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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S] 쩜오특집 | ① 토트넘 가장 강팀다운 EPL 구단이었다EPL 최고의 부분전술을 보여준 토트넘
김정용 기자 | 승인 2016.05.14 10:30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유벤투스와 바이에른뮌헨이 당연하다는 듯 우승을 자축할 때, 레스터시티가 기적은 실재한다는 걸 보여줄 때,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가 여전히 아웅다웅하고 있을 때, 그 옆엔 명품 조연이 있어야 한다. 이번 시즌 유럽 빅리그의 2인자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또 강했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 보루시아도르트문트, 토트넘홋스퍼, 나폴리의 시즌을 특별히 돌아보는 건 그래서다. 2인자라 부르기 아까운 그들을 쩜오라 불러보려 한다. 이 표현을 만들어주신 박명수 님께 리스펙. 

레스터시티가 탄탄한 수비와 단순한 역습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2015/2016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의 전술적 화두는 역습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다음 시즌 EPL 상위권이 역습 위주의 팀으로 바글거린다면 리그의 재미는 걷잡을 수 없이 감소할 것이다. 역습 위주로 경기하는 팀은 레스터와 같은 ‘언더독’ 한두 팀으로 충분하다. 뛰어난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팀이라면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경기를 꿈꾸기 마련이다.
이번 시즌 전통의 강호들이 전술적으로 무너지는 가운데, 토트넘홋스퍼는 가장 완성도가 높고 논리적인 경기를 하는 팀이었다. 토트넘은 우연에 기댄 승리를 거부했다. 자신들이 의도한 플레이로 공을 빼앗고, 약속된 플레이로 공을 전진시키고,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공격자원들의 조화로 상대 골대에 도달하려 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레스터 감독이 ‘큰 그림’을 훌륭하게 그려냈다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디테일까지 잘 조율된 팀을 만들어 냈다.

#토트넘의 경쟁력 : EPL 최고 부분전술

토트넘의 경쟁력은 각자 능력이 다르면서 조화를 이루는 선수 구성, 그들의 재능을 온전히 살릴 수 있게 부분전술을 짠 포체티노 감독의 꼼꼼한 설계에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것이 빌드업 상황이다. 토트넘은 공격적인 좌우 풀백 대니 로즈와 카일 워커, 벨기에 대표팀에서 풀백까지 소화하는 센터백 얀 베르통언과 토비 알더바이럴트, 원래 센터백이었던 수비형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인 수비형 미드필더 무사 뎀벨레로 후방을 구성한다.
측면을 통한 빌드업은 각 선수의 특성을 살린 패턴 플레이 위주로 전개되곤 했다. 예를 들어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 일시적으로 스리백을 형성하는 건 주로 수비수 출신인 다이어의 몫이었다. 이때 베르통언과 알더바이럴트는 좌우로 넓게 벌리며 측면 수비수처럼 위치를 잡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선수들이다. 베르통언이 왼쪽 수비수 자리로 이동하면, 로즈가 자연스럽게 왼쪽 윙어처럼 자리를 잡고 패스를 받을 수 있었다. 오버래핑한 측면 수비수에게 공을 전달하는 과정이 잘 짜여 있었다.

다이어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선수지만 따로 거론할 가치가 있다. 토트넘은 수년 동안 화려한 공격형 미드필더들만 수집하면서 정작 경기를 조율할 선수는 등한시하곤 했다. 수비수 다이어가 미드필더로 전업하며 의외로 쉽게 숙제가 풀렸다.

빌드업에 뎀벨레가 가담하면 패턴이 바뀌었다. 볼 키핑이 뛰어난 뎀벨레는 다이어와 달리 직접 측면으로 이동해 공을 받고 키핑한 뒤 풀백에게 전달했다. 이때는 두 센터백이 좌우로 벌릴 필요가 없었다. 다이어는 종으로, 뎀벨레는 횡으로 움직이며 공격을 전개하는 패턴이 이미 짜여 있는 팀이었다.

센터백들은 짧은 패스 대신 롱 패스로 공격을 시작하는 게 나을 경우 직접 공을 전달할 킥력도 갖고 있었다. 알더바이럴트는 경기당 평균 6.3개의 롱 패스를 성공시켜 전체 필드 플레이어 중 2위다. 베르통언도 3.6개로 필드 플레이어 중 25위 기록을 남겼다. 패턴 플레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습적으로 반대쪽까지 연결하는 것도 가능했다. 좌우 풀백을 최대한 활용하는 플레이였다. 뎀벨레는 드리블 돌파에서 전체 6위(경기당 2.9), 패스 성공률에서 전체 4위(90%)를 기록해 자신이 왜 다이어보다 전진한 위치에서 활동해야 하는지 보여줬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이 미리 약속된 플레이로 전개되곤 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조합도 각자 다른 개성이 훌륭하게 조합돼 있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결정적 패스 부문에서 리그 전체 3위를 기록한 플레이메이커이자 어시스트 전체 2위(13회)를 기록한 전담 키커였다. 라멜라는 왼발잡이라는 점에서 공격에 다양성을 부여했고, EPL 전체에서 가장 많은 반칙(경기당 2.0)을 기록할 정도로 전방 압박에 열심이었다. 두 선수를 좌우로 밀어낸 신예 델리 알리는 원터치 패스 위주로 빠르게 경기를 풀며 토트넘의 다양한 공격 자원들 사이에서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공을 잡고 두리번거리며 킬 패스를 노리는 에릭센보다 2대 1 패스를 선호하고 문전 침투가 빠른 알리를 중앙에 배치하는 편이 더 조화로운 선택이었다. 이타적인 공격수 해리 케인이 이들의 공격력을 두루 살려냈다.

토트넘 공격진은 팀 플레이로 슈팅을 만들어내는 힘이 잉글랜드에서 가장 뛰어났다. 경기당 슈팅 횟수(17.3)와 경기당 유효 슈팅 횟수(6.6) 모두 리그 최고지만 드리블 돌파 횟수는 전체 14위(경기당 9.6)에 불과했다. 어느 선수도 공을 질질 끌지 않고 빠르게 돌리며 상대를 공략했다는 뜻이다. 드리블 돌파가 역습의 중요한 도구로 쓰인 레스터시티, 다재다능한 선수들을 모아 놨지만 기본적으로 드리블 후에 패스가 전개되는 아스널과는 달랐다. 토트넘은 측면에서 문전으로 공이 날아들 때 늘 두세 명의 선수가 침투하며 한 명은 앞, 한 명은 뒤에서 움직이는 등 최상의 확률로 득점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팀이었다.

#토트넘의 문제 : 로테이션 시스템의 타격

문제는 주전 선수들 각자의 장단점이 퍼즐처럼 맞물린 팀이다 보니 그중 한두 개의 조각이 빠질 때 경기력이 저하됐다는 점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전 레알마드리드 감독처럼 주전 선수들만으로 주요 경기들을 치를 수도 있었겠지만, 전방 압박을 요구하는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상 로테이션 시스템은 필수적이었다. 시즌 중반에 부상당한 베르통언의 자리는 왼발잡이 센터백 케빈 비머가 그럭저럭 대체했지만 문제는 공격과 미드필드에서 발생하곤 했다.

시즌 초 다양한 선수를 시험하며 9경기 동안 3승 4무 2패의 부진한 성적에 그쳤던 토트넘은 10라운드에서 처음 이번 시즌 베스트가 될 멤버들(그림 참조)을 출격시켰고, 이날 본머스에 5-1 대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이 멤버들이 모두 뛴 경기에서 4승 3무로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이들 중 1명이 빠진 경기까지 포함하면 17경기에서 승률 76.5%를 기록했다. 그런데 주전 중 2명 이상이 빠진 21경기의 승률은 59.5%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 주전이었고 잉글랜드 대표기도 한 중앙 미드필더 라이언 메이슨, 윙어 손흥민과 나세르 샤들리 등은 충분히 로테이션 멤버의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주전의 플레이 스타일을 그대로 계승하진 못했다. 특히 해리 케인을 대체할 공격수가 없는 건 중요한 문제였다. 이를 아는 토트넘은 케인을 EPL 전 경기에 출장시키는 대신 컵대회에서 가급적 빼는 방침을 고수했다. 특히 금요일에 열려 EPL에 큰 타격을 주는 UEFA 유로파리그에서는 케인을 자주 제외했다. 케인은 유로파리그 중 3경기만 선발 출장했는데, 토트넘은 바로 다음 이어진 EPL 경기에서 3무승부에 그쳤다.

시즌 막판에 불거진 건 규율 문제였다. 알리는 4월에 시즌 10골을 달성하고 영국프로축구선수협회(PFA) 선정 ‘올해의 영플레이어’를 수상했지만, 곧 웨스트브로미치의 클라우디오 야콥을 가격해 징계를 받았다. 알리는 시즌 내내 폭력적인 행태로 논란을 빚어 온 선수다. 36라운드에서 첼시와 비기며 우승이 무산되려 하자 토트넘은 단체로 거칠어졌고, 뎀벨레는 종료 직전 디에고 코스타의 눈을 찔러 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토트넘이 우승하려면 : 손흥민과 샤들리는 너무 겹친다

2선의 로테이션 멤버인 손흥민과 샤들리는 대체로 비슷한 선수들이다. 둘 다 측면에서 경기를 시작해 중앙으로 파고들며 골을 노리고, 양발을 다 잘 쓰고, 득점이 특기다. 둘 다 앞선 시즌에 리그 11골(당시 손흥민은 바이엘04레버쿠젠)을 넣으며 훌륭한 득점력을 보인 전례도 있다. 주전들에 비해 팀 플레이 기여도가 낮다는 단점도 같다. 동시에 선발로 뛰며 공존하기엔 플레이 스타일이 겹치고, 토트넘의 장점인 전방 압박과 팀 플레이에 조금씩 균열을 낸다는 문제가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비슷한 선수 둘을 벤치에 앉혀놓는 자원 낭비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소한 둘 중 한 명을 성장시키거나, 포지션을 바꾸거나, 선수단 정리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케인을 대체하고 부담을 나눌 수 있는 공격수가 필요하다. 손흥민과 샤들리는 번갈아 원톱으로 출장하며 케인의 대체자로도 활약해 왔다. 그러나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주전급 전문 공격수를 겨우 한 명 가지고 시즌을 진행할 수 없다. 가능성을 보고 틈날 때마다 기회를 준 조시 오노마, 클린튼 은지는 둘 다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케인이 부상으로 몇 경기든 결장했다면 토트넘의 승점은 지금보다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이번 시즌 승점을 다음 시즌에도 그대로 유지하는 걸론 부족하다. 이번 시즌은 2010/2011시즌 이후 5년 만에 상위권 팀들이 일제히 몰락한 시즌이었다. 토트넘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승리해 승점 73점으로 시즌을 마친다 해도 지난 2014/2015시즌이라면 4위, 2013/2014시즌이라면 5위에 그쳤을 승점이다. 올해가 우승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그 기회는 레스터가 챙겼다. 다음 시즌 맨체스터시티든, 아스널이든, 첼시든, 리버풀이든 압도적인 팀이 하나 나온다면 지금 모습의 토트넘으로선 경쟁하기 힘들다. 다시 4위를 노리는 팀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이번 시즌보다 분명히 나아진 전력을 갖춰야 한다. 기회는 곧 위기다.

글=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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