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중국과 중동 구단의 선수 영입을 보며 위기감을 느껴 왔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수백억 원을 투자하면 그만큼 뛰어난 선수가 합류할 수밖에 없다. 전북이 따라할 수 없는 전략이다.

 

대신 전북엔 김보경과 이재성의 조합이 있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대성하진 못했지만 빅리그에서 한동안 활약하며 나름 경쟁력을 보인 김보경, 유럽 구단이 노린다는 이적설이 지속적으로 들리는 이재성 모두 유럽파 못지않은 기량을 지녔다. 둘 다 한국인이지만 비싸게 하 온 외국인 미드필더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인물들이다. 20일 FC도쿄를 3-0으로 완파했을 때도 그랬다.

전북은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5차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조 1위에 올라 16강 진출 확률을 크게 높였다. 전북 선발 라인업은 예고한 대로 4-1-4-1에 가까웠다. 전북의 핵심 조합은 김보경과 이재성이 공수를 오가며 활약하고, 그 뒤를 장윤호가 보좌하는 미드필드의 삼각형이었다.

하이라이트만 봐도 두 왼발잡이 미드필더의 가치는 명백했다. 전반 35분, 전북이 갈망하던 멋진 공격 작업에 의한 골이 나왔다. 로페즈가 오른쪽부터 드리블해 들어가다 패스를 시작했다. 레오나르도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로페즈가 최전방에 침투해 있던 김보경에게 전진 패스를 보냈고 김보경이 공을 받는 동시에 몸을 돌린 뒤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도쿄 수비가 반응하기 힘든 속도로 이뤄진 멋진 팀 플레이를 김보경이 마무리했다.

후반 15분에 나온 추가골은 이재성의 장점이 응축된 골이었다. 아베 다쿠마의 안이한 횡패스를 이재성이 나꿔챈 뒤 그대로 전진하다 이동국에게 내줬다. 이동국의 크로스를 김보경이 오른발 슛으로 받았고, 빗맞아 튕긴 공을 이재성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스스로 공을 따내 득점까지 기록했다.

일본 원정 성적이 2006년 이후 1승 1무 8페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경기였지만 전북은 이번 경기에서 공수가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균형을 잡은 김보경과 이재성은 최 감독이 시즌 전 밝힌 구상대로 “공수 양면에서 단점이 없는” 활약을 했다. 둘 다 수비 가담을 위한 활동량, 수비 위치선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단순히 많이 뛰는 선수보다 더 나은 수비를 한다. 공격할 때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기여도가 높다.

김보경이 합류하며 패스와 공격 전개의 질이 달라졌다는 건 큰 차이다. 김보경은 한국 미드필더가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상대 수비를 피해 공을 받는 퍼스트 터치 기술을 갖고 있다. 전진 패스의 방향과 빠르기는 종종 감탄을 자아낸다. 전방 침투 횟수가 무분별하게 많은 건 아니지만 16일 성남FC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문전 쇄도로 득점을 기록했다.

이재성은 김보경만큼 기술적이진 않지만 활동량과 가로채기 능력으로도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매 경기 증명하는 선수다. 도쿄의 공격 전개를 이재성이 여러 차례 끊은 뒤 전북의 득점 기회로 전환했다.

두 선수 중 하나를 후방으로 내려 4-2-3-1 형태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공수를 오갈 수 있게 4-1-4-1 형태로 배치한 선택도 능력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을 줬다. 최 감독이 원래 시즌 개막 전부터 갖고 있던 구상이다. 시즌 중간에 두 선수를 동시에 기용하며 김보경을 후방에 배치하는 등 다른 방식을 써 봤지만 도쿄전의 역삼각형 배치가 더 효과적이었다.

전북 선수들이 ACL에서 만날 갑부 구단보다 개인 기량으로 앞서긴 힘들다. 그러나 김보경과 이재성이 주도하는 미드필드 조합만큼은 명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실제 기량은 어느 팀에든 뒤쳐지지 않는다.

두 선수의 역량은 전북이 무리한 롱 패스 위주의 공격 전개, 단순한 경기 운영을 하지 말고 미드필더를 거쳐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수비진에서 공격진으로 바로 패스를 넘겨가며 축구 한다면 전북의 최대 장점인 미드필드는 무용지물이 된다. 전북은 미드필더가 경기를 주도할 때 가장 강해질 수 있는 팀이다. 

그래서 도쿄전 막판에 공격수나 수비수를 추가 투입해 롱볼 전략을 쓰지 않고 차분하게 4-1-4-1 포메이션을 유지한 최 감독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다. 그런 가운데 후반 추가시간 교체 투입한 한교원이 어시스트를, 고무열이 골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전북은 K리그보다 ACL에서 먼저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였다. 이번 시즌 11번째 공식 경기였다.

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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