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유지' 레바논전, '새로운 실험' 태국전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안산] 문슬기 기자= “친선전이라면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레바논전에선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의 한 경기이니만큼 기존의 좋은 모습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24일 열리는 레바논전을 하루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레바논전과 태국전에 대한 의미를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예선전과 친선전을 치르는 한국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래 한국이 치러야 할 경기는 예선 7차 레바논전과 8차 쿠웨이트전이었다. 그러나 쿠웨이트축구협회가 정부의 체육 단체 행정 개입이 가능하도록 체육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서, 지난해 말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에도 변화가 없어 자격 정지가 유지되면서 예선 8차전이 취소됐다. A매치 기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원했던 한국은 부랴부랴 친선 태국전을 잡았다.

한국은 일주일 사이 한 번의 예선전과 한 번의 친선전을 갖게 됐다. 이미 한국이 최종 예선행을 확정한 상태라 두 경기 모두 평가전의 의미를 가질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레바논전과 태국전에 대한 목적을 엄격히 구분했다. 레바논전에선 기록 유지를, 태국전에선 새로운 실험을 펼칠 계획이다.

# 레바논전: 아직 끝나지 않은 예선,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무실점

슈틸리케 감독은 “내일(24일)은 아직 끝나지 않은 예선전을 치르는 것이다. 2차 예선의 한 경기인 셈이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예선전 무실점이란 좋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레바논전에서도 이 기록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최종 예선행을 확정했지만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6월 16일 2차 예선 첫 경기 미얀마전서 2-0으로 승리한 데 이어, 라오스전(8-0 승), 레바논전(3-0 승), 쿠웨이트전(1-0 승), 2차 미얀마전(4-0 승), 2차 라오스전(5-0 승) 등에서 무실점 승리 기록을 작성했다. 만약 레바논전에서도 실점하지 않으면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가 완성된다. 이는 지난 1978년 함흥철 감독과 1989년 이회택 감독이 세운 기록과 타이기록이 된다.

무실점 경기를 만들기 위해선 수비 조직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한국 수비의 중추인 센터백 김영권이 앞선 경기서 받은 경고 누적으로 이번 레바논전에 나설 수 없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개의치 않다는 반응이다. 그는 “우리가 무실점 기록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골키퍼의 선방이 잦았거나, 포백 라인의 수비 조합이 월등하게 좋아서 이뤄진 건 아니다. 달리 말해 개개인의 모습이 좋았기에 가능했던 무실점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 볼을 소유하지 않았을 상황까지 대비해 수비 조직력을 잘 갖췄기에 이런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함께 자리한 기성용도 레바논전에서 무실점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는 “우리가 이미 최종 예선행을 확정한 상태라 주위에서도 긴장감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아직 무실점 경기가 진행 중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 지난해 고생해서 쌓은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는 데 있어 여유로운 건 사실이나, 무실점 승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다들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태국전: 새로운 실험 가능성 ↑
태국전에서도 무실점 경기는 강조된다. 만약 한국이 한 경기를 더 추가하면 타이기록을 넘어 신기록이 세워진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3월 마지막 A매치서 보다 다양한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친선전에선 실험을 하는 게 맞다”라던 그의 말에서 태국전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주목되고 있는 원톱에 대한 실험도 이날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여겨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명단에 원톱 자원으로 석현준, 이정협, 황의조를 포함시켰다. 일단 석현준은 레바논전에서 선발 출장하기 어렵다. 당초 21일에 정상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어야 하는 석현준이 비행 시간 지연과 병무청 방문 등의 이유로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선발로 테스트하기 어렵다.

석현준이 벤치에 머물며 지난해 8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을 끝으로 A대표팀에 들지 못한 이정협의 출전 가능성이 올라간다. 더불어 성남FC서 맹활약하고 있는 황의조도 출전 전망을 밝히고 있다. 이들이 레바논에서 좀 더 집중적으로 평가된 뒤, 태국전에선 석현준까지 더해 보다 확실한 공격 카드를 가리게 된다.

골키퍼 경쟁도 눈여겨 볼만 하다. 골키퍼 리스트엔 정성룡, 김진현, 김승규가 포함됐다. 김진현의 복귀가 눈에 띈다. 김진현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을 일구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쇄골 부상을 입으면서 대표팀에서 멀어졌다.

그사이 김승규가 급부상했다. 김승규는 2차 예선 일곱 경기 중 여섯 경기에 나서 가장 많은 출장 기록을 보유했다. 더불어 올 시즌 일본 J리그의 가와사키프론탈레로 이적해 총 4경기에 나서 2경기 무실점을 이룬 정성룡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이 8경기 연속 무실점 신기록을 수립하기 위해선 골키퍼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22일 첫 훈련을 마친 김진현은 “대표팀에서 멀어진 동안 한국은 좋은 기록을 세웠다. 무실점이 유지되는 만큼 골키퍼 경쟁도 치열해졌다. 한 번도 다른 골키퍼들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만약 두 경기 중 한 경기라도 나설 수 있게 되면, 보다 확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태국전을 통해 주전 골키퍼에 대한 실험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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