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어려운 도르트문트 원정 경기서 승점 1점 획득

[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리버풀의 독일 원정 무승부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철저한 계획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다.

리버풀은 8일 새벽(이하 한국 시간) 독일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1차 도르트문트전에서 1-1로 비겼다. 리버풀은 전반 36분 디보크 오리기의 선취골로 앞서가다 후반 3분 마츠 훔멜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무승부를 기록했다.

1실점을 허용한 건 아쉬우나 클롭 감독은 원정 무승부에 만족한다. 그는 경기 후 "많은 사람들이 우리도 0-2, 0-3, 0-4와 같은 스코어로 대패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우린 원정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적어도 0-0 무승부보다 100% 낫다"며 기뻐했다.

고작 비긴 걸 가지고 왜 그렇게 호들갑 떠느냐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독일의 강호이자 유로파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 도르트문트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도르트문트는 ‘독일 분데스리가’서 바이에른뮌헨과 함께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이다. 28라운드 기준으로 뮌헨과는 승점 차가 5점이고, 지난 3월 5일 맞대결에선 0-0으로 비기며 팽팽한 전력을 자랑했다.

유로파리그서도 월등하다. 16강 두 경기서는 토트넘을 상대로 3-0과 2-1로 승리했고, 앞선 32강 포르투전에서도 2-0과 1-0으로 완승했다. 지난 3월 18일에 열린 16강 2차 맨체스터유나이티드전부터 3경기 째 이기지 못하고 있는 리버풀로선 상승세의 도르트문트를 만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리버풀엔 클롭 감독이란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는 도르트문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다. 도르트문트가 2010년대에 들어 중흥할 수 있도록 만든 주인공이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도르트문트를 이끌었던 클롭 감독인 만큼 팀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영국 ‘BBC’ 등 주요 매체들은 도르트문트의 뼈대를 만든 뒤 리버풀로 떠난 클롭 감독에 주목해 이번 도르트문트와 리버풀의 맞대결을 ‘엘 클롭피코(El Kloppico)’라 명명하기도 했다. 세기의 라이벌 대결인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El Clasico)’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상대를 잘 알았던 클롭 감독은 리버풀의 주포인 다니엘 스터리지를 대신해 오리기를 출장시키면서 선수 선발에 변화를 줬다. 마르셀 슈멜처, 훔멜스, 스벤 벤더, 루카스 피스첵 등 도르트문트의 단단한 수비 조직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클롭 감독의 안목은 확실했다. 오리기는 후반 39분에 스터리지와 교체되기 전까지 여러 차례 위협적인 공격을 연출했다. 공간을 만들 줄 알았고, 상대의 강한 압박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순간적인 돌파 능력까지 좋았다. 전반 36분에 터진 선취골은 오리기가 순간적으로 벤더와 피스첵 사이에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전진해 얻은 결과였다. 클롭 감독은 “우린 공간이 필요했고, 오리기는 우리가 원하는 걸 만들어줬다. 또 우린 볼을 점유하길 원했다. 그는 이 역시 잘 지켜줬다. 이번 게임은 오리기가 만든 것”이라고 했다.

오리기와 함께 마마두 사코와 데얀 로브렌의 활약도 좋았다. 도르트문트가 내세운 주공격 카드는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헨리크 므키타리안, 마르코 로이스, 에릭 두름 등이었다. 이들은 클롭 감독이 총애하던 애제자들로, 그들의 장단점은 누구보다 클롭 감독이 잘 알고 있는 었다. 클롭 감독은 특별히 중앙 수비수 콤비인 사코와 로브렌에게 수비 책임을 더 막중하게 부과했다. 이와 관련한 장면은 ‘스포츠1’에서 방영한 ‘클롭 캠(Klopp Cam)’에 여러 번 노출됐다. 클롭 감독은 두 선수에게 끊임없이 수비 위치를 지시하고, 상대 움직임에 집중하라고 일렀다.

전반 18분엔 므키타리안이 골대 정면에서 떄린 슈팅을 사코가 발을 뻗어 막은 뒤, 이어진 2차 공격까지 차단했다. 전반 34분에도 므키타리안이 단독 질주해 페널티 박스 밖에서 미끄러지며 왼발 슈팅하는 과정에서 로브렌이 시야를 방해했다. 두 선수는 도르트문트의 공격수들을 커버하는데 능했다. 덕분에 리버풀은 실점과 다름없던 위기를 여러 번 넘겼다.

클롭 감독의 빠른 판단력도 한몫했다. 클롭 감독은 후반전 중반 이후 리버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걸 확인하고 전반전과 달리 수비에 무게를 뒀다. 이미 동점골을 허용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압박하며 주도권 싸움을 벌이기보단, 안정적으로 경기를 펼치는 게 더 효율적이란 판단으로 감행한 변화였다. 후반 10분 이후 도르트문트가 누리 샤힌(후반 13분), 로이스(14분), 슈멜처(22분), 곤살로 카스트로(25분) 등을 앞세워 슈팅하는 장면에서도 리버풀 선수단의 대부분은 페널티 박스 근처에 분포해 있거나 이미 골대 주변을 메우고 있었다. 경기 전과 경기 중 일어날 상황을 철저하게 계획한 클롭 감독은 적지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크게 웃었다.

토마스 투헬 도르트문트 감독은 경기 직후 “리버풀은 기대한 수준의 플레이를 펼쳤다. 우리는 경기에 녹아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좋은 기회가 있었으나 이걸 살리지 못했다”면서 리버풀에 대한 칭찬과 소속 팀에 대한 아쉬운 평가를 내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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