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성남] 김정용 기자= K리그 클래식이 첫 번째 고비를 돌았을 때, 성남FC는 선두권이고 인천유나이티드는 압도적인 단독 꼴찌였다. 두 팀의 승점은 다섯 배 넘게 차이가 났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 레이스의 첫 경기에서 원정팀 인천이 성남을 꺾는 이변이 일어났다. K리그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곳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키는 결과다. 인천은 4번의 무승부와 7번의 패배 끝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경기 전 침통했던 김도훈 인천 감독은 경기 후 다시 만났을 때 비로소 웃음을 찾았다.

28일 경기도 성남의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2라운드에서 인천이 성남에 1-0 승리를 거뒀다. 인천은 1승 4무 7패로 12위에 머물렀고, 성남은 6승 3무 3패로 3위를 유지했다.

 

#단 한 번의 완벽한 호흡

성남이 우세한 경기였다. 그러나 성남은 완벽한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9골 4도움을 기록 중인 티아고의 컨디션이 저하돼 고민 중이었고, 결국 후반 17분 박용지로 교체했다. 동시에 김동희 대신 김두현도 들어왔으나 여전히 승리의 동력은 생기지 않았다.

인천에 기회가 생겼다. 후반 34분, 두 공격수가 단 1초간 완벽한 호흡으로 움직였다. 송제헌이 수비를 등지고 멀리서 날아온 전진 패스를 받아 케빈 앞으로 툭 떨어뜨렸다. 송제헌 뒤에서 반원을 그리며 움직이던 케빈이 오른발로 날린 슛이 김동준 골키퍼의 손 옆을 스쳐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 전 공식 포메이션 용지에 인천이 원톱으로 표기돼 있었음에도 "투톱으로 나올 것 같은데 뭐"라고 꿰뚫어봤다. 그러나 막진 못했다. 김도훈 감독은 케빈 옆에 배치한 공격수를 전반전 벨코스키, 후반 초반에 박제직, 후반 25분부터 송제헌으로 계속 바꾸며 최상의 조합을 모색했다. 답은 인천 팀내 최다골(3골)을 기록 중인 송제헌이었다.

이날 인천이 시도한 3-5-2는 이탈리아세리에A에서 시작돼 세계 축구 유행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시스템이다. 돌파력 좋은 윙어도, 전문 공격형 미드필더도 없다. 대신 열심히 뛰는 윙백이 측면 공격을 지원하고 성실한 미드필더 세 명으로 중원에서 버티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팀에 창의적인 선수가 부족하더라도 섀도 스트라이커 한 명만 개인 기량이 좋으면 어느 정도 공격이 전개된다. 이날 인천도 전반전엔 벨코스키의 침투와 드리블에 의존해 공격을 진행했다. 위기 속에서 선택한 생존법이었다.

경기 중 들리던 “정신차려 인천”은 마침내 “사랑한다 인천”으로 바뀌었다. 원정석의 인천 서포터는 11경기 동안 묵혀 뒀던 승리의 노래를 오랫동안 불렀다. 케빈의 모국인 벨기에의 국기가 케빈 얼굴 앞에서 펄럭였다.

 

#“어떻게 이기냐”던 성남, 답은 정신력이었다

6일 전인 22일 광주FC와의 홈 경기에서 구단 버스를 막아서고 집단 행동을 했던 팬들이었다. 1시간 가량 대치가 계속됐고, 김 감독이 직접 서포터 앞에 나가 사죄를 했다. 그때 김도훈 감독이 성남을 꺾겠다고 하자 한 팬이 “성남인데 어떻게 이기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 성남을 꺾었다.

두 감독 모두 가장 큰 차이는 경기에 대한 자세였다고 했다. 김도훈 감독은 여러 선수들이 가정 대소사를 미뤄가며 훈련과 미팅에 빠짐없이 참석했다며 “1승이 힘들고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 팬들의 쓴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고 했다. 김학범 감독도 “한국 축구는 정신적인 준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상대가 강하게 부딪치자 우리가 느슨하게 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하며 인천이 투지에서 앞섰다고 했다.

인천의 시즌은 이제 시작됐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역대 강등팀들과 비슷한 승점이라는 지적에 김도훈 감독은 “징크스나 기록은 깨야 한다. 우리 팀은 충분한 자질이 있다. 이 1승이 정말 소중하다. 시즌 내내 끌고 가, 끝났을 때 우리의 자부심, 인천의 자부심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인천과 성남을 비롯한 K리그 팀들은 6월 첫째주 A매치 휴식기를 맞아 팀을 정비할 보름의 여유를 얻게 된다. A매치 기간엔 광주와 전북현대(6월 4일), FC서울과 제주유나이티드(6월 6일)의 경기만 예정돼 있다.

환상적인 초반 성적을 거뒀지만 티아고뿐 아니라 전체적인 선수들의 컨디션이 저하돼 있는 성남으로선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인천도 앞선 11경기를 통해 수집한 상대 전력을 상대로 전략을 짜고 약팀 입장에서 최대한 승점을 얻을 방법을 궁리할 때다. 상위권을 유지해야 하는 성남과 강등권을 탈출해야 하는 인천은 순위는 다르지만 비슷한 마음으로 정비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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