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윤진만 기자= 지난달 16일 손흥민의 함부르크SV는 구자철, 지동원이 소속된 아우크스부르크에 0-1로 패했다. 객관적 전력 차가 나는 상대이고, 함부르크의 홈 경기였기에 충격패에 가까웠다. 손흥민은 지난달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을 위한 한국을 찾았을 때 “요즘 함부르크 상황이 별로 안 좋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었다.

그 이후로도 함부르크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선두 바이에른뮌헨과의 원정에서 2-9로 대패하고 홈에서 프라이부르크에 덜미를 잡혔다. 개막 후 뉘른베르크, 베르더브레멘, 아인라흐트프랑크푸르트전에서 3연패한 후 시즌 두 번째 3연패다. 최근 6경기에선 단 1승(1무 4패)에 그치면서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인 6위를 넘보던 순위는 11위로 추락했다. 6위 프랑크푸르트와는 승점 4점차라 남은 6경기에서 수치상으로 역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기세로는 추격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함부르크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경기장 안팎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성적에 불만을 품은 팬들을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득점포가 터지지 않자 손흥민, 루드네브스를 앞세운 투톱 전술로 회귀했다. 프라이부르크전 패배로 홈 3경기 연속 무승을 당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장 교체 강수까지 뒀다. 전 독일 국가대표 수비수인 하이코 베스터만 대신 올 시즌 함부르크로 돌아온 플레이메이커 라파엘 판데르파르트에게 완장을 채웠다.

바비큐 파티와 같은 팬 친화 정책이나 투톱으로의 전술 변화 등은 현 상황상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흔히 클럽이 부진 탈출을 위해 꺼내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시점에 주장을 교체하는 것이 큰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토어스텐 핑크 함부르크 감독은 이 결정에 대해 “베스터만이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에른전 대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다른 곳으로 팀의 중심을 옮기겠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핑크 감독이 판데르파르트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장 교체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소속팀 경기에서 전반기와 같은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손흥민과 찰떡궁합 콤비를 보이던 모습은 최근에 완전히 사라졌다. 독일 언론 ‘디벨트’는 프라이부르크전이 끝난 뒤 “판데르파르트는 이날 12km 이상을 뛰었으나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 이전까지는 경기를 조율하는 디자이너였는데 지금은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액 연봉을 생각할 때 아쉬운 대목이다”라고 적었다.

판데르파르트는 올 시즌 7골을 기록 중인데 그 중 4골이 A매치에서 나왔다. 리그에서 기록한 3골 중 결승골은 지난 2월 뮌헨글라드바흐전이 유일하다. 재빠른 움직임과 날카로운 왼발 킥능력은 그 위력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기 전 함부르크에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것과는 차이가 있다. 두 달 넘게 리그 9골에 묶인 손흥민의 부진도 플레이메이커 판데르파르트의 침묵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판데르파르트가 2015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올 시즌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주장을 교체함이 더 옳았다고 본다. 완장을 뺏기다시피 한 베스터만, 갑작스레 완장을 차게 된 판데르파르트 모두 석연치 않게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주장은 단순히 완장을 차고 안 차고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팀 동료들은 선거 기간도 아닌데 정권이 교체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모두가 판데르파르트에 대해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판데르파르트는 지금 경기장 밖에서 불거진 화제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는 올 초 배우 출신인 아내 실비아와의 8년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대표팀 전 동료인 칼리드 불라루즈의 아내 사비아와 열애 중이다. 칼리드와 사비아가 현재 별거 중이어서 별 문제 없이 진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사비아와 판데르파르트의 전 부인 실비아가 절친 관계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독일 타블로이드지 1면을 장식하고 있다. 본능에 충실했을 뿐인데도 손가락 질 받는 처지다.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아 마음이 뒤숭숭하다.

예년의 찬란한 과거를 기억하는 팬들은 여전히 기대를 하겠으나 제 경기력도 제대로 못내는 판에 판데르파르트가 주장 역할을 제대로 이행할 지 의문이다.

::: 윤진만은 국내 축구팬의 선플과 악플을 자양분 삼아 쑥쑥 큰 ‘풋볼리스트’ 최장신 기자이다. <만만한 축구>는 국내외 이슈에 대한 ‘진’솔한 ‘만’담을 전하는 코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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