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서호정] 대구, 경남, 성남의 3파전일 것 같던 8위 싸움에 의외의 복병이 등장했다. 6월까지만 해도 최하위권을 맴돌던 인천이 맹렬한 기세로 리그 순위를 치고 올라오며 결국 대구, 경남의 턱 밑까지 올라왔다.

인천은 12일 홈구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27라운드에서 전후반 각각 터진 남준재와 박준태의 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최근 리그 3연승을 달린 인천은 8승 9무 10패, 승점 33점으로 8위 대구(36점), 9위 경남(34점)을 가시권에 두게 됐다.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두가지다. 우선 지난 7월 15일 수중혈투에서 서울을 잡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김봉길 감독의 축구가 더 탄탄해지고 있다는 점. 강력한 압박과 짧고 빠른 패스의 컴팩트한 축구, 양 측면 공격을 살린 다이나믹한 플레이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젊은 선수들의 상승세다. 팀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이 부족해 전반기 동안 설기현, 김남일 등 베테랑에 지나치게 의존해야 했던 인천은 최근 남준재, 한교원, 박준태 등이 공격 선봉에 서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특히 2010년 인천에서 데뷔했지만 전남, 제주 등으로 이적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남준재는 올 여름 트레이드를 통해 인천에 복귀했고 7경기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의 중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인천은 7월과 8월에 치른 여덟 경기에서 홈 4연승을 포함해 6승 2패를 기록 중이다. 홈 4연승은 창단 후 처음이다.

남은 K리그 정규라운드는 세 경기. 인천은 상위권에 있는 울산(원정), 전북(원정), 제주(홈)를 상대하는 힘든 일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세 경기를 넘어설 경우 그들을 기다리는 건 기적적인 상위 스플리트행 티켓이다. 과연 인천은 뜨거운 여름날의 상승세를 타고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을까?

김학범 강원 감독 인터뷰
Q. 경기 총평은?
A. 할말이 없는 경기였다. 좀 더 좋은 경기를 보여 줘야 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

Q. 두번째 실점을 하고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하는 느낌이었는데?
A.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2-0이 됐다. 골키퍼 실수로 첫번째 골을 허무하게 준 게 패인이라 할 수 있는데, 두 번째 골을 내주고 어차피 수적 열세니까 포기라기보단 수비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게 된 거 같다.

Q. 데니스는 몸 상태가 어떤가?
A. 컨디션 상태는 50~60% 정도다. 그래도 경기를 뛰게 하는 이유는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빨리 몸을 만들기 위해서다. 전반에 다른 선수 부진해서 교체 타임을 빨리 가져갔다.

Q. 김태민의 퇴장 후 급격히 밀렸는데?
A. 갑자기 미드필더를 증원해야 했다. 라인을 내리자니 지고 있는 상황이라서 공격 숫자를 그대로 두고 허리 증원을 안했다. 비기거나 이길 방법을 찾으려고 했는데 힘들었다.

Q. 부임 후 2승 2무 4패를 기록 중인데 평가를 해준다면?
A. 지금도 힘들다. 굉장히 힘들다. 밖에서 보던 것과 팀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8월의 남은 일정도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 남들은 8위다 뭐다 하는데 나는 어떻게든 강등권만은 면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김봉길 인천 감독 인터뷰
Q. 경기 총평은?
A. 대전전을 마치고 이틀 쉬고 경기를 했다. 힘들더라도 좋은 경기를 하자고 선수들과 미팅했다. 정말 선수들이 오늘 끝까지 열심히 해줬다. 모든 공을 돌리고 싶다.

Q. 체력적으로 힘들텐데 강력한 압박이 인상적이었다.
A. 팀을 맡으면서 내가 제일 강조한 것이 두 가지다. 공격할 때는 짧고 빠른 패스, 수비할 때는 강한 압박. 선수들이 그걸 이해를 잘해주고 있다. 압박엔 많은 체력 필요한데 그 부분도 열심히 한다. 축구엔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없는 거 같다.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연결은 잘 되는데 좀 더 많은 득점 부분에서 연구가 필요하다. 우린 팀웍을 가장 중시한다. 개인에 의존하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 2명이 부상으로 빠졌는데 누구 하나에 흔들리는 팀을 만들지 않겠다. 끈끈한 인천다운 팀을 강조하는데 선수들이 그 내용을 알고 열심히 해준다.

Q. 남준재의 활약이 대단한데?
A. 잘해주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다른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었다. 남준재가 2010년 신인 1순위로 선발됐을 때 많은 걸 갖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 무대에서 잘했다는 의식 때문에 적응을 못했다. 타팀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성숙됐다. 어떻게 훈련하고 경기해야 하는지를 안다. 자세가 바뀌었더라.

Q. 8위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데?
A. 쉬운 팀도 없고, 무서운 팀도 없다. 울산, 전북, 제주 다 좋은 팀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걸 최대한 발휘하겠다. 정규리그는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하겠다.

Q. 정인환이 대표팀에 간다. 지도자로서 보람이 클텐데?
A. 인환이 개인에게도 영광이지만 대표 선수가 나왔다는 건 팀으로서도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K리그에서 열심히 해서 대표팀으로 가는 선수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경기 연속골 남준재 인터뷰
Q. 인천에 와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A. 데뷔를 인천에서 시작했고 팀을 두번 옮겼다. 이적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 게 사실이다. 나를 돌아 볼 기회가 됐다. 새로운 생각과 준비를 하게 됐다. 내가 부족한 게 뭔지 생각을 했다. 축구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제주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다. 인천에서 다시 기회가 왔고 잡을 수 있었다.

Q. 화살을 쏘는 골 세리머니가 인상적인데?
A. 대학교(연세대) 시절 늘 하던 거였고, 프로 와서 하고 싶었는데 골 넣을 때마다 상황이 안 좋아서 그럴 기회가 없었다. 인천에 오면서 골도 좋은 시점에 나고 올림픽 시기와 맞물리면서 양궁 때문에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Q. 염색한 머리가 굉장히 강렬하다. 한 지 얼마 안된 거 같은데?
A. 팀이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었고 내게도 중요한 시기였다. 튀기 위해서 한 것보다 마음을 잡으려고 했다. 머리를 염색하면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 잘해야 한다. 그렇게 채찍질을 하려고 했다. 염색은 사흘 전에 했다.

Q. 윙어인데 굉장히 적극적으로 중앙에 파고 든다.
A. 감독님이 현대축구에서 윙어가 사이드에 벌려서 플레이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항상 말씀하신다. 미드필드 지역까지 가담해서 수비 사이에서 볼을 받아 플레이를 전개하면서 공격할 때는 과감하게 나간다. 나나 (한)교원이나 그 부분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Q. 정인환이 대표팀에 갔는데 본인도 자극이 되지 않는지?
A. 나는 대표팀 생각은 전혀 안 한다. 물론 큰 목표는 거기 가는 거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현재는 팀에 올인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충분히 리그 8위를 할 수 있다. 준비를 철저히 해서 8위 안에 들도록 하겠다.

사진 제공=인천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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