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축구는 하나의 문화다. 한 나라 혹은 한 리그의 축구를 보면 그들의 생활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그들 속으로 좀 더 들어갈 수 있는 열쇠도 있다. 바로 성과 이름이다. 멋지고, 조금은 낯선 그들의 성과 이름을 이해하면 그들의 사는 세상을 조금 더 알 수 있다. 앎은 기본이고, 재미는 덤이다.

“호나우두!!!”, “메시!!!” 주말밤 해설자와 캐스터들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는 선수들의 성을 멋들어지게 부른다. 그들이 부르는 외국 선수들의 이름은 뭔가 특별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의 성이 지닌 뜻과 기원을 알게 되면 웃음을 참기 어려워질 때도 있다. 재미있는 성을 모아봤다.

#슈바인슈타이거(Schweinsteiger) - 양돈(養豚) 업자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조상 덕분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많다. 그의 성인 슈바인슈타이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잡아 끌기에 충분하다. 슈바인(Schwein)은 돼지라는 뜻이고 슈타이거(steig)는 우리 라는 뜻이다. 돼지우리를 만드는 사람 혹은 지키는 사람이다. 돼지를 키우는 양돈업자라는 뜻이다. 항간에는 돼지를 교접 붙이는 사람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 정확히는 그것과 다르다. 이 성은 바바리아(Bavaria, 바이에른주) 고유 성이라고 한다.

#블랑(Blanc) – 백인, 하얗다

로랑 블랑 파리생제르맹 감독은 순수 백인 혈통임이 분명하다. 그의 성인 블랑(blanc)은 불어로 하얗다는 형용사인 동시에 백인이라는 명사다. 예전에는 성이 별다른 게 아니었다.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특징인 경우도 많았다. 블랑의 선조들은 특히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드링크워터(Drinkwater) – 물을 마신다

2015/2016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레스터시티의 돌풍을 이끈 대니 드링크워터(Drinkwater)는 항상 목마르다. 이름 자체가 물을 마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드링크워터는 처음부터 축구 실력보다는 특이한 이름으로 주목 받았다. 드링크워터가 유로2016에 출전한다면 이런 코멘트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와우! 대니 드링크워터가 물을 마시고 있다(Wow! Danny Drinkwater drinks water).

#프티(Petit) – 작은, 꼬마

엠마뉘엘 프티는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완전히 넘어뜨린 세 번째 골을 넣은 선수다. 건장한 체격에 말총머리를 한 프티는 남성미가 넘치는 선수였다. 하지만 그의 선조들은 키가 작았을 가능성이 크다. 프티(petit)는 프랑스어로 작은이라는 형용사, 꼬마라는 명사다. 덩치 혹은 키가 작은 이들에게 붙여진 이름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185cm의 엠마뉘엘 프티가 엠마뉘엘 ‘꼬마’라니. 세월은 유전자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걸까?

# 영허스번드(Younghusband) – 꼬마신랑

결국 첼시 유니폼을 입고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뛰지 못한 필리핀, 영국 이중국적자 필립 영허스번드의 선조들은 조혼의 풍습을 이끌었을까? 드링크워터에 필적하는 특이한 이름이다. 성이 젊은신랑 소위 꼬마신랑이라는 뜻이다. 영허스번드는 자신의 성에 걸맞은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2016년 현재 한국 나이로 서른인데 여전히 미혼이다.

#밀러(Miller) – 방앗간 주인

이청용에게 거친 태클을 해 큰 부상을 입힌 톰 밀러는 가업을 물려 받았다면 축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밀러(Miller)는 방앗간 주인이라는 뜻이다. 큰 물레방아를 가진 방앗간에서 일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밀러(Miller)는 이솝우화에도 자주 출연하는 직업이다. 물론 톰 밀러는 부적절한 태클로 가루가 될 정도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글= 류청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