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생존 위기... 사소한 비리로 새는 돈, 과대한 인건비 등 개선해야

[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K리그와 위기는 오랜 친구다.

어폐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제 K리그가 위기라는 표현은 특별한 감정을 만들지 못한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최근 K리그 사상 최초로 전, 현직 선수들에게 밀린 수당(약 2억 원)을 달라는 소송을 당했다. 이 수당은 올 시즌 수당이 아니다. 인천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명의 선수들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못했다. 인천은 “5월부터 7월까지 밀린 수당을 지급하겠다”며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소명한 상태다.

인천은 이 문제 말고도 여러 가지로 난리다. 지난겨울 전지훈련에서 구단직원이 선수단 음식 값을 웃돈으로 계산하고 돌려받는 ‘카드깡’ 수법을 쓴 뒤, 이 돈으로 구단직원 및 코칭스태프의 술값을 지불한 게 들통 났다. 호주 출신의 외국인 선수 네이선 번즈에게 급여와 계약금을 주지 않아 제소당해 패소했다. 인천은 약 80만 불(약 9억 원)을 번즈 측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구단 영상을 제작하는 인유TV와는 계약 과정에서 잡음을 빚었다. 계약서와 2달 분 대금을 주지 않았다.

비난 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고 비난하면 개선 효과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가 모두 2016년 생긴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근 생긴 문제보다는 몇 년간에 걸쳐 곪은 게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터졌다. 인천만 이런 문제를 지닌 게 아니다. 수당만 해도 그렇다. 광주FC와 강원FC도 체불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남FC 등 다른 시도민구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관계사와 외주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도 많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K리그와 한국축구의 미래라고 평가 받았던 시도민구단이 한창 성장해야할 시기에 이런 문제에 둘러싸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사실 시도민구단의 문제는 곧 K리그의 문제다. 23개 구단 중 12개가 시도민구단이다.

#창단은 의욕적, 운영은 나몰라

한일 월드컵 이후 K리그 구단 창단은 매력적인 일이었다. 국민들은 축구에 열광했다. 시도지사들이 축구단 창단에 열을 올린 이유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환영했다. 지금은 외국인영입비리 혐의가 입증돼 비난 받는 안종복 전 경남 사장이 인천 창단의 산파 역할(당시 단장)을 한 것도 이 시기다. 인천은 2003년 창단됐다. 이때만해도 축구인들 사이에서는 안 전 사장을 “인물 중의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다. 안 전 단장은 인천이 흑자를 냈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경남, 대구FC(2002년 창단), 강원은 이런 월드컵 바람을 타고 태어났다.

창단이 최고라는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인천의 흑자가 실제로 수익을 남긴 게 아니라 회계장부 위에서만 흑자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거의 모든 시도민구단들이 위기를 겪었다.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K리그 구조상 축구만 잘 해서 돈 벌기는 어렵다. 우승컵과 최고흥행으로도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어렵다. 기업구단은 재정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카드(모기업)를 지니고 있지만, 시도민구단은 아니다. 시도민구단은 선거결과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래저래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 2010년이 넘어가면서 축구인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축구인은 이렇게 외쳤다.

“만들면 뭐하나! 운영도 못하는데”

운영이 어려운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인적 구조 문제다. 시도민구단은 창단초기에 지역축구인과 공무원조직이 협업하는 구조였다. 시도지사가 당연직 구단주로 있기 때문에 시도에서 구단의 사무국장, 관리팀장 등에 공무원을 내려 보냈고, 지역축구인이나 창단을 도운 축구계 인사가 단장이나 사장을 맡았다. 나머지 구단직원들은 공채했다. 하지만 말만 공채지 창단을 주도한 인물들 주위에 있던 이들이 구단에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어차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축구단의 구조에서 투명하고 정확한 일처리를 기대하기 쉽지 않았다.

수면 위로 드러난 비리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다. 안 전 사장은 에이전트비리로 구속됐고, 강원에서 근무하던 2명의 직원이 횡령혐의로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여전히 안 그래도 부족한 돈이 여러 곳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 시민구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작은 규모의 횡령이 많다. 일례로 구단에서 쓰는 렌터카 비용이 100만 원이라면, 업체와 짜고 130만 원이나 150만 원을 받아 차액을 챙기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 비리 같은 큰 건을 제외하고도 이런 일들로 구단 제정에 구멍이 생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비리가 아닌 조직 문화도 문제(이것은 시민구단이 아닌 K리그 전체의 문제로 봐야 하는 면이 있다)다. 돈이 있어도 외주 업체나 에이전트들에게 제때 대금이나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팀이 많다. 번즈와 주앙 파울로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와 에이전트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단에 돈이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이 부분이 가장 우선순위가 낮았을 뿐이다. 한 중국인 에이전트는 한 구단이 전지훈련비용을 지급하지 않자 연고지 시청을 찾아가 직접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문화가 문제를 더 키웠다.

참다 못한 지자체에서 전문 업체에 구단컨설팅을 의뢰하는 경우도 늘었다. 시도민구단을 컨설팅했던 한 업체는 “통장 내역을 보고 놀랐다. 돈을 벌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이상한 데 쓰는 게 문제”라고 했다. 컨설팅을 해 비리를 적발해도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해당 직원이 구단에서 영향력을 넓혔고, 그런 비리를 저지른 이를 특정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기는 어려워도 찾기는 쉽지 않은 격이다. 이미 해당 직원들에게 축구단은 생존의 터다. 이들은 신입 사장이나 단장보다 더 많은 정보와 네트워크를 지녔다. 쫓아내면 외부에서 구단을 공격한다.

#인건비 비중 논의, 더 미루면 안 된다

정한 임금은 줘야 한다. 약속은 약속이다. 다만 임금은 회사사정에 따라 달라진다는 전제를 벗어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회사가 호황을 누리는데 직원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은 문제다. 회사가 어려운 데 직원 월급을 높이는 것도 문제다. K리그 시민구단 중에서는 후자와 같은 일을 벌이는 구단도 있다. 감독이나 사장이 막강한 권한을 지닐 때 주로 나타나는 문제다. 성적 혹은 명예를 위해 구단 사정과 관계없이 연봉이 높은 선수를 영입하고, 선수들 수당을 높인다. 이것은 K리그와 같이 구단 지출 중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08년, 강원FC는 박수 받으며 창단했다. 첫 해에 91억 원의 지원금과 스폰서 비용 50억 원을 받아 남부럽지 않게 출발했다. 당시 강원은 몇몇 선수들에게 기업구단 부럽지 않은 연봉을 지급했다. 이런 과정 속에 강원은 100억 원 이상의 운영비가 필요한 팀이 됐다. 김원동 대표에 이어 취임한 남종현 대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갔다. 남 대표는 수당을 높이는 방법으로 승부욕을 고취시키려 했다. 자신의 돈 45억 원을 구단에 빌려주면서까지 그런 구조를 이어갔다. 이들이 떠나고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임은주 전 대표의 공과를 논하기는 쉽지 않지만, 재임 시절 내내 빚을 갚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의 가장 큰 공도 당연히 빚 탕감이다

이런 일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임 사장이나 감독이 무리하게 연봉이나 수당을 책정하면 후임자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K리그 연봉공개에 대한 찬반은 있어도, K리그 선수들이 연봉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는 많지 않다. 시장규모나 인기에 비해 많이 받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구단은 축구하기 위해서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다. 연봉을 주기 위해 축구하는 게 아니다. 리그나 구단 사정을 무시한 무리한 연봉과 수당은 K리그 미래를 갉아먹는다.

“내가 많이 받아야 후배도 그렇게 받는 게 아닙니까?”라고 주장하는 선수들이 있다. 반은 맞는 이야기다. 리그가 건강하게 존재할 때,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리그나 팀 자체가 존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후배들의 취업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2016년 K리그는 건강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하는 선수와 관계자들은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극적인 인건비 조정을 하자는 게 아니다.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드러난 일로 누구를 욕하기는 쉽다. 간단하다. 누가, 언제 벌인 일이든 현재 책임자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K리그 구조를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때다. “누가 당장 못하겠다고 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K리그 고위관계자로 일했던 이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누가 먼저 손을 들면, 그게 도미노현상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허투루 빠져나가는 돈을 차단하고, 관행이 된 비리를 잡고, 무리한 인건비 지출을 막아야 한다.

흥행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건강하지 않으면, 흥행 위해 노력할 힘도 없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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