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리버풀(영국)] 김동환 기자= 리버풀은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중 하나다. 1892년 창단된 이래 123년 동안 많은 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비단 영국 혹은 리버풀에 사는 이들만이 아니다. 리버풀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5회, 잉글랜드 1부리그 18회, FA컵 7회 등 포함해 모두 65개의 우승컵을 모으며 전세계에 수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부는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리그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한 것을 빗대어 ‘역사 속에서만 살고 있다’고 조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리버풀이 쌓아온 유구한 역사 혹은 추구하는 가치와 미래를 향한 진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잉글랜드에서도 가장 탄탄한 조직과 결속력을 갖춘 ‘리버풀 전직 선수 협회(Liverpool former players Association-이하 협회)’의 역할이 일조하고 있다.
저마다 리버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대단한 ‘레전드’들로 구성된 협회는 지금도 왕성환 활동을 하고 있다. 1987년부터 90년까지 리버풀에서 활동하며 104경기 53득점을 기록한 존 알드리지가 회장으로 이끄는 협회는 매주 경기를 직접 관전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 후배 선수들의 권익 보호, 구단의 각종 사회공헌 행사, 파트너십 행사 등을 소화하며 리버풀이 ‘명문’구단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풋볼리스트’는 협회에 소속된 레전드들과 우연한 기회에 단독 좌담회를 가질 수 있었다. 지난 23일 안필드에서 리버풀의 메인 스폰서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제일은행)이 개최한 국제아마추어풋살대회 ‘트로피컵’에서다. 대회 참관을 위해 8명의 레전드가 안필드를 방문했고, 8개국 미디어를 위해 자리가 마련됐다. 당초 인터뷰는 레전드 4명씩, 두 개의 원탁에 나뉘어 공동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특정 레전드에게 1대 1 인터뷰를 요청하는 쏠림 현상이 펼쳐졌고, 그 사이 풋볼리스트는 5명의 레전드를 원탁에 앉혀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당초 5분간 허락된 인터뷰는 밝은 분위기 속에서 10분 이상 진행됐다.
대화에 참가한 레전드는 이안 러시(660경기 346득점, 우승 18회), 존 반스(407경기 108득점, 우승 8회), 게리 맥알리스터(87경기 9득점, 우승 5회), 마이클 토마스(163경기 12득점, 우승 2회)제이슨 맥어티어(139경기 6득점) 등이다.
풋볼리스트(이하 풋볼): 만나서 반갑다. 한국의 축구전문매체 ‘풋볼리스트’에서 온 김동환 기자다. 당초 원탁에서 여러 매체들과 합동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혼자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운이 좋은 것 같다. 영광이다.
제이슨 맥어티어(이하 제이슨): 이름이 ‘동-환(Dong Hwan)’인가? 전설적인 바람둥이 돈 후안(Don Juan)으로 발음하면 되나? 진짜 돈 후안이 나타났다. 바람둥이처럼 우리의 마음을 훔쳐보라.
풋볼: 미안하다. 남자에게는 관심이 없다(웃음). 하지만 축구로 전세계 팬들의 마음을 훔친 여러분들에게는 관심이 많다. 그라운드 위의 돈 후안 아닌가?
존 알드리지(이하 존): 우리를 곤란하게 하는 질문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물어봐도 좋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언제 했냐고 물어본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이다(웃음).
이안 러시(이하 이안): 리버풀의 메인 스폰서인 SC제일은행을 통해 한국 팬들을 만나는 기회를 몇 차례 가졌다. 한국 미디어와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상당히 ‘젠틀’했다. 존은 그런 걱정은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풋볼: 그게 나다. 기억을 못한다니 서운하다.
이안: 아! 기억 난다! 우리 눈에 동양인들은 다 비슷하게 생겨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이제 나이도 많이 먹었다. 사실 한국, 중국, 일본인이 함께 있으면 구분을 하긴 힘들 정도로 다 비슷해 보인다.
풋볼: 나도 서양인들의 얼굴을 잘 구분 못한다. 잉글랜드 사람들을 보면 다 똑같이 생긴 것 같다.
게리 맥알리스터(이하 게리): 난 빼달라. 스코틀랜드출신이다. 잉글랜드 사람들과는 다른 출중한 외모다(웃음).
풋볼: 여러분들이 뛸 당시에는 축구 실력 외에도 외모가 아주 중요한 영입의 기준이었던 것 같다. 여전히 모두 인기가 많을 것 같다. 예전에는 주로 영연방 출신 선수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전세계에서 선수들이 영입되고 있다. 더욱 많은 훌륭한 자원들이 리버풀을 현재를 이끌고 있다. 선수 뿐만 아니라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리버풀을 이끄는 주인공 역시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다. 인터뷰 시간이 상당히 짧게 제한된 만큼 몇 가지 주제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첫 번째 화두는 클롭 감독이다. 리버풀을 위해 옳은 선택이었다고 보나?
마이클 토마스(이하 마이클): 100% 옳은 선택이었다. 지금 유로파리그 준결승에 진출해 있지 않나. 과정과 결과 모두 지금까지는 옳다. 다음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할 수도 있다. 리그에서의 성적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유럽 대항전에 출전해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캐피털원컵에서도 준우승이라는 성과가 있었다. 출전하는 대회에서 모두 나름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리버풀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 시기에 기회를 잡은 클롭 감독이 팀을 위해 옳은 일들을 하고 있다.
게리: 로저스 감독도 리버풀에 맞지 않는 감독은 아니었다.(편집자 주-게리는 은퇴 후 리즈유나이티드, 코벤트리시티에서 지휘봉을 잡았으며, 애스턴빌라에서 감독 대행을 역임했다. 올 시즌 초반 로저스 감독에 의해 1군 코치로 임명되었으나 지난 10월 함께 경질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감독으로 팀을 이끄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리버풀처럼 나름의 철학이 확고하고 다양한 대회에 나서서 동시에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라면 더욱 어렵다. 로저스 감독은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팀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끌었다. 부임 후 리버풀을 옳은 길로 이끌었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당장의 성적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축구 감독의 운명이다. 클롭 감독은 젊고 진취적이다. 더군다나 유럽 대항전을 병행하는데 있어서는 적절한 경험을 갖췄다. 철학과 경험 모두를 갖췄다.
이안: 모든 축구팀이 항상 옳은 선택을 할 수는 없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옳아도, 나중에는 바뀔 수 있다. 반대로 지금 옳지 않은 것 같아도, 결과적으로 옳을 수도 있다. 클롭 감독은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졌다. 팬들을 하나로 묶고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부임 후 주춤한 시절도 있었다. 선수도 마찬가지지만, 프리미어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감독에게는 시간을 줘야 한다. 클롭 감독도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벌써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시즌이 끝나기 전에 팀이 정상 궤도로 오를 수 있다면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럽 대항전에서 또 하나의 트로피를 노리고 있는 것 만으로도 나름의 결과다. 하지만 최근 경기를 보면 리버풀이 팀으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4월 들어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도르트문트. 에버턴과의 대결에서 승리라는 결과 외에도 경기 내용이 대단했다. 톱니바퀴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 리버풀을 지속적으로 보는 사람이라면,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풋볼: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때문에 리버풀의 리그 최종 성적을 예단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캐피털원컵 준우승의 과정, 유로파리그에서 행해지는 도전의 과정이 클롭 감독의 입지나 행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이 가능하다고 보나?
존 반스(이하 반스): 비야레알과의 첫 경기가 중요할 것이다. 먼저 승기를 잡아야 한다. 원정에서의 득점도 중요하다. 유럽대항전은 1차전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2차전을 장담할 수 없다. 앞서 이안이 말 한대로 클롭 감독과 선수들은 잘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우승도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축구공은 둥글기에 우승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클롭 감독이 이끈 시간에 대해 실패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 로저스 감독 역시 리버풀에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라파 베니테스 감독도 리버풀에서 역사적인 발자취를 남긴 감독이다.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팀을 떠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실패라는 낙인을 아무나 찍을 수는 없다.
게리: 유럽 대항전을 펼치는 사이 리그 경기가 펼쳐지면 더욱 힘들어진다. 클롭 감독은 도르트문트 시절 유럽무대의 최고봉인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경험했다. 단순히 큰 무대에 오른 것만 보고 그를 영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리버풀 감독을 맡기 전 마인츠와 도르트문트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각 클럽에서 7년씩을 보냈다. 마인츠와 도르트문트의 클럽 역사상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다.
제이슨: 잉글랜드 무대는 처음이지만 지난 클럽들에서의 긴 시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름 성적도 냈지만 단순히 성적 만으로 두 클럽을 오래 지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클롭이 각 구단을 떠난 후에도 그가 남긴 업적은 각자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팀의 뼈대를 잡는 역할을 한 것이다. 팀을 하나로 만들고, 팬을 하나로 만들었다.
이안: 나는 리버풀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레전드 중 한 명이다. 전세계를 돌며 팬들을 만나고 있는데 다들 클롭 감독에 대한 존경심과 기대가 크다.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가 팬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클롭 감독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는지를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팬들의 마음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도 잘 훔친다.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개성이 상당히 강하고 다루기 어려울 때가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팀이 와해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지도자가 중요하다. 클롭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멜우드(1군 훈련장)에 감독실이있는데, 클롭 감독은 자신의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다. 매 순간 선수들과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최대한 많은 소통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팀이 하나로 뭉쳐졌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패배를 하면 구성원들이 누군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로하며 다음 경기를 기약한다. 경기에는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 후 그런 분위기를 가진 팀이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충분하다.
반스: 특히 팬들과 함께하는 부분이 대단하다고 본다. 팬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잘 알고 있다. 사실 축구라는 스포츠는 승리를 하면 누구나 열광한다. 단순하다. 하지만 패배를 하더라도 희망의 씨앗을 심고 패배를 하면 비난 보다 박수가 쏟아진다. 팬이 없으면 리버풀도 없다. 리버풀이라는 팀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만 있는게 아니다. 팬들까지 포함된 것이 바로 ‘팀’이다. 많은 구단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지도자들도 동의하지만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여유와 철학을 가진 지도자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팬을 만날 때도 최선을 다 한다. 팬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라면 최대한 많은 기회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리버풀에 몸을 담은 지 이제 6개월이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이렇게 빨리 팬들의 마음을 훔치는 감독은 흔치 않다. 상당히 인상적이다.
풋볼: 사실 성적만 잘 내면 팬들의 사랑은 저절로 따라온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클롭 감독은 성적과 팬들의 마음을 동시에 훔칠 수 있는 지도자로 인식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빌 샹클리 감독과 견주어도 될까?
반스: 정확한 지적이다. 샹클리 감독은 1959년부터 74년까지 팀을 이끌며 우승도 수 차례 했지만 팀의 뼈대를 제대로 만들었다. 당시 부임한 후 훈련장을 보고 “쓰레기장 같다”고 했다. 당시 여건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훈련장 곳곳에는 병조각도 많았다. 선수들과 함께 축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훈련이 끝나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선수들을 붙잡고 훈련장에서 밥을 먹여 보냈다. 지금이야 여러가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만 당시는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밥을 먹여 집으로 보내고, 집으로 음식을 싸가게 했다.
이안: 선수들은 샹클리 감독을 아버지처럼 여겼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팬들, 동네 아이들을 훈련장으로 불러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게 했다. 훈련 과정을 직접 본 팬들은 결과물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결과에 관계 없이 다시 훈련장을 찾아 소리도 지르고, 박수도 쳤다. 정말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비공개 훈련이 필요하면 샹클리 감독은 팬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말을 듣지 않는 팬들도 있었지만, 팀을 위한 일이라는 신뢰가 쌓이자 팬들도 자신이 팀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적극 협조했다. 패배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팬들이 인식했다. 팬들도 그를 아버지로 여겼다. 세월이 흘러 모두가 팀을 떠나도 결국 팀의 뼈대를 지키는 것은 바로 팬이라는 인식을 알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뼈대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전세계 팬들과 리버풀을 하나로 묶는 힘이다.
마이클: 당장 클롭 감독이 샹클리 감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역 선수들, 옛 선수들 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클롭 감독이 가지고 있는, 리버풀이라는 팀에서 추구하는 철학이 샹클리 감독의 그것과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흡사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올 시즌 리그 성적은 주춤하지만 희망으로 가득 차 있고, 진취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이유다.
게리: 올 시즌 최선의 성과로 기대하는 것은 유로파리그 우승이다. 하지만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아무도 클롭 감독을 비난할 수는 없다. 많은 부분에서 단기간에 발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신뢰를 얻었다. 몇 시즌 동안 루이스 수아레스 같은 전세계 최고 수준을 가진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아니다. 대단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만한 선수들은 빠져나갔다. 스티븐 제라드도 미국으로 갔다. 그런 상황 속에서 현재의 행보는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존: 올 시즌 마무리에 최선을 다 해야 하지만 동시에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여름이 상당히 중요하다. 옳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현재의 자원들을 잘 이끌어 가야 한다.
반스: 여름이 중요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많은 이들이 프리시즌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올 여름에는 올림픽, 유로 대회가 있어 많은 팀들이 조금 늦게 정상 컨디션을 보여줄 수도 있다. 리버풀 역시 몇몇 선수들은 뒤늦게 프리시즌에 합류하거나 아예 합류하지 못하고 바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 하나의 팀으로 묶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클롭 감독이 가진 선수들에 대한 혜안과 능력이라면 가능하리라 본다. 선수단 관리에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은 그의 확실한 장점이고, 리버풀에게는 그의 능력이 대단한 발전의 원천이 될 것이다.
풋볼: 프리시즌에는 보통 투어를 간다. 올 여름 리버풀은 미국에서 두 차례 경기를 가진다. 내년에는 아시아를 찾을 예정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프리시즌이 정말 훈련에만 집중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아시아나, 미국 등지에서 경기를 하며 상업적 이득 역시 노리고 있다. 가끔은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있다.
이안: 전세계에는 수 많은 리버풀의 팬들이 있다. 모두가 안필드를 찾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리버풀이 그들을 찾아갈 기회다. 많은 파트너들과 함께하며 상업적 이득도 얻는 것이 사실이다. 리버풀 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의 명문 구단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파트너와의 관계 역시 팬들과의 신뢰 위에서 꽃을 피워야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훈련 역시 마찬가지다. 팬들이 없다면 찾아갈 이유가 없다. 훈련은 멜우드에서 하면 된다. 하지만 샹클리 감독이 멜우드의 담벼락에 아이들을 올려주고, 훈련을 보고 팀의 모습을 공유하게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해 보라. 이제는 지구 반대편으로 찾아가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우리가 그들을 찾아가 멜우드의 담벼락에 올려주면 그들 역시 ‘팀’의 구성원으로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제이슨: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왔는데, 여전히 안필드와 같은 열기를 가진 팬들이 가득하다. 그 장면을 본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친선경기나 공개 훈련에 나서더라도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개인을 위해서도, 팀을 위해서도 옳은 일이다. 누군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선수들이 먼저 알아차린다.
풋볼: 맞는 말이다. 예전에 세계적인 명문 구단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해 엄청난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제이슨: 프리시즌투어는 리버풀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그곳에서의 훈련도 팀 훈련이다. 팬들을 만남과 동시에 말 그대로 한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어디에서 훈련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어디에서 응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리버풀의 평소 모습을 각자 보여주면 된다.
풋볼: 이미 정해진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겼다. 미디어담당관이 눈치를 주는데,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물어보겠다. 프리미어리그는 전통적인 ‘빅4’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방금 전 끝난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거두며 7위를 지켰다. 당장 올 시즌은 아니더라도 다시 ‘빅4’로 복귀해야 할텐데?
이안: 한 마디로 미쳤다. 디펜딩 챔피언 첼시가 강등권 근처까지 다녀왔고, 지난 시즌 강등권이었던 레스터가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누가 예상했겠나? 토트넘과 레스터가 우승을 놓고 싸우는 장면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그 사이 리버풀이 치고 올라갔어야 하는데…
마이클: 시즌 초반 감독 교체 등으로 인해 과도기가 있었다. 그래도 빠르게 안정된 것이라고 본다. 나쁘지 않다. 레스터의 도약은 정말 대단하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운도 잘 맞았다. 첼시,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등이 주춤했고, 맨체스터시티, 아스널이 반사적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힘을 내야 할 때 이겨주지 못했다. 평소 같은 모습이었다. 그 사이 대운이 레스터에게 온 것이다. 올 시즌 레스터가 우승하리라 본다.
반스: 내가 봐도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말 이변의 연속인 시즌이다
풋볼: 리버풀의 리그 성적은 아쉽지만, 이러한 변화들은 리그 전체를 놓고 보면 긍정적인 것이 아닌가?
게리: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리그가 발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존의 ‘빅4’가 리그 자체의 인기를 대단히 끈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한 리그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팀들의 전력이 상향평준화되었다는 방증이다. 더 많은 팀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리그 저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경쟁 또한 심화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각 팀들도 기회로 삼아 발전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안: 앞서서 ‘미쳤다’고 한 것은 정말 보고 있으면 미칠 만큼 재미있다는 이야기다. 응원하는 팀이 딱히 없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변화무쌍한 리그를 보면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제 올 여름 프리시즌을 통해 새 시즌 도약을 제대로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전세계의 스카우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각 부서의 구성원들도 열심히 각자의 분야에서 뛰고 있다.
풋볼: 진짜 마지막 질문이다. 현재 잉글랜드 혹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중 혹시 인상적인 선수가 있나? 발전 가능성이 돋보이는 선수는?
존: 누가 있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리버풀 경기만 너무 열심히 봐서 그런가 보다.
반스: 토트넘에 한 명 있는데…쏜(Son) 아닌가? 몇 차례 인상적이긴 했지만 아직 기회를 더 잡아야 한다.
이안: 한국 선수는 ‘박지성’으로 통하는 것 아닌가? 은퇴하고 맨유의 엠버서더로 활약하고 있다고 들었다. 리버풀을 상대로 득점을 몇 차례 했기에 밉긴 하지만 아시아 선수의 표본이다. 표본은 표본이고, 내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골을 몇 차례 넣었다. 밉다(웃음).
풋볼: 긴 인터뷰 감사드린다.
사진= 풋볼리스트, SC제일은행,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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