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현이 직접 전하는 오만 생활 풀스토리 독점 공개

[풋볼리스트] 축구 선수가 되면 전 세계에서 일할 수 있다. 미드필더 김귀현은 이 말을 몸소 증명한 선수 중 한 명이다.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지 않은 나라에서 특별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해 대구FC를 거쳐 오만 최초의 한국인 선수가 된 김귀현이 오만 스토리를 전한다. 축구가 아니었다면 평생 접하지 못했을 나라 오만 속으로 김귀현과 함께 가보자. <편집자 주>

오만 프로축구에는 FA컵 성격의 술탄컵(국왕컵) 외에 리그컵으로 운영되는 마쓰다컵이 존재한다. 잉글랜드에서 운영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프로 클럽만 출전하고, 보통 리그 경기와 국왕컵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임한다. 난 리그 경기에도 꾸준히 경기에 나섰지만, 마쓰다컵도 꾸준히 소화했다. 결승전은 A매치 기간인 27일에 열렸다. 각 팀에 속한 국가대표 선수들 없이 치러졌지만, 지금까지 이 대회에 헌신해온 선수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오만 최고 인기팀과 격돌한 마쓰다컵 결승전

결승전에서 상대하게 된 소하르는 오만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팀이다. 나를 비롯한 오만 선수들도 부러워하는 팀이다. 수도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팀인데, 최고의 관중 동원 능력으로 유명하다. 소하르는 홈 경기를 할 때마다 관중이 꽉꽉 들어찬다. 압도적인 인기 팀이다.

소하르 축구의 인기 비결은 이들 지역 사람들의 성향에 기인한다. 오만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마찬가지로 왕정 체제인데, 오만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국왕 정치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던 지역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오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이 지역 사람들의 열정이 강하다.

소하르는 인기는 많지만 리그 우승 경험은 없다. 선수들의 열정으로 따지자면 우리 알나스르 선수들도 소하르 사람들 못지 않다. 올 시즌 리그 성적도 우리가 4위, 소하르가 8위에 올라 있다. 그래도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소하르는 준결승에서 현재 리그 선두를 잘리는 판자(Fanja)를 꺾고 올라 왔다. 경기는 수도 무스카트에 위치한 술탄 카부스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렸다. 조건은 동등했다.

경기는 우리가 초반부터 주도했다. 생각보다 잘 풀렸다. 밀어 붙이고 있을 때 골이 들어가면서 후반전까지 우리가 잘했다. 전반 34분에 들어간 첫 번째 골 같은 경우 완벽한 도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 몫이 절반은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공격 깊숙한 곳까지는 자주 들어가지 않는데 한번씩 들어갈 때마다 잘 걸린다. 

내가 밥상을 차려준 골이라고 했지만, 수비를 맞고 공이 튀어 올랐다. 그래서 난 ‘반 어시스트’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알사디가 워낙 화려하게 받아 먹었다. 오버헤드킥으로 때려 넣었다. 평소에도 오버헤드킥을 자주 하던 선수인데 그 상황에서 할 줄이야. 역시 이런 기술은 우연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 첫 골 이후 전반 종료 시점까지는 소하르가 만회골을 위해 밀어 붙이면서 조금 밀렸지만 골을 내주지 않고 잘 마무리했다.

#'시그니'를 먹었다…꾹 참고 뛰었다

고비는 사실 후반전에 왔다. 시작하자 마자 상대 선수와 충돌하면서 허벅지에 뭉침 현상이 생겼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시그니를 먹었다’고 하는 데, 심한 상태가 정말 많이 힘들었다. 왠만하면 참고 뛰는데 그러기도 쉽지 않을 만큼 고통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참고 뛸 수 있었던 힘은 이 날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준 교민들의 응원 때문이었다. 결승전인 만큼 대사님과 한인회장님을 비롯한 교민분들이 응원해주셨다.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마음 속으로 버티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며 뛰었다. 의무진에게 세게 붕대로 감아 달라고 한 뒤 죽어라 뛰었다. 후반 3분쯤에 다쳤으나 30분 넘게 그런 상태로 뛴 것이다. 

돌아보면 어떻게 뛰었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경기를 끝나고 나니 걷기도 힘든 정도였다.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부상의 영향이 없는 경기를 해냈다. 후반 중반에 우리 팀이 한 골을 더 넣으면서 2-0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프로 선수가 된 이후 처음으로 해본 우승이었다. 다리는 무거웠지만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응원해주는 많은 분들 앞에서 이룬 우승이라는 점에서 더 뿌듯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끝나고는 나보다 대사님과 기념촬영을 하려는 분들이 더 많았다. 은근 찬밥 신세가 됐다. 

마쓰다컵 우승을 창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국왕컵 보다는 작은 대회라 구단에서 특별한 얘기는 없다. 아직까지는 조용한 분위기. 다만 국왕컵 우승을 이룬다면 특별한 보너스가 있을 것이라는 언질이 있었다. 리그 우승은 사실 격차가 생겨 힘들어진 상황이지만, 이번 우승의 맛을 보고 선수단 모두 국왕컵까지 더블 우승을 해보자는 의지가 더 강해졌다. 

#프로 첫 우승의 달콤한 맛, 아름다운 밤

무스카트에서 경기를 했기에 당일에는 이동하고 돌아와 쉬었다. 우승 기념으로 28일 월요일 저녁에 외국인 선수들만 따로 모여 저녁을 먹었다. 29일 저녁에 선수단 전체 우승 회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리그 일정이 또 이어지기 때문에 화끈한 뒤풀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보통 선수단 회식을 하면 H호텔 뷔페에서 진행한다. 한국 뷔페보다는 못하지만 먹을 만 하다.

오만에서 음식 적응으로 문제가 된 것은 없었다. 오만 사람들도 밥을 정말 많이 먹는다. 한국과 비슷한 밥이 주식이다. 반찬도 닭고기를 주로 먹는다. 밥은 연한 카레맛이 나는 노란색으로, 꽤 맛있다. 흰 밥이 나오면 닭 요리의 소스에 비벼 먹는다. 큰 쟁반에 밥이랑 닭고기, 양고기가 올라와 푸짐하게 먹는다. 오만 사람들, 정말 많이 먹는다.

맛이나 양은 문제가 없는 데 처음 적응해야 할 것은 손으로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오만에서는 수저를 쓰지 않는다. 식탁 위에 손을 씻는 물을 따로 준비하는 것은 아니고, 다들 식사 전에는 손을 씻으러 가고, 먹고 나서 손을 다시 씻는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이제 손이 편하다. 우승한 뒤 먹은 오만 음식은 더 꿀맛이었다.

식사 뒤에는 외국인 선수들과 따로 술도 한잔했다. 이슬람 국가인 오만에서도 호텔 안에서는 음주가 가능하다. 오만에서는 술을 구입하기 위해서 별도의 라이선스도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H호텔 안에서 마셨다. H호텔은 바닷가 옆에 있어서 경치도 정말 좋다. 마츠다컵 우승 메달과 함께 오만에서 와서 가장 아름다운 밤을 보냈다. 다음 날은 오후 훈련으로 예정되어 있어서 이 기분을 충분히 느끼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짧지만 긴, 오만의 밤이다.

구술=김귀현
정리=한준 기자
사진=김귀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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