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부활 그리고 내부 경쟁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안산] 문슬기 기자=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진출을 이미 확정한 축구대표팀은 남은 예선 경기를 사실상 평가전처럼 진행하게 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은 3월 A매치 2연전이 단순한 연습경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세 가지 이유를 밝혔다.

대표팀은 21일 오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소집 첫 날 훈련을 가졌다. 훈련엔 소속팀 일정상 아직 합류하지 못한 구자철, 홍정호(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보루시아도르트문트), 남태희(레퀴야), 석현준(포르투)을 제외한 총 18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A대표팀은 이날 소집돼 24일 오후 8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레바논전을, 27일 오후 9시 30분 태국 방콕 수파찰라사이 스타디움에서 태국전을 갖는다. 레바논전은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7차전이다. 태국전의 경우 쿠웨이트와의 8차전이 취소되면서 대체로 잡힌 평가전이다. 한국은 앞선 여섯 번의 예선전에서 전승해 최종 예선행을 확정한 상태다.

레바논전은 형식상 평가전이 아닌 실전이지만 사실상 평가전 수준의 의미밖에 없다. 심지어 쿠웨이트와의 실전이 취소되고 태국과의 평가전이 들어오며 3월 일정은 여러모로 의미가 축소됐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2연전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훈련 전 가진 인터뷰에서 ‘기록’을 강조했다. 연속 무실점과 전승에 관한 이야기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남은 경기에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이 지난해 좋은 경기력을 보인 데다 특별한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레바논전과 태국전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기분 좋은 기록이 물거품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3일 2차 예선 첫 경기 라오스전부터 11월 17일 라오스전까지 6경기 무실점 전승을 유지하고 있다. 오는 레바논전에서 무실점 승리하면 1978년 함흥철 감독과 1989년 이회택 감독이 세운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와 타이 기록이 된다. 동시에 전승 기록도 유지할 수 있다.

김진수와 이정협은 각각 3월 A매치가 남다른 자기 나름의 의미를 밝혔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에 대한 평가’와 ‘자신감 회복’이다. 소속 팀인 호펜하임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김진수는 두 차례의 A매치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고자 한다. 김진수는 “최근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내 경기력과 체력 상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만약 레바논전과 태국전에 출전하게 된다면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체크하고 싶다”면서 “오랜만에 출전하는 경기서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내 스스로도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김진수의 소속팀 출전 기록은 총 4회가 전부다. 그중 두 번은 1월에 새겨진 기록으로, 2월과 3월 최근 두 달 동안은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정협 역시 비슷한 목표다. 그는 지난해 8월 상주 상무 소속으로 K리그 챌린지 경기를 소화하던 중 얼굴을 크게 다쳐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원소속팀인 부산아이파크로 돌아와 재활과 훈련을 병행했고, 올 시즌엔 울산현대로 임대 이적해 부활을 노리고 있다. 2라운드까지 열린 K리그 클래식서 모두 출전 기회를 얻었으나 아직 골이 터지지 않았다. 이정협은 “공격수로서 골을 넣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오랜 시간 전력에서 제외됐기에 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아직 울산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부상 이후로 몸 상태가 안 올라오고 있다. 집중하고 훈련하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A대표팀에 소집됐으니 이곳에서 첫 단추를 잘 꿰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기성용은 내부 경쟁에 초점을 맞췄다. “A대표팀에선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모두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만큼 열심히 뛰기 때문이다. 언제나 A대표팀에선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기회를 얻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이 3월 A매치를 소홀히 여기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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