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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작전판] 활발했던 수원삼성, 치밀했던 멜버른백지훈-조원희 카드 vs 델피에르 전진 전략
한준 기자 | 승인 2016.04.07 00:23

[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분명 경기를 지배한 것은 수원삼성이었다.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은 네 경기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승리하지 못하며 불거진 위기론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위기라고 하는 데, 나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배경은 경기력이다. 멜버른전에 득점한 미드필더 권창훈(22)도 “팀적으로 계획한대로 잘 됐다. 결과만 안좋았다”고 했다.

자력으로 16강에 오르기 위해 승리가 절실했던 수원삼성은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멜버른전에 구성한 4-1-4-1 포메이션은 골과 승리를 위해 위험을 감수한 선택이었다. “공격적으로 하기 위해 박현범을 벤치에 두고 백지훈을 넣었다. 보다 활발한 공격을 원해서다.” 포백 앞의 1의 자리에 선 백지훈은 포백 보호 보다 2선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백지훈은 권창훈이 전진하면 그 뒤를 받치며 볼 배급과 슈팅, 돌파를 시도하며 공격 전개에 무게중심을 두고 움직였다.

공격에 무게중심을 두지만 수비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신장 면에서 호주 선수들이 크다. 양 측면에도 조원희와 신세계 등 큰 선수들을 넣지 않았다. 상대의 측면이 강하니 그 부분을 막는 데 주력했다.” 서정원 감독은 팀의 속도감을 유지하면서 수비 안정성을 가져가기 위해 신체 조건 보다는 활동범위가 넓은 선수들로 풀백을 구성했다. 홍철이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본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와 라이트백인 조원희가 생소한 레프트백 포지션에 배치된 이유다.

권창훈과 백지훈이 다 전진하면 그 뒤를 레프트백 포지션으로 선발 출전한 조원희가 수비형 미드필더 지역을 커버했다. 구자룡이 조원희가 선 레프트백 자리를 커버하고, 신세계가 안쪽으로 당겨 들어온 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섰던 이상호가 라이트백 수비 지역을 경계하며 커버했다. 수원삼성 선수들은 경기 도중 매끄럽게 위치를 전형하며 경기를 풀었다.

#권창훈이 돋보인 이유

공격적으로도 서정원 감독의 준비는 착실했다. “염기훈과 권창훈에 대한 마크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염기훈 쪽에 볼이 가면 상대 수비가 치우치기에 뒷공간을 파고 들려 했다. 그 타이밍이 적절하게 맞아서 골이 나왔다.” 염기훈이 왼쪽 측면에서 볼을 쥐면, 권창훈, 산토스, 이상호가 번갈아 배후 공간을 공략했다.

특히 돋보인 것은 권창훈의 움직임이다. 백지훈의 옆자리에 있다가 산토스가 전방 좌우로 빠지면 그 위치로 올라가고, 다시 이상호과 김건희가 좌우로 움직이며 수비를 달고 나가면 그 위치로 번개같이 치고 들어갔다. 때로는 권창훈이 측면으로 빠져 나오며 동료 공격수들이 침투한 곳에 적절한 패스를 보내주기도 했다.

전반 28분 시도한 기 막힌 오버헤드킥 시도와 후반 14분에 나온 선제득점 등 가장 경쾌한 모습을 보인 것은 권창훈이지만, 권창훈이 돋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동료 선수들과의 합을 이룬 유기적인 팀 플레이가 있다. 골라인을 통과한 것으로 보였던 이상호의 헤딩 슈팅, 아슬아슬하게 골 포스트를 지나친 김건희의 슈팅 등이 득점으로 연결되었다면, 수원삼성은 손쉬운 승리를 챙겼을 수도 있다. 베테랑 수비수 곽희주는 “맥을 짚어야 할 시점에 놓쳤다”며 좋은 경기 내용에 결과가 따라주지 않은 것을 아쉬워 했다.

물론 수원삼성이 이기지 못한 것을 골 결정력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장거리 원정을 온 멜버른의 경기 계획도 탁월했다. 케빈 무스카트 감독은 치밀하게 수원 원정을 준비했다. 자기 진영에서 버티고, 볼을 소유하는 것으로 수비하려 했으며, 수원삼성이 집중력을 잃은 시점을 적절히 공략했다.

무스카트 감독은 경기 후 회견에서 멜버른이 너무 자기 진영에서 수비적으로 플레이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했다. “수원은 롱볼을 많이 시도한다. 뒷공간을 노린다. 역습상황에서 위험한 팀이다. 우리가 공격으로 자주 나가면 흔들릴 수 있다. 상대가 수비 라인에서 롱킥을 하기 때문에 전방 압박을 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우리 수비가 아주 잘해줬다.”

공격적으로 활발한 것은 23개의 슈팅을 뿌린 수원삼성이었다. 멜버른의 슈팅 시도는 5차례에 불과했다. 전반전에는 유효 슈팅이 하나도 없었다. 후반전에 2개가 골문 안으로 향했다. 반면 수원삼성은 유효슈팅만 8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볼 점유율은 53%로 멜버른이 앞섰다. “우리가 볼 점유율을 잘 통제했다. 선수들이 공을 잘 지켰다.” 무스카트 감독은 선수들이 잘 버텨줬다고 재차 칭찬했다.

#실점 직후 동점골, 센터백 전진시킨 멜버른

그 보다 빛난 것은 수원삼성에게 선제골을 내준 직후 1분 만에 동점골을 얻은 부분이다. 무스카트 감독도 이날 가장 좋았던 부분으로 “실점한 뒤 빨리 만회한 점”을 꼽았다. “실점 이후 선수들이 아구 강한 정신과 개성을 보여줬다.”

멜버른의 동점골이 ‘정신력’ 만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그 보다 프랑스 출신 센터백 마티외 델피에르의 깜짝 전진이 효과를 발휘했다. 최후방 수비수인 델피에르가 볼을 운반하더니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올라와 코스타 바르바로스에게 마무리 헤딩 패스를 보냈다. 곽희주는 “상대 센터백이 자주 올라오더라. 우리가 그 부분을 공략했다면 좋았을텐데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무스카트 감독은 실점 직후 킥오프 상황에서 나온 득점에 대해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센터백 델피에르의 잦은 전진은 준비된 플레이였다. 센터백이 전진하니 마크맨이 없었다. 델피에르는 수원 진영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델피에르가 아치 톰슨과 2대1 패스를 주고 받을 때 레프트백 조원희가 미드필더 백지훈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가 공간을 내줬다. 그 자리로 델피에르의 헤딩 패스가 이어졌고, 바바로스는 크로스 타이밍에 슈팅을 시도하며 골문 구석을 예리하게 찔렀다.

서정원 감독도 “득점 이후 집중력이 더 필요했다. 상대 수비수가 앞으로 끌고 나올 때 저지했어야 했다”며 아쉬워 했다. “거기서 무너지면서 연결이 됐다.” 라인을 높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서정원 감독은 전방압박을 중시한다. 만족한다고 했던 이날 경기의 유일하게 아쉬운 장면은 득점 직후 잠시 잠깐 느슨했던 그 순간에 발생했다.

상하이상강이 감바오사카 원정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G조의 상황은 여전히 어지럽다. 무스카트 감독은 수원삼성에 승점 3점을 앞서게 됐지만 5차전 일정은 동등하게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수원은 일본 원정을 가야하고, 우리는 중국 원정을 간다. 우리 역시 동등하다는 자세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상하이는 16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1위 자리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멜버른과 홈 경기에서 이기면 1위 자리를 확보한다. 멜버른과 5차전을 대충 치를 이유가 없다. 만약 수원이 감바 원정에서 승리하고, 상하이가 멜버른을 잡아준다면 6차전에서 수원삼성도 기적을 바랄 수 있다.

물론 기적을 바라기 위해서는 좋은 경기력을 승리로 완성시킬 수 있는 확실한 마무리 능력이 시급하다. 홈에서 상하이를 잡았던 경험이 있는 멜버른은 전술적으로 치밀한 팀이라는 것을 이날 경기에서 보여줬다. 남은 두 경기를 확실하게 마무리해도, 멜버른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모두가 허사다. 수원삼성이 16강에 오르지 못한다면 득점 직후 그 단 한 순간의 미스가 더 뼈아프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픽=한준 기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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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olaz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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