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3 A매치 일정은 유럽 팀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유로2016 본선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선수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실패를 딛고 유로 대회 3연속 우승을 노리는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루마니아를 상대하는 이번 일정에 주목할 만한 두 명의 새로운 선수를 소집했다.

 

대표 소집 첫날 공식 기자회견 대상자로 공격수 아리츠 아두리스(35, 아틀레틱클럽)와 미드필더 세르지 로베르토(24, 바르셀로나)가 나섰다. 취재진이 가장 궁금한 것이 많을 선수들이다. 아두리스는 무려 6년 만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세르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두리스의 합류가 특별한 것은 30대 중반에 이른 그의 나이 때문이다. 아두리스는 2010년에 한 차례 A매치 경기를 소화한 것 이외에 대표팀과 인연이 없다. 아두리스 본인도 이 나이에 대표팀에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아두리스의 합류가 이뤄진 것은 현 시점에서 득점력 면에서나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서의 전술적 역량 모두 그 보다 나은 스페인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두리스는 라리가 28경기에서 17, 유로파리그 12경기에서 8, 코파델레이 7경기에서 6골 등 총 31골을 넣고 있다.

 

아두리스는 자신이 현재 스페인의 9번 중 최고가 아니냐는 질문에 다른 훌륭한 공격수가 많다.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독일 대표팀의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했던 베테랑 공격수의 역할과 비교한 질문에 대해선 그가 좋은 귀감이라며 따르고 싶은 길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아두리스의 대표 선발이 갖는 의미는 대표팀에 들어가는 데 있어서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대표팀은 미래 가치도 보지만, 현 시점에서 나이와 관계 없이 가장 잘하는 즉시 전력 선수에게도 분명히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일이다. 아두리스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꿈이 더 중요하다며 꿈을 이룰 기회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했다.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세르지도 올 시즌을 통해 인생이 변한 케이스다. 그는 지난 2014/2015시즌에만 해도 1군 팀에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팀을 떠날 뻔한 상황을 루이스 엔리케 바르사 감독이 만류해 남았다. 시즌 초반 다니 아우베스가 부상을 당하면서 라이트백 포지션을 맡았고, 이를 통해 그의 멀티 능력이 크게 부각됐다. 이후에는 주 포지션이었던 미드필더, 그리고 오른쪽 측면 공격수까지 두루 소화하며 1군 팀에 자리잡았다.

 

세르지의 대표 선발이 갖는 의미는 그가 유소년 선수 시절부터 꾸준히 학업을 병행해온 선수라는 점이다. 경영학을 전공해 대학에도 진학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대학 수업과 프로 생활을 함께 했다. 출전 기회가 늘어난 올 시즌에는 휴학했지만, 축구 이외의 진로도 열려 있다.

 

세르지는 대표팀 발탁이 자신의 능력 보다 주변의 도움으로 이뤄졌다며 연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내가 대표 선수가 된 것은 엔리케 감독 덕분이라며 그가 준 기회에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바르셀로나에는 스페인 대표 선수가 많다. 세르지의 대표팀 적응은 순조로울 것이다. 이미 많은 선배들이 대표팀 적응을 위한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세르지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선 합류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이타적이고 다재다능한 선수다.

 

물론 두 선수가 여름에도 대표팀에 있을지는 두 번의 친선 경기에서의 경기력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쉽지 않은 기회를 잡은 두 선수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합류 자체로도 사건이 된 두 선수의 스토리가 더 큰 메시지를 남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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