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환 기자= 285경기 17골 6도움. 곽희주(33)는 수원삼성에서 11시즌을 뛴 ‘원클럽맨(One club man)’이다. 수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다. 파란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의 별명은 '푸른 피’다.

그런데 곽희주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 없다. 수원과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수원은 4라운드 현재 1승 1무 2패로 11위에 처져있다. 수비진이 문제다. 4경기 6실점으로 12개 팀 가운데 경남FC, 포항스틸러스와 함께 최다 실점을 기록 중이다.

곽희주는 올 시즌 수원의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리고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냈을까?

FA 이후 계약 협상 ‘무(無)’
곽희주는 현재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다. 하지만 국내의 다른 팀으로 가려면 이적료라는 걸림돌이 있다.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해외 이적시에만 이적료가 없다.

곽희주는 2012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 의사가 있었다. 그런데 수원은 모기업의 긴축 재정을 언급하며 곽희주에 대폭 삭감된 연봉을 제시했다. 삭감 금액은 1억 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연봉이 곧 능력인 프로 세계다. 곽희주는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면서 계약할 수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지막 시즌인 2013시즌을 뛰었다.

곽희주는 수원이 리빌딩을 위해 자신과 재계약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외 이적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수원도 “알았다”고 했다.

곽희주의 측근은 “수원과 곽희주는 재계약 협상을 한 적이 없다. 곽희주가 스스로 인식하고 팀을 나간 것이다. 와전된 부분이 많아 선수가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단에서는 8억원 정도의 이적료를 책정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30대 중반 선수를 어느 팀이 8억원에 사가겠는가. 국내 이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에 수원 관계자는 "곽희주의 이적료를 책정한 적이 없다. 그리고 국내 구단으로 이적시킬 생각도 없었다. 중국에서 좋은 조건이 있다고 해서 알았다고 한 것 뿐이다. 우리도 곽희주를 잡지 못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수원은 재정 사정상 곽희주의 고액 연봉을 유지해주는 게 쉽지 않았다. "곽희주에게 레전드 우대를 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할 뿐이었다. 곽희주는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짐을 싸서 팀을 떠났다.

중국→태국→중국 2부→일본 테스트 선수
곽희주에게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구단은 중국 슈퍼리그 텐진테다였다. 구체적인 제안이 있진 않았다. 관심 수준이었다. 이때 ‘곽희주는 무릎이 좋지 않아 뛸 수가 없다’라는 잘못된 소문이 돌면서 계약이 불발됐다. 젊은 한국 선수들이 나타나면서 이적이 쉽지 않았다.

결국 중국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태국 프리미어리그 무앙통유나이티드로부터 제안이 왔다. 국내 연봉보다는 낮은 금액이었다. 게다가 태국에 와서 연습 경기를 뛰어보고 영입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곽희주는 “수원 팬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 수원의 수비수가 태국에 테스트 선수로 간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결정을 보류했다. 무앙통은 곽희주 대신 김동진(32)을 항저우로부터 영입했다. 이후 중국 2부리그 연변FC에서도 제의가 있었으나 협상 과정에서 불발됐다.

곽희주는 현재 일본 J리그 FC도쿄에서 1주일째 테스트를 받고 있다. 큰 문제가 없다면 조만간 계약이 이뤄진다.

수원에 뼈를 묻겠다던 한 수비수가 중국, 태국, 중국 2부 리그를 거쳐 일본으로 갔다. 그것도 테스트 선수 신분이다. 팬들은 수원의 레전드를 잃어 가슴 아프고, 곽희주는 수원을 떠나 슬프다. 그의 손목에는 여전히 수원 앰블럼이 진한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사진=수원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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