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호정 기자] 최강희 감독이 던진 또 한번의 도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아프리카 챔피언인 잠비아와의 친선전에서 승리를 거둔 최강희호는 K리그의 힘을 증명했고 충분한 가용자원을 확인하며 팀 운용을 탄력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광복절을 맞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친선전에서 전후반 잇달아 터진 이근호의 골로 2-1로 승리했다. 2012년 네이션스컵에서 코트디부아르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잠비아는 당시 우승 멤버 대다수를 끌고 방한했다. 잠비아는 최근 가나를 두 차례 연속 꺾을 정도로 아프리카에서 떠오르는 축구신흥강국. 이에 맞서 최강희 감독은 시즌을 준비 중인 유럽파와 최근 격전을 치르고 돌아온 올림픽대표를 모두 제외하고 K리그로만 구성된 A대표팀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A대표팀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고 2선에서 최전방으로 이어지는 유연한 공격 전개에 의한 파상공세로 골문을 위협했다. 소집한 18명의 선수 중 골키퍼 김용대를 제외한 전원을 투입하며 테스트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다.

이날 최강희 감독은 최전방에 이동국과 김신욱 투톱을 배치했고 이근호를 왼쪽 측면에 세워 적극적인 침투를 주문했다. 오른쪽 측면에서는 김형범이 장기인 날카로운 킥을 뿌려댔다. 하대성과 김정우가 선 중원도 활발한 움직임을 펼쳤다. 수비라인은 주장 곽태휘를 중심으로 정인환, 박원재, 신광훈의 포백으로 구성됐고 골키퍼는 김영광이 나섰다

전반 16분 만에 A대표팀은 득점에 성공했다. 김형범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감아 올린 프리킥을 곽태휘, 김신욱 등이 잠비아 수비수의 시선을 끄는 사이 이근호가 파고 들어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12분 뒤에는 이날의 유일한 아쉬운 장면을 연출하며 실점했다. 데이비스 은카수가 올린 평범한 크로스를 곽태휘, 신광훈, 김영광이 사인미스를 보였고 임마누엘 마유카에게 슛을 허용해 골을 내줬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최강희 감독은 김진규, 이승기, 고요한을 투입하며 포지션별 테스트를 시작했다. 그 와중에 후반 3분 만에 결승골이 나왔다. 이승기가 올려 준 크로스를 김정우가 감각적인 힐패스로 연결했고 이근호가 아크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 이날 자신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최강희 감독은 황진성, 송진형, 심우연까지 차례로 투입했고 경기 막판까지 분위기를 이끌어가며 2-1 승리를 마무리지었다.

부임 후 양 측면 공격과 수비, 이정수-곽태휘 라인을 받쳐 줄 백업 센터백을 찾아왔던 최강희 감독으로선 승리와 더불어 K리그의 주역들이 보여준 가능성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9월 우즈벡 원정, 10월 이란 원정으로 월드컵 최종예선 3, 4차전을 치러야 하는 최강희 감독으로선 유럽파와 올림픽대표팀의 주력 선수들까지 보강해 30명이 넘는 확실한 선수군을 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A대표팀 뿐만 아니라 K리그로서도 호재였던 경기였다. 이날 새롭게 모습을 선보인 선수들이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고 송진형, 김진규, 황진성 등이 포탈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잠비아전은 한국 축구 모두에게 윈-윈이 된 경기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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