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위프가 축구에 남긴 유산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요한 크라위프는 불편한 사람이었다. 거침 없는 독설로 정곡을 찔렀다. 사리사욕을 위한 독설은 아니었다. 팔이 안으로 굽은 적도 없다. 그의 신념은 확고했고, 그 신념에 어긋나는 축구를 목격하면 자신과의 인연과 관계없이 비판했다. “매력적인 축구를 즐기고 성공하던 시절”을 살았던 크라위프는 축구라는 스포츠가 본연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2016년 3월 24일. 크라위프는 투병 중이던 폐암을 이기지 못했다. 만 70세를 채우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했다. 크라위프를 잃은 것은 단지 흘러간 축구 스타와의 이별이 아니다. 축구 발전을 위해 끊임 없이 자성을 촉구하던 ‘사상가’를 잃었다.

크라위프는 21세기 축구 트렌드를 주도한 볼 점유와 패스 플레이, FC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스타일을 창시한 원류다. 그가 발전시킨 토탈사커는 여전히 현대 축구의 기반이다. 크라위프는 "내 팀에서 골키퍼는 첫 번째 공격수이고, 스트라이커는 첫 번째 수비수”라고 했다. 이제 이 말은 축구를 모든 팀이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크라위프는 공을 소유하는 것이 축구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공은 하나 뿐이다. 그러니 공을 가져야 한다. 공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 공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수비다. 공 없는 팀은 공격할 수 없다. 공을 가져야 공을 다루고 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원리는 단순하지만 구현은 쉽지 않다. 크라위프는 "축구를 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간단하게 축구를 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크라위프는 축구 경기에서 볼 다루는 기술이나 운동 능력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능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축구는 머리로 하는 것이다. 다리는 도울 뿐이다. 내가 나머지 사람들보다 먼저 뛰기 시작하면 내가 빠른 것처럼 보인다. 기술이란 저글링을 1000개씩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누구나 연습하면 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서커스단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은 단 한 번의 터치로 패스를 하는 것이다. 적절한 스피드로 당신의 동료가 받기 좋은 곳으로 보내는 것이 기술이다."

크라위프는 ‘안티 풋볼’의 성취를 혐오했다. 승리하는 기술을 잘 아는 팀, 이탈리아 축구에 대해, 그들이 얻은 결과에 대해 ‘축구로 승리한 것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가 경기로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팀을 지게 만들 수는 있다."

크라위프의 대표적인 독설은 2001년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바이에른뮌헨과 2001년 UEFA컵 우승팀 리버풀을 향한 것이다. "리버풀은 바이에른뮌헨과 비슷하다. 명성과 이름값만 이다. 축구적으로 보자면 두 끔찍한 팀을 봤다. 내 생각에 같이 세 번의 패스로 연결하지 못하는 팀은 끔찍하다."

그는 조국 네덜란드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32년 만에 결승전에 오른 성취에 대해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는 거친 수비로 일관하며 패했다. "슬프게도 그들은 더러운 경기를 했다. 추하고, 야비하고, 거칠고, 폐쇄적인, 눈 뜨고 보기 힘든 스타일의 축구를 했다. 이런 축구로 이겼다면 그나마 괜찮다. 근데 졌다."

크라위프는 언제나 "경기력이 수반되지 않은 결과는 가치가 없다. 경기력 없이 얻는 결과는 지루하다”고 말해왔다. 크라위프가 꿈꾼 ‘축구론’은 과정보다 결과를 추구하는 사회. 가치나 윤리보다 성과와 자본을 선호하는 사회, 이상주의자가 비효율이라는 평가 속에 사장되고, 현실주의자가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대우 받는 삭막한 사회에도 울림을 줬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네덜란드리그 시작을 알리는 슈퍼컵 성격의 대회에 크라위프의 이름이 붙어있다. 우승 쟁반 이름은 1996년 '요한 크라위프 샬(Johan Cruijff Schaal)'로 명명됐다. 이 경기는 크라위프가 전성기를 보낸 축구팀 아약스의 홈 경기장 암스테르담아레나에서 열린다. 네덜란드 축구는 이미 크라위프의 이름이 매년 불릴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크라위프의 아들 조르디는 부친의 부고를 전하며 “아버지는 불멸의 존재”라고 했다. 크라위프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축구를 유산으로 남겼다. 축구계는 그 유산을 잘 보존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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