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홈구장,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가다

[풋볼리스트] 경기장은 그저 배경이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자 역사다. ‘풋볼리스트’는 전세계 의미 있는 스타디움을 직접 답사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학부)와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대학원) 학생과 연구원들의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인천유나이티드가 인천문학경기장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을 당시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건설 계획은 축구팬들로 하여금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홈 구장인 인천문학경기장은 현 상황과 맞지 않는 수용 규모는 물론, 이에 따른 운영 비용 등이 K LEAGUE시민 구단의 홈 구장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2012년도에 완공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설계부터 남달랐다. 미국은 물론 유럽 내에 다양한 스타디움 설계 작업을 했던 건축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다른 경기장보다 축구팬의 팬 경험적 측면을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국내 월드컵 경기장의 평균 수용 규모보다 1/2수준인 약 2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고, 이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 중 하나로 꼽혔다. 이는 실제 K리그 경기에서 자주 목격되는 큰 경기장과 적은 관중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적합한 모델이 될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리고 주변환경과 어우러진 경기장의 외관 또한 하나의 기대거리가 되었다. 경기장에서 느낀 인상적인 경험은 관객들이 경기장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로 디자인 적인 측면도 결코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외관은 홈 팬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기에 부족하지 않아 보였다.

과연 인천의 팬들도 이렇게 느끼고 있을까? 인천과 성남FC 와의 3라운드 경기가 있던 당일, 인천의 팬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티켓구입 후 경기장으로 걸어가며 깊은 한숨과 함께 한마디를 했다. “경기장은 좋은데..” 어쩌면 이 몇글자 안되는 남성이 한 이 말이 현재 인천이 사용하고 있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했다. 도대체 인천 팬은 어떤 점을 보고 이런 아쉬움을 표현 했을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디자인과 콘코스

경인선 역 중 하나인 도원역에 내리면 바로 인천의 홈 경기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등에 설치된 현수막부터 경기장 곳곳에 배치된 인천의 역사를 보여주는 조형물들은 경기장을 걸어가는 동안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북쪽 면이 오픈 된 형태기 때문에 외부에서 경기장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경기장 앞의 전망대에서는 경기장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경험도 가질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기장의 외관과 내부 좌석의 색상은 인천의 브랜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경기장을 찾은 홈 팬들에게 구단에 대한 자긍심을 부여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경기장 건설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경기장 까지 가는 콘코스(길, 복도)다. 콘코스가 어떻게 조성되고 운영되는지에 따라 관중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콘코스는 과거에 보통 경기장 내부에 좌석을 연결하는 통로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현대 경기장에서는 단순히 경기장과 좌석을 연결하는 개념이 확장되어 다양한 필요성에 의하여 목적이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이런 흐름에 맞추어 콘코스를 개방하였다. 좌석과 통로를 구분짓지 않고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 화장실이나 매점을 가더라도 경기를 놓치지 않고 관람할 수 있게끔 설계되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설계한 미국 스포츠 건축사무소 Rossetti에서 일하는 정성훈 이사는 “오픈 콘코스(open concourse)는 미국경기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관람석에 있지 않아도 계속 경기에 관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축구경기는 몰입도가 중요한 요소여서 오픈콘코스가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적절한 경기장 크기와 관람석 디자인(seating bowl design)을 통해 몰입도를 충분히 만들어 내기 때문에 오픈콘코스에서 다른 팬경험(fan experience)을 주고자 했다.” 고 하며 또한 “축구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이벤트의 경우에도 오픈 콘코스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데 미국 LA갤럭시 홈구장인 스텁허브센터(StubHub Center)는 오픈 콘코스를 통해 다양한 팬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축구 이외에 많은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활용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LA갤럭시 홈 구장의 오픈 콘코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인천유나이티드

건설 초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이 개장한 이후에 인천의 관중 점유율은 쉽사리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장은 팬 경험을 위해서 설계됐지만 아직 경기장을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족한 모습이다. 구단의 재정 안정을 고려하여 경기장 주변을 수익시설로 활용 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홈플러스와 웨딩홀을 제외하곤 경기장을 감싸고 있는 외부공간은 현재 임대가 되지 않아 전부 비어 있는 공간으로 남아있다.

정성훈 이사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완성되고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원래 디자인에는 많은 부대시설과 수익사업관련 시설들이 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시공단계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고 설명했다. 경기장 내부 또한 들여다 보면 팬들의 만족을 위해서 설치한 포토존이나 팬 라운지, 스토어 등은 디테일이 부족한 모습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경기장 외부 팀스토어와는 별개로 콘코스 내에도 팀스토어가 있는데 구단 여건상 상품의 종류가 몇가지 안된다고 하더라도 디스플레이 방식은 아쉬움이 남는다. 팬 라운지 또한 무엇에 활용하려고 만들었는지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아 들어왔다가 중계화면만 잠시 보다가 그냥 나가는 팬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시도민 구단인 인천의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전체적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갖고 있는 오픈콘코스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종목이긴 하지만 같은 연고지를 두고 있는 프로야구구단인 SK와이번스의 SK행복드림구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행복드림구장은 단순히 전광판뿐만 아니라 팬들이 선호하지 않는 외야석을 캠핑존이나, 테이블석, 펍 등 여러가지 용도로 개선하여 경기장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경기를 단순히 앉아서 관람하는 공간에서 경기장 전체를 조망하며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야구와 축구가 갖고 있는 여러가지 환경적인 차이나 시민 구단이 갖고 있는 재정적 역량의 차이는 있겠으나 SK와이번스의 팬 경험을 확장시키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오픈콘코스를 활용한 경기 외적인 콘텐츠가 부족한 인천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정성훈 이사는 운영자인 인천유나이티가 과연 경기장을 잘 운영할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질문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운영(Operation)은 관리(Maintenance)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가 있는날, 경기가 없는날, 콘텐츠 유입과 제공,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준비 등 많은 부분이 경기장 운영에 포함되는데, 당장 전문 운영기업에 맡길 수는 없지만, 하루빨리 운영능력이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고 자체적으로 운영능력을 키워 나갈 것을 조언 드리고 싶다” 며 본인은 경기장 운영전문가가 아니기에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낸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인천 문학야구장 외야석

변화가 필요한 인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보면 과거에는 경기장의 최종 목적지가 경기만을 보기 위한 ‘좌석’ 이었다면 미래의 우리나라 경기장도 팬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는 ‘경기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장 설계 때의 계획과 달리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주변의 주상복합용지가 4차례나 유찰되면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매각이 성사될 경우 이르면 올해 안에도 주상복합건물이 착공되어 주변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와 더불어 미래에 관중유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구단의 변화다. 사용자인 구단이 바뀌지 않으면 경기장 사용 방식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인천을 상징하는 하나의 랜드마크로 발돋움하려면 인천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글= 지민우(한양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

사진촬영 및 자료정리= 이수담(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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