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일본전에 중거리 슈팅으로 실점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결과에 큰 의미가 없는 레바논(24일 밤 8시 킥오프, 안산와~스타디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최종전 화두는 ‘무실점 기록’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아 2차 예선 전 경기를 무실점으로 치르고 있고, 지난 해 여름 중국 우한에서 치른 ‘2015 EAFF 동아시안컵’ 북한전부터 A매치 7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레바논전까지 무실점 승리로 마치면 1978년과 1989년 기록했던 최다 연속 무실점 승리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태국과 친선전까지 이어지면 신기록을 수립한다.

무실점 경기를 하는 과정에 어려운 팀을 만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북한, 라오스, 레바논, 쿠웨이트, 미얀마, 자메이카 등을 상대했다. 그러나 축구 경기에서 실점 없는 경기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경기 중 변수가 많다. 때로는 경기 결과 보다 실험에 초점을 둬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3월 A매치 데이 일정의 화두로 무실점 신기록을 꼽았다. 기록 자체 보다 선수단이 갖게 될 심리적 자신감을 기대한 것이다. 무실점 기록 유지를 위해 중요한 것은 오답 노트다. 실점한 경기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복기’해야 한다. 

#실점 경기에선 이기지 못했다

2015년에 한국 대표팀은 총 19번의 A매치를 치렀다. 2015년 첫 경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전은 경기가 열린 호주에서 호주축구협회 측이 FIFA에 경기 신고를 늦게 하면서 공식 A매치로 인정 받지 못했다. 이 경기도 무실점 경기였다. 한국은 공식 A매치 19경기 중 16경기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실점한 3경기에서 불안 요소를 찾아야 한다. 한국은 1월 31일 호주와의 ‘2015 호주아시안컵’ 결승전에서 1-2로 졌고, 3월 27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 경기에서 1-1로 비겼으며, 8월 5일 동아시안컵 2차전 일본전에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실점했다. 실점한 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하지 못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전반 45분경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추가 시간에 손흥민이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으나 연장전에 결승골을 내줬다. 우즈베키스탄전과 일본전은 일찌감치 선제골을 넣은 뒤 동점골을 내줬다. 우즈베키스탄전에는 전반 31분, 알본전에는 전반 39분에 실점했다. 선제 득점 후 전반 말미로 향하며 집중력에 문제가 있었다.

실점 상황을 살펴보면 또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호주전 선제골은 루옹고의 중거리슈팅이었다. 수비라인에서 중원으로 찔러준 공을 루옹고가 빠르게 돌아서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슈팅으로 연결했다. 20여 미터 거리에서 골문 구석을 정확하게 찔렀다. 상대가 잘해서 넣은 골이다.

일본전 실점도 유형이 비슷했다. 야마구치가 20여미터 거리에서 벼락 같은 중거리슈팅을 꽂아 넣었다. 위험 지역이 아니라는 판단에 압박이 조금 느슨했다.

다른 호주전에 내준 결승골은 문전 우측에서 공격수의 돌파를 막지 못했다. 연장전을 치르는 가운데 체력적 어려움이 있었다. 문전으로 내준 패스를 트로이시가 밀어 넣었다. 우즈베키스탄전은 문전 좌측으로 빠져든 라시도프가 문전으로 올린 패스를 놓쳤다. 쿠지보예프의 침투를 제어하지 못했다.

#포백 앞의 압박 문제, 중거리 슈팅 경계령

앞선 두 번의 중거리슈팅 허용,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1차적으로 배후 침투를 허용한 패스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포백 앞 지역,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의 수비 문제다. 우즈베키스탄전의 경우 라시도프를 향한 2선 지역의 스루 패스를 쉽게 내줬다. 중거리슈팅 실점이 나온 위치다.

슈틸리케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즐겨 사용했고, 1의 자리에 수비 보다는 볼배급에 능한 선수를 중용했다. 볼을 소유하고 경기를 지배하는 데 유용했으나 상대 2선과 배후 공격을 막는 데에 허점이 있었다.

물론 이 지역에서 슈팅이나 패스가 예리하게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레바논이나 태국에는 먼 거리에서 골문을 위협할 수 있는 공격 선수들이 있다. 6월에 만날 스페인이나 체코 등 유럽 축구 열강들의 경우 이런 공간이 열리면 쉽게 득점을 만든다. 러시아를 목표로 하는 대표팀이기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역사적 무실점 기록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포백 수비 라인만의 준비가 아니다. 전방부터 중원까지 팀 전체가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보여야 한다. 포백 앞에 기성용이나 정우영 등 창조적 능력을 갖춘 선수를 배치한다면 그 앞선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수비를 해줘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최전방 공격수부터 수비 해줄 것을 요구하는 이유다.

후방 빌드업의 주역들이 수비를 위해 밀려 내려오지 않도록 전방 압박의 강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상대가 약하다고 앞에서 느슨해진다면 실점을 피할 수 없다. 아시아 축구는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중동과 동남아 팀들은 예전부터 벼락 같은 중거리슈팅에 강점을 갖고 있다. 3월 A매치에서 대표팀이 주의해야 할 것은 뜬금없이 날아들 중거리슈팅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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