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빠른 공격 저지하는 수단, 지난 1월 카타르전에서도 선보여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고양] 김정용 기자= 올림픽대표팀은 필살기를 하나 갖고 있다. 평소 포백 위주로 경기하다 가끔 꺼내는 스리백이다. 신태용 감독은 3-4-3 포진으로 승부를 걸곤 한다. 상대가 빠른 공격수들을 활용하려 할때 이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28일에도 그랬다.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알제리와 친선경기를 가진 올림픽대표팀은 전반 22분 이창민의 선제골, 후반 13분 문창진의 추가골, 후반2 9분 문창진의 페널티킥 쐐기골로 3-0 승리를 거뒀다. 지난 25일 2-0으로 승리했던 한국은 이번 2연전에서 5득점 무실점으로 깔끔한 2승을 거뒀다.

 

선수는 유지, 전술은 변화

신태용 감독은 선수 실험이 아닌 전술 실험에 중점을 뒀다. 선발 명단은 7명이 1차전과 그대로였다. 새로 투입된 구성윤, 류승우, 이창민, 김현도 원래 올림픽대표팀에서 입지가 탄탄한 선수들이다.

핵심은 선수 변화가 아니라 박용우의 위치 변화였다. 1차전에서 이찬동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던 박용우가 이번엔 일종의 스위퍼로 배치돼 스리백을 이뤘다. 이찬동은 이창민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다. 포메이션은 4-2-3-1에서 3-4-3으로 바뀌었다.

박용우는 신 감독의 표현으로 ‘포어 리베로’를 맡았다. 스리백의 일원이지만 상대 공격수를 전진 압박해야 할 때 나머지 두 며의 수미수보다 먼저 튀어나갔다. 공격을 전개할 때도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로 올라가 공을 받고 뿌렸다. 박용우가 올라갔을 때 한국은 4-3-3으로도 볼 수 있었다.

신 감독에겐 익숙한 전술이다.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홈팀 카타르를 상대로 구사해 3-1 승리를 이끌어냈다. 당시에도 류승우, 김현, 권창훈이 스리톱을 형성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황기욱에서 이찬동,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이 연제민에서 김민재로 바뀐 것만 빼면 대체로 같은 구성이었다. 신 감독은 A대표팀 감독 대행 시절 우루과이전을 통해 기성용을 박용우와 같은 위치에 실험한 바 있다.

실제 경기에서 스리백은 한국 수비를 어느 정도 안정화하는 효과를 냈다. 알제리가 한국 환경에 더 적응했고 날씨가 더 따뜻했기 때문에 1차전에 비해 나은 경기력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1차전에서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던 것과 달리 비교적 적은 위기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수비진에서 여전히 실수가 나왔지만 수비 숫자가 많기 때문에 동료가 다가가 덮어줄 수 있었다.

 

유연한 박용우가 핵심

경기 후 신 감독은 “스스로 자멸하는 패스가 나오면서 위협을 초래했다. 축구는 발로 한다. 실수할 수 있다. 엄하게 대하기보다 독려하며 자신감을 키워주는게 중요하다. 실점하지 않았으니까 고무적이다. 실수를 5개 하는 걸 본선에선 2개로 줄일 수 있게 만들어주자 생각하고 있다”며 실수만 줄인다면 괜찮은 수비가 될 것으로 자평했다.

경기 후 만난 선수들에게서 스리백의 원리와 효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포어 리베로 박용우는 “공격시 내가 올라가 공을 받으며 빌드업을 해야 한다. 수비할 때 상대 공격 숫자에 따라 스리백을 하거나 포백을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특이한 건 상대 공격에 따라 수비 포진을 바꾼다는 것이다. 원래 수비 숫자는 상대 공격보다 한 명 많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에 따라 상대 공격수가 원톱이면 중앙 수비수 두 명으로 대처하는 포백, 상대가 투톱이면 중앙 수비수 세 명으로 대처하는 스리백이 적합하다. 신 감독의 전술에서 박용우가 유연하게 수비와 미드필더를 오간다면 상대가 투톱일 때뿐 아니라 원톱일 때도 적절한 수비 포진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상대가 원톱 아래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4-2-3-1을 쓴다면 박용우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마크하면 된다.

수비 보호부터 공격 가담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은 이창민은 팀 전체의 작동 원리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상대 공격력이 좋거나 기술, 스피드가 월등할 때 3-4-3을 쓴다. 마냥 수비적인 것이 아니라 공격할 땐 또 공격력을 요구하신다. 공수 모두 깊게 들어갔다 깊게 나와야 한다. 나를 비롯한 모든 선수가 많이 뛰어야 하는 축구다.”

박용우가 수비를 보강하기 위해 뒤로 내려갔기 때문에 미드필드와 공격의 숫자는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 활동량이다. 한국은 카타르에서도 3-4-3을 쓸 때 유독 전력질주하는 선수가 많았다.

 

본선 위한 수비 강화책

3-4-3의 도입은 큰 틀에서 수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신 감독은 포백 위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 명 있는 4-1-3-2, 4-1-4-1 등의 포진을 선호해 왔지만 알제리와 2연전을 치르며 4-2-3-1과 3-4-3을 시도했다.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의 숫자가 좀 더 많은 포진들이다.

한국은 기존 주장 연제민이 수원삼성에서 부진에 빠진 뒤 소집되지 못했다. 좌우 수비수인 심상민과 이슬찬도 K리그에서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 수비진이 여러모로 약해지는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수비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했다. 본선에서 한국보다 강한 상대를 꺾으려면 신 감독이 선호하는 공격 축구보다 더 실리적인 축구가 필요하다.

신 감독의 숙제는 좌우 측면에서의 공격 전개다. 신 감독은 좌우 윙어가 중앙으로 들어가고 측면 수비수가 전진해 공격을 풀길 원한다. 이 역할을 잘 해 온 심상민과 이슬찬의 경기 감각이 문제다. 신 감독은 경기 후 “1차전과 마찬가지로 심상민, 이슬찬이 제 몫을 못해 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박용우는 “훈련 때는 잘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두 선수가 불운했던 것 같다. 자신감이 붙으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 섞인 전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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