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 심판 매수 사건에서 축구팬들이 의아해하는 것 중 하나가 ‘스카우트가 사무국에 보고하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말이 되느냐’, ‘왜 스카우트의 잘못을 선수단의 리더인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이 책임진다고 하느냐’는 점이다.

유럽 축구를 통해 접한 스카우트의 모습과 K리그에서 실제 활동하는 스카우트들의 업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다. 스카우트 혹은 스카우터라는 직책은 프로 축구 태동기부터 존재했다. 1960년대 학원 스포츠에서도 ‘선수 스카우트’라는 용어가 쓰였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프로 축구가 30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다른 코칭 스태프의 훈련법 등은 외국 방식을 들여오며 많이 발전했다. 반면 스카우트는 과거 업무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초기 스카우트들부터 주로 학원 축구 감독 출신이 스카우트로 변신하거나, 때론 중고등학교 팀을 지휘하는 동시에 구단 스카우트를 겸직했다.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알려지지 않은 선수를 관찰하고, 남들이 모르는 선수를 찾아내는 것도 스카우트의 중요한 업무다. 그러나 한국 축구계는 유럽에 비해 좁다. 한 축구 관계자는 “구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스카우트가 선수를 보러 다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고 본다. 일에 대중이 없다. 즉흥적으로 움직인다. 다른 대륙까지 가서 선수를 찾는 업무를 스카우트가 아예 하지 않는 팀도 있다”고 했다.

나머지 국내 유망주를 수급하는 건 발품을 파는 것보다 인맥을 잘 구축해 놓아야 수월하다. 최근엔 프로 산하 구단이 선수에게 직접 접근하는 등 풍속도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선수를 찾고 협상할 땐 해당 학교 감독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카우트는 대부분 축구인 출신이다. 선수 출신이 아닌 경우에도 축구계에 다양한 인맥을 가져야 스카우트로 채용된다. 스카우트가 선수 물색을 넘어 계약 협상까지 다 담당하는 구단도 있다. 강화부장과 스카우트의 경계가 모호한 팀들의 경우다.

스카우트는 보통 한 명이다. K리그 챌린지 구단 중엔 스카우트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 스카우트 부서를 체계적인 팀으로 꾸린 경우는 FC서울 등 소수에 불과하다.

보고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외부 활동이 잦고, 매일 선수를 보러 가지 않아도 티가 나지 않는다는 업무 특성 때문에 스카우트는 선수 수급 외에도 다양한 일을 맡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구단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인물에게 직접 보고하며 사실상 비서처럼 활동하기도 한다. 지난해 스카우트를 통해 심판을 매수한 경남FC는 사장이 스카우트를 부린 경우다. 스카우트가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고 사장, 단장의 다양한 지시를 수행하는 팀은 더 존재한다. 한편 감독의 권한이 강한 팀에선 감독의 비서처럼 활동하기도 한다.

심판 매수 사건이 당사자인 전북의 경우, 스카우트 차 씨의 직속 상관은 최 감독이었다. 2002년부터 전북에서 일한 차 씨는 2005년 부임한 최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특히 최근 들어 막역한 사이였다. 최 감독이 입장 표명 당시 차 실장을 “가족 같이 생각해 온 코칭 스태프”의 일원이라고 거론하며 “내가 책임지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사건 당사자인 스카우트 두 명 때문에 K리그 모든 스카우트들을 모욕할 순 없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열심히 일하는 스카우트들도 많다. 다만 스카우트들이 일종의 행동대장처럼 쓰이기 쉬운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다. “파문이 다른 구단으로 확대된다면 또 스카우트가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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