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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현의 오만일기] (6)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배운 ‘프로 정신’오만에서 나눈 아프리카 선수들과의 우정
한준 기자 | 승인 2016.04.15 15:02
(사진/ 왼쪽부터 마마두, 자말, 김귀현, 코피)

[풋볼리스트] 축구 선수가 되면 전 세계에서 일할 수 있다. 미드필더 김귀현(26)은 이 말을 몸소 증명한 선수 중 한 명이다.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지 않은 나라에서 특별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해 대구FC를 거쳐 오만 최초의 한국인 선수가 된 김귀현이 오만 스토리를 전한다. 축구가 아니었다면 평생 접하지 못했을 나라 오만 속으로 김귀현과 함께 가보자. <편집자 주>

오만 축구팀 알나스르SCSC의 외지인은 나뿐만이 아니다. 나는 아시아 쿼터 제도를 통해 영입된 선수이고, 아프리카 출신의 세 선수가 더 있다. 두 명은 ‘디디에 드로그바’의 나라에서 왔다. 코트디부아르 선수 마마두 소로 낭가(23)와 메차크 코피(28)다. 자말 모하메드(28)는 케냐 국가 대표 선수다.

코피는 지난 2014/2015시즌 오만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다. 리그에서만 19골을 넣었고, 국왕컵에서 6골을 넣어 이 대회에서도 득점왕이었다. 아랍에미리트 축구클럽 일티하드 칼바로 갔다가 무슨 사연인지 12월에 단기 임대 형식으로 돌아왔다. 시즌 말까지 우리 팀에서 뛴다. 코피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자마자 골을 터트리며 이름값을 해주고 있다. 

마마두는 코트디부아르 올림픽 대표 공격수다. 나와 함께 올 시즌에 영입되었는데, 피지컬이 정말 좋다. 키가 189센티미터로 큰데 테크닉도 좋고 활동량도 좋다. 정말 뛰어난 스트라이커다. 다만 골 결정력이 조금 부족한 것이 아쉽다. 다 잘하는 데 제일 중요한 부분에 부족한 면이 있다. 

자말은 미드필더로 나와 중원에서 더블 볼란치로 서는 짝꿍 같은 선수다. 내가 수비적으로 해준다면 자말은 기술적으로 공격을 이끈다. 볼 줄을 만드는 능력이 아주 좋은 선수다. 나와 함께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뛰면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선수들은 프랑스어를 쓰고 케냐 선수만 영어를 쓴다. 코트디부아르 선수들도 영어를 조금씩은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다. 아무래도 몸으로 축구를 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운동장에서 호흡하면서 더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 축구를 통해 소통하다 보니 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무래도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어색하거나 서먹한 면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서로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의지가 되는 일이 많다. 그래서 돕다 보니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친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사진/ 힘든 상황 속에도 프로 정신을 잃지 않은 마마두)

#아프리카 선수들도 놀란 한국 축구의 활동량

오만 선수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다 보니 외국인 선수들끼리 호텔에 있는 바에 자주 가서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때가 많다. 가볍게 맥주를 한잔 하면서 경기 중에 있었던 얘기도 하고, 그밖에 다른 얘기도 나누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때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축구 선수 네 명이 모여서 얘기를 하다 보면 축구 이야기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대화를 떠올려 보면 대부분 축구 얘기였다. 그렇게나 축구를 좋아했으나 축구 선수가 되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점이 같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친해질 요소를 갖춘 것이다. 

이 선수들도 TV를 통해 한국 경기를 봤다고 한다. 월드컵 예선전 경기를 보면서 한국 축구는 정말 많이 뛴다고 얘기한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활동량을 보일 수 있는지 내게도 물어보더라. 그러다 보니 나에 대해선 다들 좋게 얘기해준다. 나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자기들이 실수를 해도 내가 ‘욕’을 안한다는 거다. 이들에게 난 착한 동료로 통한다. 앞으로는 골을 못 넣으면 욕을 좀 해줘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하는 축구 얘기는 가십과는 다르다. 대부분 건설적(!)이다. 경기 중에 있었던 일들을 복기한다. 이 선수들이 공격수들이다 보니 우리가 왜 더 많은 골 찬스를 만들지 못했는지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면서 내가 구박(?)을 좀 하는 편이다. 골 좀 넣으라고!

시즌 말미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휴가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 다음 시즌에 새로운 팀을 알아보고 있는지, 아니면 지금 팀에 남을 것인지에 대한 얘기고 나누고 있다. 오만 현지 언론에서 우리 팀의 외국인 선수들이 리그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끼리도 이적 시장을 앞두고 더 의욕이 충만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있다. 마쓰다컵도 우승했지만, 내친 김에 4강에 올라 있는 국왕컵에서 우승하자고 의기투합하고 있다. 

같이 지내면서 기쁜 일도 있었고 슬픈 일도 있었다. 자말은 가족이 케냐에 있는데,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내가 삼촌이 되었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함께 기뻐하고 축하했다. 아무래도 가족들과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출산한 것이다 보니 서로 마음을 나누는 부분이 컸다. 그 소식에 즐거워하는 자말을 보며 나도 행복했다.

슬펐던 일은 마마두의 아내가 임신 중에 유산을 한 것이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할 수 있을지… 짐작도 되지 않을 만큼 아픈 일이었다. 그런 마마두를 보며 나 역시 많이 슬펐다. 말 없이 따듯하게 한 번 안아주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 힘든 일을 겪고도 마마두는 운동장에서 훈련과 경기 모두 성실하게 임했다. 그 모습에 더 크게 놀랐다. 그런 마마두의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 참 많이 배우고 느꼈다. 교훈을 준 동료였다. 진정한 프로 정신이 무엇인지 몸소 가르쳐 준 마마두였다. 

구술=김귀현
정리=한준 기자
사진=김귀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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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olaz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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