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떠나 덴마크 리그 간 뒤 주전 확보, 이제 리우행 도전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파주] 김정용 기자= 박정빈(호브로IK)은 올림픽대표팀 ‘오디션’을 위해 한국을 찾은 마지막 유럽파다. 독일에서 5년 가까이 지내는 동안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답답했고, 지난해 덴마크 리그의 호브로로 팀을 옮겼다. 그 뒤 꾸준히 주전으로 뛰며 신태용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23일 경기도 파주의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가진 박정빈은 마지막까지 개인 훈련을 하다 뒤늦게 훈련장을 떠났다. 처음 겪는 시차 적응 때문에 어떻게든 컨디션을 끌어올리고자 운동하는 거라고 했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 곧장 경기에 뛰는, 유럽파 대표 선수라면 늘 겪는 상황이 박정빈에겐 아직 생소하다.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다. 몸이 무겁다. 가벼운 마음으로 해 보고자 한다. 역시차는 사실 처음이다. 이런 상황이 두렵고 걱정되지만 그래도 나를 어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

박정빈은 2010년 볼프스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했고 이후 2012년 그로이터퓌르트, 2013년 칼스루헤로 팀을 옮겼음에도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칼스루헤에서 생각보다 발전하지 못했다. 그게 힘들어서 덴마크로 가게 됐다. 지금 소속팀에선 감독이 내게 믿음을 주고, 경기를 뛸 수 있어서 좋다. 독일보다 거칠다. 선수가 넘어지면 독일에선 심판이 선수 보호 차원에서 반칙을 선언했는데, 덴마크에선 어깨 싸움으로 절대 불지 않는다. 난 중요한 나이다. 어디서든, 어느 리그든 뛸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

독일을 떠나 덴마크로 가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박정빈에겐 출장 기회가 절실했다. 대표 발탁을 의식할 여유도 없었다. 선수로서 살아남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일단 경기 뛰는 것에 절실하게 목말라 있었다. 올림픽은 맞아떨어진 거다. 그 전부터 계속 이적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와서 팀을 옮기게 됐다.”

올림픽대표팀은 25일과 28일 알제리와 두 차례 친선경기를 치른다. 박정빈이 경기에 나가게 된다면 U-17 대표였던 2009년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박정빈은 “애들이 너무 잘 해서 깜짝 놀랐다. 다들 개성이 확실하고 조직력도 좋다”, “기술, 볼 관리, 패스, 터치가 다 좋았다”며 대표급 동료들의 기량에 새삼 놀라워 했다. “내가 불리하긴 한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가진 걸 보여주며 즐기고 싶다.”

이번 평가전 상대가 알제리인 데에는 본선에서 만날 수 있는 아프리카 축구에 미리 적응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박정빈은 “여러 아프리카 선수들을 경험했다. 첼시에 간 바바 라흐만과 퓌어트 때 같이 뛰어 봤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절대 지치지 않는다. 피지컬이 좋고 빠르고 힘이 좋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린 플레이를 영리하게 하며 미리 (공을) 주고, 미리 봐야 한다. 기술은 한국이 정말 최상위권”이라며 기술과 지능으로 상대해야 한다고 했다.

박정빈은 호브로 이적 이후 11경기 선발 출장과 1골을 기록했다. 독일에 있던 내내 13경기에 불과했던 정규리그 선발 출장 횟수를 반 시즌 만에 따라 잡았다. 독일에서 뭘 배웠냐고 묻자 진솔한 동문서답이 돌아왔다. “배운 건 많다. 못 뛰어 너무 힘들었다. 이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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