단 측에 ‘정치적 메시지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프로연맹은 요강 36조 1항에 '정치적, 사상적, 종교적인 주의 또는 주장 또는 관념을 표시하거나 또는 연상시키고 혹은 대회의 운영에 지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게시판, 간판, 현수막, 플래카드, 문서, 도면, 인쇄물 등‘을 가지고 입장할 수 없다고 정했다.

성남FC는 31일 선수단 대상으로 구단의 현 상황에 대한 설명회를 가지며, 유소년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구단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성남 시민 세금 지키기 서명운동을 홍보했다. 시도민구단은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관계에 있지만 이번 성남처럼 구단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시 예산 문제와 관련된 홍보를 하고, 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건 이례적이다.

사진= 성남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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