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창원] 서호정 기자= 감독 교체라는 극약처방은 역시 부진에 빠진 팀을 살리는 최고의 강심제였다. K리그에서 무려 11경기 동안 참담한 무승 행진을 거듭한 전남 드래곤즈가 하석주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에서 드디어 기다리던 승리를 거뒀다.

전남은 19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28라운드에서 후반 38분 터진 김영욱의 헤딩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지난 6월 17일 대전과의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63일만의 승리였다. 전남은 지난 10일 정해성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하자 아주대를 이끌던 하석주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하석주 감독은 프로 감독 데뷔전에서 감격적인 승리를 거두게 됐다.

이날 전남은 다양한 변화를 안고 나왔다. 수비 불안을 단시간에 해결하기 위해 측면 수비수인 정준연을 안재준, 이상호와 함께 스리백으로 세우는 변형 전술을 내세웠다. 오른쪽 풀백 박선용은 전진 배치돼 경남의 빠른 측면 공격을 차단했다.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와 제 컨디션이 아닌 윤석영도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경기 시작 후 강한 압박과 투지로 경남을 밀어 부치던 전남은 전반 중반 이후 주도권을 내줬다. 윤일록, 까이끼, 고재성, 강승조를 앞세운 경남의 공격은 전남보다 훨씬 정확하고 빨랐다. 전남은 플라비오, 한재웅 등 전방 공격수들의 움직임과 패스 연결이 부정확했다. 후반 들어서도 경남이 공세를 펼쳤고 전남은 수비수들과 골키퍼 류원우의 투혼으로 위기를 잇달아 넘겼다.

경남이 수비수 강민혁을 빼고 공격수 안성빈을 넣는 도박을 펼쳤을 때 전남은 그 부분을 파고 들었다. 교체 투입된 신영준이 정교한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영욱이 순간적으로 쇄도해 장신 수비수인 루크와 윤신영 사이에서 솟아 오르며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경남은 막판에 얻은 간접프리킥 상황에서 강승조가 슈팅으로 연결한 공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불운이 계속됐다. 결국 투혼을 발휘한 전남은 김영욱의 그 한골을 지켜내며 1-0으로 승리, 강원을 밀어내고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


::: 하석주 감독 인터뷰
팀이 긴 침체에 있었는데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했고 승리해서 기쁘다. 절박한 심정의 선수들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언젠가는 승리를 할 거라 생각했는데 첫 경기에서부터 그렇게 될 진 몰랐다. 내가 선수를 믿지 않으면 긴 침체로 간다. 생각보다 빨리 승리를 얻었고 선수들도 긴 부진에서 탈출해 다시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아무래도 긴장이 많이 된 경기였는데 지금은 홀가분하다.

정준연의 경우 코니가 있던 자리에 세우는 중책을 맡겼는데 자기 역할을 100% 다 했다. 짧은 시간에 조직력을 끌어 올리려면 내 의도를 이해해야 하고 그러려면 말이 통해야 했다. 시간이 있다면 외국인 선수와 함께 조직력 훈련을 했겠지만 시간이 사흘 뿐이라 의사 전달이 통하는 정준연을 택했다. 신영준은 왼발 킥이 좋은 선수인데 이날 바람이 불고 있어서 세트 피스에서 찬스가 올 거라 생각했다. 그게 적중했다.

승리는 했지만 역시 숙제가 많다. 패스가 더 매끄럽게 연결돼야 한다. 전방에 연결됐을 때 공격수들이 상대를 쉽게 제친다던가, 원투 패스를 통해서 하는 공격이 부족하다. 움직임이 한명에 집중되다 보니 막힌 경우가 많다. 선제골을 넣은 뒤 너무 물러선 점도 아쉽다. 그런 플레이를 예전 경기에서 계속 확인했다. 라인을 적극적으로 올리라고 계속 지시 중이다.


::: ‘결승골’ 전남 김영욱 인터뷰
팀이 11경기나 승리를 못해 정해성 감독님이 사임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승점 3점이 절실했다. 치고 나갈 계기가 필요했는데 이번 경남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석주 감독님이 오신지 얼마 안됐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도 모두가 해보자고 했고 오늘 승리에 자신감까지 얻어가게 됐다.

경기를 뛰면서 팀이 전체적으로 골 찬스가 적었다. 내게 찬스가 오면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뛰고 있을 때 그 한방이 이뤄졌다. 수비에서 역습으로 나가는 상황이었고 문전까지 도달했는데 크로스가 딱 올라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리 전남 팬들이 승리를 가장 간절히 원했다. 질 때마다 팬들이 우는 모습을 보며 너무 미안했다. 고개를 당당히 들 수 없었다. 오늘은 당당할 수 있어 기쁘다.


::: 윤석영 인터뷰
런던에서 정해성 감독님이 그만뒀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없는 상황에서 팀이 어려워 가슴이 아팠다. 그런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동료들과 하석주 감독님이 도와주셔서 잘 치렀다. 이틀 밖에 훈련을 못했다. 우리 팀 컬러가 끈끈한 조직력인데 이를 잘 살려서 투혼으로 이겼다. 앞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뭉칠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잘 쉬지를 못했다. 감독님이 면담에서 정신력을 강조했다. 과거 대표팀 시절에 감독님도 시차 적응이 안됐는데 소속팀을 위해 뛰어야 했다는 경험을 들려주셨다. 나도 뛰고 싶었다.

팀이 힘든 상황이다. 이적 문제는 고민하는 중이다. 굉장히 좋은 소식이 아닌 이상 팀에 남을 것이다. 마음은 정리됐지만,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금액 면에서) 전남 구단도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 아니면… 나는 전남 유스 출신인데,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등 돌리고 가기 어렵다. 구단과 내가 서로 플러스 되는 쪽으로 생각 중이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오퍼가 왔다는 기사를 보고는 기분이 좋았고, 도전하고 싶은 무대인 것은 사실이다.

::: 경남 최진한 감독 인터뷰
홈에서 꼭 이기고 싶었는데, 우리가 많은 찬스를 만드는 능력이 부족했다. 남은 두 경기 잘 준비해서 꼭 이기겠다. 그 두 경기가 물론 부담일 순 있다. 그래도 우리 홈에서 경기하니까 꼭 좋은 결과 내도록 하겠다. 마지막에 수비수 강민혁을 빼고 공격수 안성빈을 투입한 건 어차피 전남은 꼭 잡고 가야 할 팀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상대가 후반에 거의 수비적으로 하다 보니까 수비를 한 명 빼도 루크와 윤신영이 충분히 마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운이 없으려니 그런 실점 상황이 나왔다. 헤딩도 그 선수(김영욱)가 잘했다기 보다는 우리에게 운이 너무 없었다. 강승조 프리킥 상황이 지금도 아쉽다. 동점으로 갈 상황이었다. 다음 경기에서는 더 좋은 상황 있을 수 있다. 오늘은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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