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서호정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가 영화 비상으로 잘 알려진 2005년의 극적인 성공 이후 다시 한번 최고의 시즌을 써 가고 있다. 인천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2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에 터진 한교원과 남준재의 헤딩골로 2-1로 승리했다. 팀 창단 후 최다연승기록인 5연승을 쓴 인천은 6월 23일 상주전 승리 이후 13경기에서 9승 2무 2패의 엄청난 상승세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최종라운드를 앞둔 현재 승점 39점으로 다득점에서 대구FC(39점)에 앞서며 8위를 기록, 상위 스플리트 진입에 한발 더 다가섰다. 인천은 골득실에서 -2로 -5의 대구보다 앞서 있어 홈에서 제주를 상대로 한 최종전에서 승리할 경우 자력으로 8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는 서울 원정에 나서야 한다.

인천은 최근 상승세의 원동력인 강한 압박과 빠른 측면 공격으로 28라운드까지 리그 1위였던 전북을 상대로 주도권을 잡았다. 설기현을 원톱으로 남준재, 김재웅, 한교원이 2선에서 펼치는 유기적인 공격은 계속 찬스를 만들었다. 김남일이 이끄는 미드필드 후방과 주장 정인환이 버티는 수비는 전북의 공세를 여유롭게 막아냈다. 전북은 드로겟과 이동국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김동찬과 에닝요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인천에 밀렸다. 심우연이 빠지고 윌킨슨이 대신 나선 포백 수비도 조직력에서 삐걱거렸다. 김상식과 진경선이 호흡을 맞춘 미드필드 후방은 질 나쁜 패스로 공격 리듬을 끊었다.

결국 인천은 후반 10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김재웅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니어포스트로 올린 크로스를 쇄도한 한교원에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전북은 레오나르도, 이승현, 김신영을 차례로 투입하며 닥공 모드로 전환했다. 후반 25분 전북은 레오나르도가 코너킥 상황에서 아크 정면으로 밀어준 패스를 진경선이 달려들어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연결, 동점골을 만들었다. 이후 전북은 기세를 타고 인천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결국 실수 한번이 승패를 갈랐다. 김상식이 패스미스한 것을 가로 챈 인천은 설기현이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길게 올라가는 크로스를 날렸고 남준재가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 다시 앞서나갔다. 이후 인천은 수비를 강화하며 버텼고 전북은 거듭되는 실수로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경기 막판 판정에 항의하던 김봉길 감독이 퇴장을 당했지만 인천은 1골 차 리드를 지켜내며 5연승에 성공했다.

::: 인천 김봉길 감독 인터뷰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8강 경쟁은 마지막까지 갈 거라 생각했다. 우리 선수들이 홈에선 강하다. 제주가 좋은 팀이지만 홈에서 멋진 경기를 해서 8강까지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남일이 경기장 안팎에서 대선수답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다. 훈련장에 가장 먼저 나와서 열심히 뛰어준다. 후배들을 잘 리드한다. 여기까지 오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다. 수비라인은 주장 정인환 선수가 컨트롤한다. 미드필드는 김남일, 공격은 설기현이 각 포지션에서 리더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한다. 전북의 공격을 보면 가운데를 상당히 집중해서 공격한다. 사이드는 내줘도 가운데를 지키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월패스나 중앙을 뚫고 들어오는 공격루트를 알았고 그걸 적극적으로 준비한 게 유효했다. 마지막에 퇴장 당한 것은 내가 너무 흥분해서 그랬다. 내 불찰이다. 선수들을 믿는다. 벤치엔 못 앉지만 선수들이 경기 중요도 안다. 큰 걱정을 안 한다. 전반기에 11경기 무승을 할 때 선수들이 누구보다 힘들고 마음 아플 거라는 걸 알았다. 많이 위로해주고 선수들이 입은 상처를 위로해줬다. 선수들에게 힘이 된 거 같다.


::: 인천 설기현 인터뷰
쉽지 않은 경기였다. 전북은 디펜딩 챔피언이고 이번 라운드 전까지 리그 1위팀이었다. 원정에서 경기하는 자체가 부담이었다. 어제 우리와 경쟁하는 팀들이 다 이긴 것도 부담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겨서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스트라이커인 내가 골을 넣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만, 우리 팀 같은 경우는 남들이 찬스를 만들어 준다던가 스트라이커가 가운데서 기다리며 찬스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내가 많이 움직이면 남준재, 한교원이 들어오고 내가 사이드로 빠져서 찬스 연결하는 게 특징이다. 그런 플레이를 전반기부터 했는데 지금에 와서야 잘 맞는 거 같다. 각자 포지션에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축구는 개인역량이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팀 운동이다. 수비자체도 중요하지만 앞에 미드필더, 포워드들이 적극적으로 해줘야 3선의 수비 부담이 적어진다. 전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찬스가 많았음에도 빌미를 제공해 골을 먹었다. 선수들이 제 역할을 안다. 압박할 때, 못할 때를 안다. 나나 남일이 형, 인환이가 지적을 해주면 맞춰간다. 전반기에 부진할 때는 쉽지 않았다. 프로는 결과가 중요했는데 우린 안 좋았으니까. 최하위로 쳐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참으로서 실망 안 했던 건 내용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직적으로 좋으니까 분명 나아진다는 걸 알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힘든 상황에도 우리 선수들만큼은 흔들리지 말자고 약속했고 잘 지켜졌다. 결승골이 된 크로스는 앞으로 강하게 올리려다가 수비가 앞으로 쏠리고 은성이 형이 나온 걸 보고 수비 뒤로 넘겼는데 정확히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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