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월드컵보다 화려하다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가 오는 6월에 개막한다. 개막을 100일 앞둔 시점에서 '풋볼리스트'는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유로 2016'를 착실히 준비할 수 있는 연재를 시작했다. 각국의 준비상황과 화두 그리고 문제점을 언급한다. <편집자주>

“우리 골키퍼진 모두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이 이탈리아와의 친선경기에 선발로 내세운 골키퍼는 다비드 데헤아(26, 맨체스터유나이티드)였다. 잔루이지 부폰(38, 유벤투스)과 이케르 카시야스(35, FC포르투)의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데헤아는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6개의 선방을 기록했다. 스페인 언론은 전체 주도권을 내준 이번 경기에서 가장 뛰어났던 선수로 골키퍼 데헤아를 꼽았다.

지난 해 11월 잉글랜드와 치렀던 친선 경기에는 카시야스가 출전했다. 최근 스페인 대표팀은 골키퍼 로테이션을 통해 고루 기회를 주고 있다. 지난 해 9월 슬로바키아-마케도니아전, 10월 룩셈부르크-우크라이타전에도 둘은 번갈아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 네 차례 유로 예선 경기에서 두 선수는 모두 무실점 경기를 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혹평도 있지만, 카시야스는 2015년에 치른 유로 예선 경기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데헤아의 기세가 좋지만 스페인 대표팀 입장에선 카시야스를 배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게다가 카시야스는 팀의 주장이다. 165회의 A매치 경기(스페인 최다 기록)를 치른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가 레알마드리드를 떠나기로 한 결정의 배경에 데헤아 영입 추진이 있었다. 현 시점에서 시장의 평가는 카시야스보다 데헤아가 높다.

경기력 측면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대표팀의 선발 경쟁에서 가산점이 높은 쪽은 카시야스다. 데헤아는 이번이 8번째 A매치였다. 큰 대회를 치르기에 경험적 측면에서 열세다. 순발력이나 피지컬 컨디션에서 앞서지만, 골키퍼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돌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이다.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는 어렵다. 골키퍼 포지션은 경기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선방 능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 주장으로 발휘하는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델보스케 감독은 “다비드가 아주 잘해줬다. 안정적이었고 효과적이었다. 대표팀에 녹아 들기 위한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조금씩 자신감을 쌓아왔다. 이번에 잘 증명했다”며 데헤아를 칭찬했다. 데헤아가 카시야스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게 된 상황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전에 데헤아가 나선 것이 선발 경쟁에서 앞선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요일에 있을 루마니아와의 경기 역시 똑같이 중요한 경기다. 이번에 데헤아가 나섰을 뿐이다. 우리 골키퍼들 모두가 컨디션이 좋다.”

델보스케 감독의 말은 립서비스가 아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전에 내세운 스페인 선발 명단은 실험적 요소가 적지 않았다. 제라르 피케, 세르히오 라모스, 후안프란 등 예선에서 주전으로 나선 수비수들이 출전했으나 레프트백 자리에는 조르디 알바 대신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뛰었다.

미드필드진은 미켈 산호세, 세스크 파브레가스, 티아고 알칸타라, 후안 마타 등 보결 자원이 다수 포함됐다. 다비드 실바, 이스코, 코케 등 예선에서 중용된 미드필더들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델보스케 감독은 소집 선수 대부분에게 출전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했다. 루마니아전에는 이탈리아전에 나서지 않은 선수들이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카시야스에게 루마니아와 친선 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물론 본선 개막전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한국, 조지아 등과 최종 세 차례 경기가 남아있다. 마지막까지 넘버 원을 두고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루마니아와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무게중심이 데헤아 쪽으로 기울 수 있다.

글=한준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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