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식 변칙 전술은 OK, 대체 불가는 오히려 약점

[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유벤투스와 바이에른뮌헨이 당연하다는 듯 우승을 자축할 때, 레스터시티가 기적은 실재한다는 걸 보여줄 때,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가 여전히 아웅다웅하고 있을 때, 그 옆엔 명품 조연이 있어야 한다. 이번 시즌 유럽 빅리그의 2인자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또 강했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 보루시아도르트문트, 토트넘홋스퍼, 나폴리의 시즌을 특별히 돌아보는 건 그래서다. 2인자라 부르기 아까운 그들을 쩜오라 불러보려 한다. 이 표현을 만들어주신 박명수 님께 리스펙.

보루시아도르트문트는 지난 몇 년간 바이에른뮌헨과 분데스리가 우승 경쟁을 펼쳐온 독일의 대표적인 명문 클럽이다. 그러나 지난해엔 아쉬웠다. 바이에른뮌헨, 볼프스부르크, 보루시아묀헨글라드바흐, 바이어레버쿠젠, 아우크스부르크, 샬케04에 차례대로 밀려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불과 세 시즌 전인 2011/2012시즌 우승 팀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 시즌엔 변화가 있었다. 2000년대 전성기를 이끈 위르겐 클롭 감독과 이별하고, 토마스 투헬 전 마인츠05 감독을 선임했다. ‘2015/2016 독일분데스리가’ 우승은 바이에른뮌헨의 몫이었다. 그러나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던 클롭식 축구를 벗겨내고, 성공적으로 투헬식 옷을 입었다는 데서 성과가 있었다. 변칙 전술의 대가 투헬 감독이 만든 새로운 도르트문트는 또 한 번 진화됐다.

#도르트문트의 경쟁력 : 패턴 플레이와 변칙 전술

투헬 감독은 상대팀에 맞추는 다변화 전술 능력이 뛰어나다. 4-2-3-1을 비롯해 4-1-4-1, 4-3-3, 4-4-2, 다이아몬드형태의 4-4-2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엔 차이가 있었다. 투헬스럽지 않게 하나의 포메이션을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초반 아홉 경기에선 4-2-3-1과 4-3-2-1 그리고 4-1-4-1을 사용하더니, 10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4-3-3만을 고집했다.

로이스, 오바메양, 미키타리안, 가가와, 바이글, 귄도간, 슈멜처, 훔멜스, 파파스타토풀로스, 긴터가 중심이 됐다. 이들은 잘 짜인 패턴 플레이로 상대를 압박했다. 투헬 감독의 각본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었던 데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영입된 바이글의 영향이 컸다.

만 21세에 불과한 바이글은 지난 시즌까지 1960뮌헨에서 뛰다가 꿀벌 군단에 합류했다. 2선 중앙에서 공수 전환의 구심점 역을 맡았는데, 이미 프리 시즌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3차 예선 등에서 맹활약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바이글의 플레이는 스페인대표팀과 바르셀로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몸담고 있는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연상케 한다. 문전에서 뛰는 선수들이 좀 더 편안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볼을 소유하고, 자신의 위치를 올려 전방 압박함으로써 보다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클롭 감독 시절에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스벤 벤더가 많은 활동량으로 경기를 풀어갔다면, 바이글은 좀 더 지능적이고 안정적으로 전력의 중심이 됐다.

4-3-3의 고정된 포메이션으로 안정감을 취한 도르트문트는 후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투헬 감독 특유의 변칙적 전술을 활용했다. 이때 비로소 3-4-3, 3-4-2-1, 3-5-1-1, 4-1-3-2, 4-4-2 등이 출현했다. 이때에도 중심은 바이글이 잡았다. 바이글이 뒤를 지키면 귄도간 등이 위치를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폭넓게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공을 몰았다. 귄도간이 적극적으로 전진할 경우엔 4-1-4-1의 변환 포메이션이 가동됐다. 투헬 감독의 도르트문트는 부분 전술 기용으로 확실히 정교해졌다.

#도르트문트의 문제 : 의외로 얇은 선수층

도르트문트는 5라운드까지 리그 선두를 달리다가 6라운드를 기점으로 2위로 내려왔다. 3경기 연속 무승이 도르트문트의 발목을 잡았다. 이때 추락한 순위가 리그 마지막까지 유지됐으니, 우승하지 못한 결정적 계기라 할 수 있다.

6라운드부터 드러난 문제점은 주전의 부재를 뒷받침할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미드필드의 구멍이 컸다. 미드필더진의 어쩔 수 없는 변화는 팀 스타일을 흔들 정도로 심각했다.

도르트문트 전력의 핵심은 바이글이 침착하게 후방에서 패스를 돌리고, 귄도간이 넓은 활동범위로 돌아다니며 양질의 패스와 드리블로 역습 속도를 높이는 데 있었다. 가가와는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도르트문트가 공격할 시엔 가가와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고, 수비할 시엔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가가와의 특징이 드러난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해 12월 6일 열린 볼프스부르크전이었다. 이 경기서 가가와는 후방에 있다가 전진하며 패스를 연결했고, 문전까지 침투해 직접 골을 넣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들어간 가가와의 골은 도르트문트가 극적으로 2-1 역전승하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잘 짜인 바이글, 귄도간, 가가와 미드필드 시스템은 대체 불가했다. 오히려 이게 역풍을 맞았다. 체력 고갈과 부상 여부 등으로 세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빠지면 어긋난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승리하긴 했지만 11월 29일에 열린 14라운드 슈투트가르트전에서 바이글 대신 귄도간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서고, 곤잘로 카스트로가 기존 귄도간의 위치를 맡으면서 생긴 공격 속도 저하와 원활하지 못한 공 순환은 도르트문트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대체 불가한 자원은 두름, 야누자이, 벤더, 호프만, 박주호, 수보티치, 피슈체크 등의 풍부한 스쿼드를 갖추고도 ‘의외로 얇은 선수층’이란 평을 받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도르트문트가 우승하려면 : 주전과 비주전의 간격 최소화

문제점을 보완하면 우승이 보인다. 주전과 비주전의 간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그나마 카스트로는 로테이션 멤버 중 합격점이다. 그는 미드필드 모든 포지션은 물론 측면 수비수까지 소화할 수 있어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카스트로도 투헬 감독이 추구하는 빠르고 정확한 원터치 패스엔 아직 아쉬움을 보여 보완이 필요하다,

한때 분데스리가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평가받았던 벤더가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선 특유의 장점인 활동량 대신 지능적 플레이를 갖춰야 한다. 투헬 감독은 리그 후반기에 긴터를 센터백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골대 바로 앞 선에서 수비하기엔 너무 불안했다. 게다가 공격 상황에선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스스로 기회를 잡기 위해선 변화가 필수적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간격을 최소화하는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주전으로 활약하고는 있지만, 라이트백으로서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긴터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긴터는 측면에서 실수가 너무 잦고, 도르트문트가 패스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동참하지 못한다. 대신 다른 선수들이 패스를 내주면 침투해서 슈팅하는 ‘한 방’이 있는데, 이 때문에 중앙 공격에 부담이 가중된다. 도르트문트가 바이에른뮌헨과 진정으로 우승 경쟁하기 위해선 누가 들어가도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감이 필요하다.

글= 문슬기 기자
그래픽=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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