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심판 매수 파문은 전북현대의 집중력을 오히려 상승시켰다. 전북은 멜버른빅토리를 완벽에 가깝게 봉쇄하고 80분을 보냈다. 그러나 레오나르도와 로페즈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승리는 요원했다.

전북은 24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에서 레오의 두 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약 80분 동안 경기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그러나 막판엔 멜버른의 강한 역습에 휘말려 한 골을 내줬다. 레오의 두 골, 그리고 두 번째 골을 도운 로페즈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선전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놓칠 수 있었다.

특히 레오는 이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도 오른발 프리킥으로 전북을 패배 위기에서 구한 레오는 또다시 프리킥을 성공시켰다. 왼쪽으로 치우쳐 크로스가 예상되는 위치에서 레오나르도가 오른발로 강하게 공을 감아찼다. 누군가의 머리에 걸렸어도 위협적인 궤적이었지만, 모든 선수를 스쳐간 공은 그대로 옆그물을 때리며 득점이 됐다. 레오가 다 계산하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골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후반 26분엔 로페즈의 패스를 왼발로 받아 넣으며 전북을 승리로 한 발 더 이끌었다. 골대 뒤로 달려가 최근 퍼진 추문으로 착잡한 서포터에게 위안을 주는 것도 레오의 몫이었다.

레오는 유럽에서도 통한 기량의 소유자로 잘 알려졌지만 한때 ‘큰 경기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 레오는 해결사로 거듭나고 있다. 16강에서 전북의 3골을 모두 책임졌다. 지난 시즌까지 레오가 ACL 토너먼트에서 넣은 골이라곤 페널티킥 한 골 뿐이었다. 그 정도로 아슬아슬한 승부에 약했다. 지금 레오는 해결사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경기 후 레오는 “ACL 우승 욕심은 당연히 크다. 늘 욕심이 있었고 올해는 더 그렇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작년엔 8강에서 무너졌지만 올핸 꼭 우승할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프리킥에 대해선 “훈련의 결과다. 훈련 만이 경기장 활약을 만든다. 매일 팀 훈련 뒤 프리킥 개인 훈련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후반 23분 교체 투입돼 두 번째 골을 도운 로페즈도 승리의 수훈 선수 중 하나다. 로페즈는 상대 진영 어디든 자유롭게 활약하는 특유의 종잡을 수 없는 동선으로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섀도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위치에서 왼쪽 측면으로 비스듬히 빠지며 전진 패스를 받았고, 잠시 공을 지킨 뒤 문전 쇄도하는 레오에게 정확한 패스를 배달했다.

로페즈는 지난 21일 전남드래곤즈 원정에서도 2도움을 올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득점력과 어시스트 능력을 겸비한 로페즈는 상대 수비진을 헤집고 균열을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몸싸움이 좋고 상대 수비가 여럿 있어도 비집고 들어간다는 측면에선 레오에게 없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레오와 로페즈의 기록은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현재까지 레오가 ACL 4골 1도움, 로페즈가 1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골과 도움을 합한 기록에서 두 선수가 팀내에서 공동 선두다. 더 강해진 레오, 스타일이 다른 로페즈의 조합은 전북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최근 주전 자리를 차지한 국내파 윙어 한교원도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며 헌신적이고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 전북의 측면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두 선수의 단점은 경기 운영이다. 레오는 상대 수비가 비상한 집중력으로 파고들 틈을 주지 않을 경우 의미 없는 얼리 크로스와 중거리 슛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로페즈는 경기를 지나치게 어렵게 푸는 경향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한 K리그 지도자는 간단한 패스로 쉽게 경기를 풀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굳이 난해한 돌파를 시도한다는 것을 로페즈의 단점으로 지적했다.

운영 능력은 미드필더들이 보완해줘야 한다. ACL 최고 수준 기술을 지닌 이재성과 김보경이 완급 조절을 통해 로페즈와 레오의 장점만 살리고 단점은 가릴 필요가 있다.

전술적으로도 경기 상황에 따라 두 선수의 활용 방안을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대두된다. 이날 전북은 김보경 대신 로페즈, 루이스 대신 서상민을 투입하며 점차 공격적으로 선수 조합을 바꿨다. 포진은 그대로 유지하되 빠른 선수들을 투입해 역습의 위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는데, 로페즈가 너무 쉽게 공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경기 막판 멜버른의 역습을 더 자주 허용하는 부작용이 일었다. 최 감독은 “내 입장에선 선수들을 고루 기용해서 계속 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정을 밝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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