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 추가 투입 효과 미비, 조직력 회복이 우선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가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충격패를 당했다. 조 최약체인 빈즈엉에 역전패를 허용했다. 전북 특유의 닥공은 통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판정의 희생양이었지만 경기력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

전북은 6일(한국시간) 고다우 경기장에서 가진 ACL E조 4차전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패배했다. 전북은 전반 12분 선제실점, 후반 43분 마지막 역전 실점을 모두 페널티킥으로 내줬다. 페널티킥 자체엔 큰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전북은 김창수와 김형일 두 명이나 퇴장당하며 전력상 타격도 입었다. 김창수가 후반 31분과 33분 연속으로 경고를 받고 퇴장당한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

빈즈엉 원정은 원래 어렵다. 잔디와 기후 등 환경이 생소하고 이동거리가 길다. 오랜만에 ACL로 돌아온 지난 시즌부터 따지면, 빈즈엉은 ACL 홈경기에서 2승 2무 1패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전북은 지난 시즌에도 빈즈엉 원정에서 1-1 무승부에 그쳤다. 지난 시즌 가시와레이솔도 빈즈엉 원정에서 0-1로 패배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엔 장쑤쑤닝이 1-1 무승부에 그쳤다. FC도쿄는 5월 4일에 빈즈엉 원정 경기를 치른다.

그러나 무승부도 아니고 패배로 경기가 끝났다는 점은 문제가 있었다. 특히 경기 막판 들어 공수 간격을 벌리며 난전을 유도하는 최 감독 특유의 경기 운영이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런 전술 변화는 ‘닥공’ 브랜드의 핵심이다. 잘 짜여진 조직력으로 경기를 시작하지만, 후반전 중반 정도가 되면 수비나 미드필더를 빼고 공격수를 추가 투입해 상대가 수비에만 집중하게 만들며 끝까지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 최 감독의 특징이다.

문제는 이 닥공이 ACL에서 점점 효력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최 감독이 국가대표팀에서 복귀한 2014년부터 전북은 ACL 원정 경기에서 심각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전적이 2승 2무 7패에 불과하다. 심각하게 나쁜 성적이다. 번번이 원정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2014년 포항스틸러스에 밀려 떨어질 때, 2015년 감바오사카에 밀려 떨어질 때 모두 원정 패배가 문제였다.

팀 전력은 완성되지 않았는데, 원정에서 무리하게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 조별리그 가시와레이솔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얻어맞고 2-3으로 패배한 뒤 “이기려는 감독 욕심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경기 막판 공격수를 추가 투입해 ‘닥공 모드’로 전환한 뒤에도 경기 흐름을 장악하지 못한다는 것이 최근 불거진 중요한 문제다. 지난 시즌 감바전 패배를 복기해 보면, 전북은 1-2로 뒤지고 있는 후반 34분부터 수비수 두 명을 빼고 센터백 두 명을 투입했다. 그 결과 한 골을 넣은 듯 했지만 종료 직전 결승골을 얻어맞고 2-3으로 졌다.

이번 시즌 원정 경기에서 2전 전패를 당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도 닥공의 무기력함이다. 지난 3월 장쑤쑤닝 원정에서 2-3으로 패배할 때도 공격적인 교체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전북은 후반 6분 이종호 대신 이동국, 이주용 대신 레오나르도를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교체 당시 점수는 0-1이었다. 이후 공격력 강화 효과는 봤지만 오히려 수비 불안이 더 크게 불거지며 두 골씩 주고받았기 때문에 교체로 인한 이득은 없었다.

최 감독 특유의 공격적인 교체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교체 카드의 문제가 아니라 교체 이전의 상황 때문이다. 공수 균형을 일부러 무너뜨린 축구로 버틸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경기 대부분은 탄탄한 조직력으로 보내다 막판 20~30분만 난전을 펼쳐야 하는데, 지난 시즌부터 조직력이 불안한 전북은 경기 시작부터 난전을 벌이다 막판에 공격수만 추가하는 식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 90분 내내 경기가 불안해지기 일쑤다.

빈즈엉 원정 경기로 돌아가보면, 이날 전북은 동점 상황에서 이종호 대신 로페즈를, 레오나르도 대신 김효기를 투입했다. 겉모습만 보면 비슷한 포지션의 선수들을 대체 투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수비 가담이 더 서툰 선수들이 거푸 투입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더 중요한 건 경기 운영이었다. 빈즈엉 원정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안정적으로 경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수 간격을 벌리고 롱 패스 위주로 성급한 공격을 하다 오히려 역습을 얻어맞는 상황이 거푸 나왔다. 결국 그중 한 장면에서 김형일이 퇴장당하며 페널티킥을 내줘 패배했다.

전북이 최근 원정에서 거둔 가장 큰 승리는 지난해 산둥루넝 원정의 4-1 대승이었다. 당시 승리 비결을 닥공이 아니라 4-1-4-1 포진에 맞춰 배치한 선발 라인업의 전체적인 조직력이 산둥을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K리그가 ACL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끈끈함이고, 현대축구의 끈끈함은 조직력에서 나온다. 전북은 90분 내내 빈틈 없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만큼 조직력이 회복되기 전까지 ACL 원정 경기에선 닥공을 접어둬야 한다. 지난 3년간 반복된 패턴이 빈즈엉전에 이르러 강렬하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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